[어린이 자연학교 후기] 산골아이들의 겨울나기를 다녀왔어요

2004.02.03 | 미분류

-자연 속으로 –
출발하는 아침, 부모님의 손 꼭 잡고 온 어린이들이 2박 3일 동안 부모님과 떨어져 친구들과 신나는 경험을 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번에 가는 곳은 조그마한 산골 마을에 있는 양평 하늘섬 어린이학교입니다.

꼬불 꼬불 비슬고개를 넘어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고 각자 설거지를 한 뒤, 학교 가는 길에 짚을 한아름 안고 자연학교 교실로 향했습니다. 작고 조그만 손이 짚을 다루기가 쉽지 않은 듯 했지만 아이들은 짚이란 새로운 놀이감을 발견했다는 것에 아주 재밌어했습니다. 짚으로 뱀도 만들고 달걀꾸러미도 만들고 짚풀 싸움도 하며 신나게 놀다보니 교실을 온통
어지럽혔네요. 자, 이번에 밖에 나가 놀아볼까요? 우리가 직접 꼰 새끼줄로 꼬마야 꼬마야도 하고, 잣나무 미끄럼길에서 한바탕 눈썰매를 타고, 눈으로 성도 쌓고, 신나게 눈싸움을 하며 놀고 나니 어느새 모두들 친해져 있었답니다.

추워진 몸을 녹이며, 장작으로 고구마도 구워먹었답니다. “야, 너 여기 뭐 묻었다” 닦아주는 척하며 슬쩍 검댕이를 그려줍니다. 새까맣게 손과 입에 재를 묻히며 맛있게 먹는 모습이 어찌나 해맑은지…
바구미 선생님이 정성스럽게 차려주신 저녁을 뚝딱 해치우곤, 자투리 실로 짜는 손베틀을 배웠습니다. 작고 통통한 손가락이 손베틀이 되어 오물조물 오색 실을 짜는 모습이 어찌나 곱던지요. 처음엔 어설펐지만 곧 선수들이 되어 엄마꺼 하나 아빠꺼 하나 팔찌에 목걸이까지 만들어가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개구진 아이들이 자못 진지한 얼굴을
하고 몰두해있는 모습이,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선생님들로서는 어찌나 신기하고 재밌던지요.^^;
모둠시간을 갖고 이불을 펴니 다들 신나게 뛰어 놀아 피곤했던지 금새 곤한 잠에 빠졌습니다. 제각각 다양한 자세로 잠들어 쌕쌕 아직 아기같은 숨을 쉬는 아이들은 밤내 무슨 꿈을 꾸었을까요?

꽃 지고 나뭇잎도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이 겨울에도
자연 속에는 작은 생명들의
신나는 이야기가 있다는 거
알고 있을까요?
이번 겨울 어린이 자연학교 아이들이
산골마을에서 겨울 속에 살아 숨쉬는
자연과 친구하며 지낸 이야기를 들려줄께요.

– 맘껏 느끼기 –
다음날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준비를 한 뒤, 모둠별로 산 속 동물 친구들을 찾아 떠났습니다. 눈이 수북히 쌓여있는 고요한 산을 조심조심 걸어 들어갔습니다. 우리집이 아니라 숲속 친구들의 집을 방문하는 거니까요.

올라가면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번데기와 겨울눈을 살펴보며, 봄이 되면 깨어날 겨울 산의 생명들을 호기심 어린눈으로 관찰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발아래를 보니 여기저기 여러 모양의 발자국이 흩어져 있습니다. 손에 들고 있는 발자국 손수건에 저마다 발견한 야생동물 발자국들을 맞취보았지요. 하얀 눈 위에 있는 똥을 발견하곤 “이똥은 누구꺼지?” 하며 똥의 주인 찾기도 해보았습니다. 멧토끼 똥을 보고 개사료라고잘못 말했다가 아이들에게 오히려 배운 선생님도 있었지요.^^;

그리고 잠시 잣나무숲에서 휴식을 취하며 새소리도 들어보았지요. 우리가 조용히 있으니까 여기 저기서 새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새가 아닌 다른 동물의 소리도 어디선가 들리고요. 이 산엔 보이진 않아도 참 많은 예쁜 생물들이 사는구나, 생각하였지요.

아침부터 겨울산을 돌아다녀 그랬는지, 돌아와서 먹는 비빔밥이 꿀맛입니다. 큰 바가지에 각가지 나물을 넣고 고추장 넣어 쓱쓱 비벼 한입가득 입에 넣습니다. 조그만 아이들이 밥을 세 네그릇이나 먹는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밥먹고 난 오후시간에는 생태지도 만들기를 하며, 산길에서 우리가 본 것들에 대해 표현해 보았지요. 그리고 오후에 또다시 군고구마를 해먹기 위해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다들 나뭇꾼이 되어 한아름 나무를 하다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갑니다.

밤에는 우리끼리 별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캄캄한 방안에 야광별이 반짝 반짝, 볼과 이마에도 하나씩 별과 달을 붙이고 나와 모둠만의 별자리 전설을 이야기해주니까 친구들 하나 하나가 꼭 예쁜 꼬마별들 같습니다. 이 친구들이 모여 정말 별자리가 된 것 같았구요. 꼬마별들은 그대로 밤산책을 나갔습니다. 도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별과 흐릿한 하늘에 별 관심을 못 가지던 친구들도 이곳의 점점이 반짝이는 별들을 가진 하늘의 모습에는 반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마다 동네 개들이 컹컹 짖는 통에 조용한 마을이 다 잠깰까 싶어 서둘러 돌아온게 아쉽내일이면 마지막이란 생각에 다들 아쉬운 표정입니다.

– 간직하기 –
아침 7시. 많이 피곤한지 다들 늑장을 부립니다. 오늘 아침산책을 하기로 한 날입니다.
원래는 해가 동터올 때의 자연이 무채색에서 색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늦어져버려서 이미 색을 찾아버린 아침 자연 속을 산책했습니다. 쭉 걸어올라가 언덕 길에 다다르자 꽁꽁 언 두꺼운 얼음의 아래로 ‘쿨콸콸’ 굵은 소리로 떨어지는 계곡물 소리를 들었지요. 그 물소리를 마중물 소리로 삼아 오카리나 연주로 아침을 열었습니다. 오는 길에
아침이면 마법이 풀린다는 유령의 집도 찾아보고, 꽁꽁 얼어버린 냇물에서 장난도 치고 얼음과자도 깨어먹고, 눈 위에 사뿐히 누워도 보았습니다. 그러느라 아침식사 시간에 늦는 아이들도 많았지요.

이번 자연학교에서의 즐거운 경험을 1년 내내 떠올리길 바라며 달력을 만들고, 하나씩 바라는 소원을 썼습니다.
“선생님, 소원 꼭 하나만 써야 되요?” 물으며 고민 고민하는 모습이 진지합니다. 돌아가기 전 운동장에 모여 다같이 손잡고 둘러서서 간절히 쓴 소원지를 태웠습니다.
2박 3일이란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은 어느새 친구가 되어있었고, 서로 돕고 어울리며, 자연과 벗삼아 놀았던 즐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곤한 낮잠을 자며 버스에서 내리니 다시 서울입니다. 출발했던 양재역에 돌아와 부모님 만나자마자 있었던 이야기들 하느라 신나있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연과 뛰어놀았던 아이들의 건강한 얼굴과 마음이 흐뭇합니다.

“친구들아~ 도시 속에서는 몰랐던 자연의 모습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놀라운 선물들을 마음 속에 한아름 안고 돌아가서도 잊지 않길 바래. 나무 한 그루를 보면서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는 자연의 고마움을 잊지 않기를…”

글 : 달개비 임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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