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만 부리는 정부여! 부안인들은 더 이상 어쩌란 말입니까?

2003.11.20 | 미분류

어제 오후 2시부터 시작한 군민총궐기대회를 시작으로 서해안고속도로 점거농성, 각 면단위 기습시위, 수일째 계속되고 있는 문규현신부님 무기한 단식캠프 설치, 군청행진, 부안예술회관 방화, 겉잡을수 없는 민란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또다시 40여명의 주민 부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60대 할아버지는 무자비한 폭력경찰의 구타로 인하여 생명이 위독한 상태입니다. 씁슬합니다.

민주주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민중의 피가 필요하다는 역사적 사실 앞에 망연자실(茫然自失) 고개가 숙여집니다. 하나된 부안 군민들은 핵폐기장이 철회되는 그날까지 목숨걸고 나서겠다고 합니다. 명분없는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미국과 부안사태를 불러일으킨 한국, 그에 저항하는 이라크민중의 슬픔이 부안의 상황에 오버랩(overlap)됩니다.
 


‘민란’으로 불리우는 부안 사태,  다치고 피흘리는 부안 주민들
고집만 부리는 정부여! 부안인들은 더 이상 어쩌란 말입니까?
부안인들은 더 이상 어쩌란 말입니까?

예상했던대로 민란(民亂)입니다.
밤새도록 피를 흘렸습니다.

고건이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말을 바꾸었습니다.
주민투표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네요.
그 뻘 소리가 진심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언론을 통해 물타기로 일관하며 정부의 정당성만 강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갖고 공식적으로 제안하지도 않고, 시간끌 명분만 찾고 있는 것입니다.
진작에 보다 더 성실하고 책임있는 자세만 있었다면 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제 6천여명의 전투경찰로도 속수무책인 것을 보면, 이미 부안은 정부에서 수습할 수 없는 수위입니다. 이젠 부안의 실상을 전사회적으로 공유하여 구체적이고 평화적인 활동들을 펼쳐나가야 하겠습니다. 부안에서 짊어지고 있는 이 외로운 민주항쟁에 님들의 관심(사랑)과 보살핌(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아직 부안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가슴으로 만나서 깊이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부안은 지금 전쟁중입니다.
핵폐기장 논란의 수위가 심각하게 고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부의 안일한 자세가 부안군민들의 집단적인 폭력을 유도 조장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어떻게든 부안군민들을 지치게하고, 와해·분열시켜 생계위협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민관대화기구 구성을 제안해 놓고 시간끌기와 물타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정부의 대화기구 구성 제안에 또 다른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반증이며, 온갖 계략으로 또 다시 부안군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 관계당국의 방만함으로 인해 전사회적으로도 수습할 수 없는 민란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각 계의 시민/사회/환경/종교계와의 연대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핵쓰레기는 전 인류의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전국민과의 공감대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합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부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단순한 지역의 문제로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범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부안의 실상을 왜곡·은폐하여 한국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안의 문제’는 ‘부안만의 문제’가 아닌 ‘전사회적인 문제’인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이자, 한국사회에서 함께 바라보아야 할 자화상인 것입니다.
수도권은 자체 전력공급능력이 5.4%에 불과함에도 전체 전력생산량의 42%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것입니다. 즉 전기서비스 편익을 받는 수혜지역과 피해지역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부안항쟁의 원인은 결국 도시의 과소비형 에너지 생활방식과도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성과 성찰이 요구되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인 것입니다. 이렇듯 정부와 핵산업계가 21세기의 화두인 지방분권과 지역자치의 실현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풍요와 번영 속엔 부안군민들의 고통어린 피눈물과 저항이 동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정부에서 지역의 다양한 자연에너지를 고려하지 않고. 중앙집권 형태의 독점적인 전력산업구조를 고집해온 결과였습니다. 그 시스템은 끊임없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수탈과 파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 땅의 생명과 평화를 짓밟으며 민주주의 기초질서를 철저히 붕괴시키는 것입니다.
핵발전 정책에 대한 전면재검토와 전국민적인 논의없이, 핵쓰레기의 문제를 한 지역 안에서 해결하게 만드는 방식은 결코 민주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무책임한 핵에너지 정책에 대한 부담감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넘겨지게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듯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폐기하지 않는 한, 이 나라는 핵쓰레기더미에 묻혀버릴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부안항쟁을 역사적 방점으로 하여, 국민의 생명을 볼모한 핵에너지 정책의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는 핵폐기물을 어딘가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모아둔다면 핵발전소에 대한 국민여론이 우호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원자력발전소 부지별로 보관 중인 핵폐기물을 어느 한 곳에 모아두면, 국민들도 이 문제를 잊게 되어 핵발전소 건설 부담을 모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각 발전소별로 건식저장(dry cask storage)을 해도 전혀 지장이 없으며,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말입니다. 그것은 핵폐기물 문제의 영구 해결책이 새롭게 건설될 핵발전소에 대한 여론의 돌파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적인 강력한 핵발전소 건설계획으로 대책없이 핵쓰레기를 지속하여 발생시킨다는 것도 큰 부담인데, 사회적인 합의도 없이 핵폐기장 먼저 만들어 놓겠다는 술수인 것입니다.

핵폐기장 유치논란으로 불거진 부안항쟁은 국가가 부안군민을 상대로 벌인 명백한 테러였습니다. 명분없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놓고 우격다짐으로 일관하는 미국방식과 너무 흡사했습니다. 노무현 참여정부가 군정 파시스트처럼 미국방식과 너무나 닮았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것이 현 정부의 실체입니다.
정부는 한수원이 ‘3~5억 현금보상설’로 속여왔던 대국민사기극을 방조/묵인하고 있었음에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된 부안군민들은 싸우고 있습니다. 지쳐서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피눈물 흘려가면서도 목숨걸고 막아내겠다는 것입니다. 7월초부터 4개월간 싸워온 부안민주 항쟁은, 80년 광주항쟁에 버금가는 7천여명 전투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인해 300여명의 주민사상자를 발생시켰습니다.
핵폐기장 투쟁 역사상 구속자 16명, 불구속자 52명, 즉심 75명으로 유례없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러한 와중에도 매일같이 1만여 부안군민들이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진행해 왔습니다. 기적같은 일이 부안에서 100여일동안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벌써 부안촛불집회 105일째(11월7일 현재)로 접어들었습니다. 맨손으로는 도저히 폭력경찰의 쇠파이프 세례와 방패찍기를 감당할 수 없어서, 촛불집회를 통하여 부안군민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평화적인 촛불집회의 이면에는, 국가폭력에 의한 일방적 희생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촛불집회를 통하여 가슴속 깊은 곳에 분노를 삭히고 또 삭히는 연속이었습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눈물겨운 투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촛불집회장소인 ‘반핵민주광장’을 지켜야 한다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매일 나오십니다. 살을 에이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나와서 꾸벅꾸벅 졸기도 합니다. 집에 가라고 하면 그만큼의 한 자리가 비워지게 된다며, 죽기 전까지 핵폐기장은 막아내겠다고 하십니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절한 광경이 매순간 매일같이 부안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전사회의 각 계에서는 부안의 메시지를 받아 안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하여 ‘부안 항쟁’에 대한 조속한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살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이제 ‘부안항쟁’은 반핵운동의 영역을 넘어서 전 사회·시민·종교 단체에서 함께 풀어가야 할 한국사회의 역사적 과제가 된 것입니다.

다시 한번 눈물로 호소코자 합니다.
각 계의 단체 및 개인들의 조직적인 힘을 모아, 부안을 살려주시길 바랍니다. 반성할 줄 아는 자가 허물을 보듯, 부안에서 여러분들의 또 다른 모습
을 보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글 : 부안에서 조태경올림.

*** 조태경님은 녹색연합에서 열정적으로 환경운동하던 활동가였습니다. 더 큰 자연으로 가까이 가고자, 부안으로 귀농한 그는 농사도 포기한 채 오늘도 부안 핵폐기장반대 대책위에서 힘겹고 외롭게 싸우고 있습니다. ***

문의 : 녹색연합 대안사회국 이버들 (02-747-8500)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