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2003.09.25 | 미분류

부안 학생, 학부모들의 등교거부가 한 달째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 교육당국 그 누구도 대답이 없다. 이에 부안의 초ㆍ중ㆍ고 교장협의회가 24일 위도 핵폐기장 재검토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부안지역 47개 초ㆍ중, 고 교장으로 구성된 교장단협의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한 달째 계속되고 있는 등교거부 사태가 일어난 책임은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핵폐기장유치 신청이 이루어졌는데도

이를 기정사실화 한 정부에 있는 만큼 핵폐기장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안지역 초, 중, 고 교사 63명은 텅 빈 교실로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서 서울로 향했다.
부안, 김제, 전주 등지에서 출발한 이들이 여산휴게소에서 합류해 출정식을 갖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부안초등학교 이강산 교사의 대회사를 시작으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핵폐기장 백지화와 사태해결을 바라는 부안교사모임’의 상경집회가 시작되었다.

이 교사는 대회사에서 부안은 “’핵폐기장 백지화’를 외치며 적게는 2000명, 많게는 1만 5천명이 모이는 촛불집회를 추석 한가위에도, 태풍 매미가 몰아치는 밤에도 거르지 않고 오늘로 60일째 맞이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등교거부는 30일째이다.”

“이렇듯 한 달이 넘도록 ‘학습권’을 포기한 학생들, 가르칠 학생들 없는 학교, 어떤 의미 있는 방안도 내놓지 않는 묵묵부답인 정부, 이것이 오늘 우리 부안의 교사들이 이 곳 서울에 올 수 밖에 없었다” 며

“부안의 ‘핵폐기장 선정’은 신청에서부터 민주주의적 절차가 완전히 무시된 것이었음을 신청자인 김종규군수 자신도 여러 차례 인정한 바 있듯이 잘못된 절차는 고쳐야 하며 잘못된 단추는 다시 꿰어야 하며, 또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친다.”

“이렇듯, 부안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잘못된 정책인 ‘부안의 핵폐기장 선정’이 백지화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등교거부를 계속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으니 학교교육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국회, 관계당국은 조속히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 했다.

교사들은 국회의사당을 향해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아이들을 학교에 돌려달라’ 며100배 절을 올려 서울시민드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여의도 시민공원에서 서울시민들에게 부안의 실상을 알리는 홍보활동을 펴는 한편, 교사 대표들은 통합신당 김근태 원내대표와 면담한 뒤 부안 교사445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교조 원영만 위원장과 부안에 지역구를 둔 정균환 의원, 산자위 소속 장재식 의원이 방문해 교사들을 격려했다.

한편, 부안군의회 의원 13명 가운데 7명은 위도 핵폐기장 유치 백지화를 촉구하는 뜻에서 등원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성 명 서
우리는 부안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입니다.
부안은 지금 한 달째 학생들의 등교거부로 인해 정상수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3, 고3을 제외하고 매일 70-90%를 넘나드는 사상초유의 등교거부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가 싫다거나 공부가 하기 싫어 등교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학습권 포기’를 스스로 가슴아파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학교 나오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는 부안의 ‘핵폐기장 유치신청과 선정’이 비민주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학생과 학부모님들은 잘못된 부안의 ‘핵폐기장 선정’을 철회할 것을 김종규 부안군수에게 요청하였고, 정부에도 선정 백지화를 요청하였으나 어느 곳에서도 대답 없는 메아리만 있어왔을 뿐입니다.

부안은 ‘핵폐기장 백지화’를 외치며 적게는 2000명, 많게는 1만 5천명이 모이는 촛불집회를 추석 한가위에도, 태풍 매미가 몰아치는 밤에도 거르지 않고 오늘로 60일째 맞이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등교거부는 30일째입니다. 한달이 넘도록 ‘학습권’을 포기한 학생들, 가르칠 학생들 없는 학교, 어떤 의미 있는 방안도 내놓지 않는 묵묵부답인 정부, 이것이 오늘 우리 부안의 교사들이 이 곳 서울에 올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상부의 지시대로, 교사들 스스로 우리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학교로 나올 것을 권유하였으나 이것은 실패하였고, 이로 인해 학교와 교사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심대한 불신만을 안겨주었으며 곳곳에서 갈등과 마찰만이 번질 뿐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부안의 ‘핵폐기장 선정’은 신청에서부터 민주주의적 절차가 완전히 무시된 것이었음을 신청자인 김종규군수 자신도 여러 차례 인정한 바 있습니다. 잘못된 절차는 고쳐야 하며 잘못된 단추는 다시 꿰어야 한다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르칩니다. 민주주의는 절차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 다시 말하거니와 부안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잘못된 정책인 ‘부안의 핵폐기장 선정’이 백지화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등교거부를 계속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으니 학교교육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국회, 관계당국은 조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여 주십시오.

그동안 정부는 부안 주민들이 제기하는 부지선정의 졸속성과 불투명한 정보공개, 부지선정의 정당성 여부, 더 중요하게는 ‘핵폐기장’의 위험성과 필요성, 어느 하나도 주민들이 받아들일 만한 답을 한 적이 없었고, 돌아온 것은 오로지 ‘안전하고 어디엔가는 지어야 하며 국책사업이니 무조건 받아들여라.’는 밀어붙이기식 행정과 인구 7만명도 안되는 지역에 전투병력 7,500명을 배치하는 가공할 공권력뿐이었습니다. 부안은 오늘까지 ‘핵폐기장’ 문제로 구속 14명, 불구속 55명, 검거 255명이며 이는 같은 기간 과거 군부독재시절의 안면도나 굴업도 사태 때를 훨씬 능가하는 수치입니다

정부가 운운하는 ‘대화’도 그저 ‘핵폐기장’을 받아들이는 조건에서만 가능한 대화였을 뿐이었고, 그것조차도 앞에서 대화를 제의하고 뒤에서는 대화의 전제약속을 어겨 정부에 대한 불신만을 가중시켜 왔습니다. 부안에는 의견수렴은 없고 설득만 존재할 뿐입니다. 게다가 산자부 장관의 잇따른 무책임한 약속과 발언들, 한수원 관계자들의 시정잡배만도 못한 기만적인 사기 유치행각들, 연일 문제의 쟁점과 해결책에는 무관심한 채 선정보도와 왜곡보도마저 일삼는 언론들, 정부나 국회, 어느 한 곳에서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답답함에 부안군민은 어디에 억울함을 호소해야 하는 것입니까?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때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부안의 타들어가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정부는 뒤늦게나마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전 국민여러분들께 호소합니다!
지금 부안군민들은 ‘핵폐기장’문제가 결코 부안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핵은 국가와 국민들의 안전을 절대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므로 핵위주의 국가에너지정책을 재생가능한 에너지 정책으로 바꿔 줄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참여정부가 참여정부답게 부안주민의 참여 없이 이루어진 ‘핵폐기장 선정’을 백지화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또 국가 정책에 국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자세를 가질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편파왜곡 보도에도 더 이상 분노할 힘이 없는 부안입니다. 부안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이지 말아 주십시오.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도 하기 싫은 법입니다. 나 하기 싫으니 힘없는 네가 떠맡으라는 것은 결코 정의도 아니고 합리적이지도 못합니다. 자식걱정에 타들어가는 학부모들의 심정을 ‘자식을 볼모로 잡는 매정한 부모’로 매도하여 두 번 죽이지 말아주십시오. 자식과 후손들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부안학부모님들의 처절함을 이해하여 주십시오.

정부와 관계당국에게 요청합니다!
한 군 전체가 그것도 한달이 넘게 학교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남의 일처럼 손 놓고 구경만 하는 정부는 결코 참여정부의 자세가 아닙니다. 즉각 부안의 문제를 해결하여 주십시오.

우리는 다시 부안에 내려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간곡히 호소할 것입니다!
학교에 돌아와 공부하면서 함께 하자고 말입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학생과 학부모에게만 맡겨놓았던 부안의 문제를 교사가 적극 나서서 그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우리는 정말 아이들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싶습니다.
7월에 시작된 등교거부입니다. 10월에는 청명한 하늘 아래 운동장에서 맘껏 뛰노는 아이들을 보고 싶습니다.

– 우리의 요구-
1. 사상초유의 등교거부 사태를 정부가 나서서 즉각 해결하라.
1. 비민주적 절차에 의한 ‘핵폐기장 선정’을 즉각 백지화하라.
1. 정부는 부안문제를 더 이상 공권력에 맡기지 말고 즉각 부안주민과의 대화에 응하라.

2003년 9월 24일
부안 등교거부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바라는 부안교사 일동

출처 : 부안21(www.bua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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