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계 교육자 양성을 위한 바다학교.

2004.08.24 | 미분류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곳에서 내가 하고픈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나는 4년동안 수처리 공정과 폐기물선별과정과 소음측정 원리 따위를 배우는 환경공학도였다.  전공에 대한 뚜렷한 확신없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내 길이 아니다싶어 자퇴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여름내 녹색연합에서 아주 소극적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차에 간사님에게 참가권유를 받게되었다. 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고싶어서 학업을 중단했고,  “전 환경 운동하겠습니다”라고 큰소리 치고 대학원을 나왔지만 여전히 난 “환경”을 가슴으로 느끼기보단 머리로 받아들이려고하는 사람이었다. 환경운동의 의미도 정말 환경을 아끼는 마음도 그리고 배우려는 자세도 부족한 완전한 초짜배기.

바다학교 4박 5일동안 갯벌에 대해 배우기 위해 오신분들과 또 그것들을 함께 나누고 전하기 위해 오신 분들을 만나며 가슴 짜릿한 감사함을 느꼈다.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보고 함께 느끼고 싶어 갯벌에서 머리맞대고 있자하니 소중한 배움의 시간을 귀한 사람들과 나눌수 있음에 즐거웠던건 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겠다.

첫날.
올 봄 황대권씨의 “야생초 편지”를 읽을 때 야생초 그림들을 보며 얼마나 탐냈던가. 세밀화를 배울 기회가 생기다니. 첫날밤 눈을 부비대며 고도의 집중력으로 버틴 결과  나의 세밀화 첫작품 “동죽과 갯우렁“이 탄생하였다. 그냥 스윽 보면 모두 조개로 소라껍데기로 보이지만 그 무늬를 보며 그리고 있자니 그 생김생김이 다르고 특징이 있다.  직접 바다생물 세밀화를 그리고 그와 함께 짧은 글을 함께 적어둔다면 기억에 오래남는건 물론이고 훌륭한 생물도감이 될테다. 바다학교 수료자 중 ”갯벌생물 편지“내는 분은 없으려나? 사진으로도 잡아낼 수 없는 부분을 포착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게 이 세밀화라하니 분명 매력있는 분야가 아닐수없다. 많은 조개와 고동 등을 보며 맛도 보아가며 그린다면 더 좋지않을까 하는 배고픔묻어나는 생각을하며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둘째날.


물건리의 방풍림을 찾았다. 멀리서 산을 바라보면 빽빽히 들어선 짙푸른  나무들뿐인데 산에 들어서 조금만 가까이 보면 나무 사이사이로 길이 있고 물이 흐르고 많은 식물이 자라고 있다. 숲에서만 맡을 수 있는 그윽한 나무향기, 계곡을 따라서 흐르는 시원한 물, 정다운 새소리, 매미소리 이런 것들을  누리기에만 바빴지 그 나무의 이름도 새의 이름도 궁금해해 본적이 없었다.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나무에게도 나무의 이야기가 있겠지.

선생님께서 “이 이파리를 씹어보세요.이따 점심식사때 입맛이 좋아질꺼에요”라고 소태나무를 소개해주셨다. 쓴 소태나무 이파리를 씹으며 ‘다 비슷해 보이는 나무지만 참 재미나게 설명할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나무의 학명이나 나이테 따위를 따져 나이를 알려주는 것보다 더 애정어리게 나무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이구나 느끼며 여기저기 쓴 소태나무 이파리를 권하고 다녔다. 일그러지는 표정들이란.. 나처럼 소태나무를 오래 오래 기억하겠지.

셋째날.


스노클링 강습을 받은 후 바위 해안을 관찰하게 되었다. 바다에 놀러가면  해변 모래사장만 바라보았지 울퉁불퉁 발가락 아픈 바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는데 . 직접 바위에 따닥따닥 붙어있는 생물상을 보며 정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하나의 바위에서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그 생물군상이 각기 달랐다. 조간대의 특성상 상부는 태양열과 강한 파도에 잘견디는 생물상이 분포하고 하부는 부착력이 강한 생물상이 존재한다고 한다. 마치 띠를 두른 듯이 확실한 분포를 실지 내 눈으로 확인하니 뿌듯했다. 역시 열심히 배우고 공부하고 나온 보람이 있군. 영화 “미이라”,“이웃집 토토로” 생각이 나게하던 갯강구들이 발이 닿는 곳마다 우수수 쓸려 움직이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다보니 오후 한나절이 다 지나가버렸다.  

넷째날 + 다섯째날.


“바다 인근 지역에 살고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갯벌캠프”마지막 날의 하이라이트였던 환경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모둠활동이 있었다. ‘와 신난다. 배운거 써먹어야지’하며 막상 달려들었지만 마음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갯벌에 나가서 지도 그리려다가 갯벌에 빠져 신발을 찢어먹질 않나, 막상  프로그램이 이루어질 현장을 보니 막막해지는건 왠일이람. 처음엔 모둠원 간의 이야기가 난상토론 수준이었지만 함께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다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함께 먹고 자고 한 시간이 4일이 넘어가니 “척하면 척”하고 서로 마음도 잘 알게 된건 당연지사. 모둠별로 주어진 프로그램 대상(가족, 청각장애아, 도시의 부유층 주부 등)이 달라서 그런지 내가 고민해서 얻은건 하나지만 모두 다섯모둠이니 덤으로 네 개를 더 얻은 기분이 들었다.

“해설자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의 신비함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 할 수 있는 자연주의자여야 하지만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일 필요는 없다”.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환경 교육 정확히 환경 해설에 대해서 배우고 있자니 가슴이 뛰었다.

참가자는 해설가를 통해 자연에 대해 배우고 느낀다. 해설가는 자연과 참가자 사이의 창과 거울이다. 자연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내가 그것을 배우기 위해 이곳에 오게 되었구나 느끼게 되었다. 단순히 갯벌을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자연을 가슴에 품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다. 물론 내 안에 체화되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겠지만 이미 그 기쁨과 즐거움을 맛본 이상 열심히 노력하겠지.

4박 5일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수료식이 있었다. 더위속에서 배움의 열기까지 더해 얼굴이 새까맣게 탔지만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르는게 아까울 정도로 알찬 시간이 아니었나싶다. 각자 배움의 소중한 기억 안고 돌아가겠지. 갯벌 학교 앞의 장승과 운동장 한가운데 누워 바라보던 별, 마치 한채의 별장같던 생태화장실, 밥 두그릇 뚝딱하게 만들던 맛있는 남해공기,귀가 멍멍해지도록 울어대던 매미들…올 여름 잊지못할 갯벌학교의 기억이다.
우리가 지켜야할 갯벌, 그 속의 생태계…그 소중함을 많은 이들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글 :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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