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모래 채취로 황폐화된 태안군 백사장

2005.01.15 | 미분류

[1월 14일 무분별한 해양개발로 인해 파괴되고 있는 연안 생태계]
  – 백사장해수욕장, 신두리 해안사구

초록행동단의 하루
초록행동 12일차,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쑤신다. 아마도 어제 새만금에서 했던 삼보일배 때문인 것 같다. 3시간동안의 삼보일배로도 몸이 이정도인데, 제작년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를 한 문규현 신부님을 비롯한 성직자들은 어땠을까? 그 일은 정말 새만금을 살리기 위한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버스에 오르자, 창문 곳곳에 주렁주렁 매달린 양말들이 눈에 띈다. 그제까지 욕실이 없는 숙소에서 며칠을 머물다가, 어제 오랜만에 온수가 나오는 숙소에서 머무르면서 여러 행동단들이 너도나도 그동안 모아놓았던 빨래를 했기 때문이다. 버스의 시동 소리와 함께 주렁주렁 매달린 양말들이 흔들리면서 오늘 첫 번째 장소인 백사장 해수욕장으로 출발한다.



백사장해수욕장 주변에는 해안사구(모래언덕)가 많이 발달해있었다. 해안사구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어 멋진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초록행동단은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의 이평주 사무국장님의 안내로 해수욕장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위로 올랐다. 행동단은 언덕위에 펼쳐진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백사장해수욕장에는 백사장 대신 암벽과 바위가 흉물스럽게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 붙어있는 삼봉해수욕장은 백사장해수욕장과 분위기가 달랐다. 거기에는 긴 모래사장이 바다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고운 모래들이 멀리서 반짝 거렸다.

두개의 해수욕장에는 차이점이 있었다. 하나는 콘크리트로 만든 해안옹벽이 설치되어 있었고 또 다른 하나에는 해안옹벽 대신 나무로 만들어진 모래포집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콘크리트 해안옹벽으로 인해 백사장해수욕장에서는 해안사구와 백사장이 분리되면서 둘 간의 모래이동이 단절된 탓에 백사장의 모래가 계속해서 유실되고 있었으며, 삼봉 해수욕장에서는 이와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모래침식 이외에도 해안에는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태안지역 일대에는 무분별한 바다모래채취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어 해양생물들의 서식처가 줄어들고 있었으며, 꽃게의 경우 이제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일정량 이상 모래를 채취하게 되면 환경영향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태안군에서 이에 대한 감독을 게을리 하고 있어 이런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한다.



백사장해수욕장을 뒤로하고 다시 발길을 천연기념물 431호인 신두리 해안사구로 옮겼다. 천연기념물인 신두리 해안 사구의 80m떨어진 곳에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버스에 내려 신두리 해안 사구로 걸어서 진입하려고 했지만, 골프장을 찬성하는 주민들에 막혀 들어갈 수 없었다. 따라서 초록행동단은 해안을 따라 이동하면서 즉석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골프장 건설로 인한 천연기념물인 신두리 사구와 주변 해양 생태계 보전지역의 파괴가 우려되기 때문에 이를 즉각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이었다. 신두리 사구는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환경부 보호야생동물인 금개구리를 비롯하여 많은 희귀한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장소로 그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이고, 만약 이런 곳에 골프장이 건설되면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농약 및 오폐수로 인하여 주변 해안지역의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연안어업을 하는 주민들의 생계에 많은 영향일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해안에서의 기자회견을 마치고 난 후 초록행동단은 신두리 사구를 직접 걸어서 나왔다. 그냥 보기에는 단순한 모래언덕처럼 보이는 이 곳이 육상 생태계와 해양 생태계를 이어주는 생태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이고, 이런 특별한 환경 때문에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지역이다. 이런 곳을 좋은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고 보존한다면 지역 경제에 더욱 많은 기여를 하게 될텐데, 아직도 골프장 건설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후 초록행동단은 골프장으로 인한 해안사구의 파괴를 중단하고, 태안군의 불법적인 바다모래채취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초록행동단은 성명서를 통해, 바다모래채취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불법적인 바다모래채취허가는 취소하라고 주장하는 한편, 골프장 건설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과 피해에 대해 공개 토론회를 지역주민들과 함께 열 것을 제안했다.

도움을 주신 분들
서산·태안 환경운동연합 이평주 사무국장님이 아침과 점심식사를 제공해주셨습니다.
YMCA 전국연맹 전성환 기획실장님이 초록행동단을 위해 저녁식사와 외암리 민속마을 숙소를 제공해주셨습니다.
문규현 신부님, 전주환경운동연합에서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드링크, 귤, 과자, 파스를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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