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사태, 전국적 결단을 호소합니다

2003.07.29 | 미분류

아래글은 녹색연합 시민참여국에서 일했던 조태경님이 3일동안 감호소에 갇혀 있으면서 쓴 글이다. 조태경님은 7월 26일 부안에서 핵폐기장 건설 반대 집회를 하던도중 경찰의 강경, 폭력진압에 의해 연행되었다. 조태경님은 현재 부안에 정착해서 살면서 새만금 간척사업, 핵폐기장 관련 운동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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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사태, 전국적 결단을 호소합니다》

부안은 현재 80년 10,26 광주사태와 버금가는 계엄령이 선포되어 20일째 군정이 마비된 상태에서 수만군민이 총궐기대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여와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노무현 정부와, 주민 의견 수렴과 동의과정을 걸치겠다던 산업자원부·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은, 주민과의 합의 없이 핵폐기장 유치를 신속히 추진하려고 민심 수습은커녕 정부재원(돈)과 공권력 보강을 통한 강경 진압을 선포하였습니다.



  ▲ 군청으로 가는 길에 덤프트럭을 놓고, 소화기를 쏘며 막는 경찰들 ⓒ 핵발전 추방 범부안군민 대책위

그것은 21세기를 맞이한 한국사회에서 ‘국가가 부안군민을 상대로 한 테러’ 였습니다. 그 무서운 1001,1002,1003 기동타격대를 포함한 군경병력이 5천∼1만 가량 투입된 상황에서, 지난 7월 22일 합법적인 집회에 곤봉과 방패로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하여 군민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근본적인 사태 해결의 노력없이 공권력과 자본만을 앞세워 진압하고 있는 결과입니다.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95%이상의 부안군민의 뜻이 그렇게 무참히 짓밟히자 더욱 분개하여 날이 갈수록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를 도출할 의지도 없이, 노무현과 정부관계 부처·전북도지사·부안군수 등이 일방적으로 부안군민들을 희생의 제물로 삼아 죽이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국의 제 사회 시민 환경 종교단체 및 개인에게 호소합니다. 부안 위도에 유치하려는 핵페기장 유치신청서는 무효입니다. 군의회의 반대 결정에도 불구하고 주민의견 수렴과정은 물론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없이, 군민을 대표하는 군수가 개인의 자격으로 유치신청서를 제출하였을 뿐입니다. 민주주의, 의회주의, 법치주의 등을 무시한 독단적인 신청이었기에 부안군민 전체의 이름으로 무효임을 선언합니다.

행정구역상 부안군에 포함된 위도 섬사람들 모두에게 3억∼5역의 직접보상금을 주겠다고 꿰어 찬성도장을 받았으나 ‘사실무근’임을 알게된 위도 사람들이 반대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핵폐기장이 안전하든 않든 보상을 받지 못하면 도끼들고 돌아다닐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순진하고 빚에 허덕이는 위도 사람들 1000여명을 속여 거짓 선전을 유포하며 얻어낸 동의서를 이용하여, 마치 7만 부안군민의 의견인양 유치신청 및 확정을 한 것은 국가폭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원천 무효임을 선언하며, 현 사태의 문제의 원인을 직시하길 요청합니다. 민주적 절차에 입각하여 대화를 통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 줄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저는 지금 현재 (7월28일 15시) 3일째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주민을 선동하고 시위에 적극 가담했다는 이유로 표적수사 대상에 올라있던 중, 26일 11시경 주먹한번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현행범이라며 불법체포, 감금당한 상황입니다. 요즘 부안군은 매일같이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며, 저와 같이 무고한 군민들이 죄없이 구속되고 있습니다. 사태가 너무 심각하여 분신을 시도하시는 군민도 있습니다.



  ▲ 길위에 누워있는 부안군민들을 밟으며 가고있는 경찰들 ⓒ 핵발전 추방 범부안군민 대책위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문제를 풀어 나가는데에 있어, 전라북도의 문제가 가장 큰 사안일 수 있습니다. 전국의 모든 양심세력·진보세력·대안세력·종교단체 및 개인들이 함께 할 때 새만금처럼 전국적인 현안으로 더욱 부각될 것이며, 동지가 있어 외롭지 않을 싸움이 될 줄로 믿습니다. 궁지에 몰린 정부와 한수원의 핵에너지 정책, 여기 부안에서 밀리면 끝장입니다. 대체에너지 얘기는 또 수십년 후퇴할 것이며, 더 이상의 반핵운동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마지막 정점에 다달았습니다. 또 다른 문명전화기의 시대로 가느냐, 끝까지 달콤함에 취해 몰락의 길을 가느냐는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부안사태, 그 속에 여러분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각 단체 및 개인의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오십시오, 당신을 보여드리겠습니다.

2003년 7월 28일 16시 감호소에서.. 조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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