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맵 대장정> 새만금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2005.08.07 | 미분류

드디어 대장정의 마지막 날이다. 동해에서 서해까지. 삼면의 바다를 둘러보고 드디어 도착한 곳은 환경 관련 모든 문제가 집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새만금 간척사업이 진행 중인  계화리이다. 초록의 대원들은 죽어가고 있는 갯벌, 새만금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계화산 정상에 올라 새만금을 바라보니



벌써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991년부터 착공에 들어간 새만금 간척사업은 물막이 공사가 90%이상 진행되었고 예정대로라면 내년 3월에 완공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전북민들의 표를 얻기 위한 급조된 공약이었던 새만금 간척사업은 그 동안 환경단체의 반발과 지역주민들의 생존권 투쟁에 의해 공사의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정부가 바뀌면서 농지조성이라는 사업 초기의 공사 목적은 산업물류거점단지로 바뀌었고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까지 비난받으면서도 농림부는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4공구의 공사가 완료된 내초도는 죽은 갯벌이 생기면서 갯벌의 생물들이 모두 죽어가고 마을 주민들 역시 하나 둘씩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일용노무자로 살아가고 있다.



해발 264m인 계화산 정상에서는 새만금 간척지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비응도에서 가력도까지 이어진 새만금 방조제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러나 그 거대한 규모에 감탄보다는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신시도 왼편으로 11시 방향에는 방조제 공사 중인 2공구가 보인다. 마지막으로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 할 수 있는 그곳에서는 방조제의 다른 구역과 다르게 약한 생명의 빛이 보인다. 하지만 이곳도 내년 3월이면 막힐 것이다.
드넓은 갯벌을 감옥 같은 방조제가 막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만나 본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단체인 ‘부안 사람들’은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물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길을 4공구 방조제에 적어도 800m를 뚫어서 만들어 줘야한다고 주장한다. 예전의 갯벌 같지야 않겠지만 죽어가는 갯벌의 숨을 터주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것이다.

어획량은 1/10로 줄었고 새만금 간척이 진행되고 있는 포구에는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죽어가는 갯벌처럼 인간이 사는 마을도 황폐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400여 가구 2000여명이 살고 있는 계화리도 아직 간척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피해가 큰 돈지 포구 등 보다는 덜하지만 해가 갈수록 물길이 줄어들고 갯벌이 마르는 등 서서히 새만금 간척사업의 폐해를 실감할 수 있다고 한다. 계화리에 위치한 지역공동체 ‘그레’는 그 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갯벌이 죽어버린 땅에는 사람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계화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새만금 간척공사를 건설 하고 있는 농업기반공사가 만든 새만금 전시관이 있다.

이미 실패해버린 일본의 이사햐만의 갯벌 간척을 성공사례라 버젓이 전시하고, 갯벌의 기능은 간과한 채 방조제 자체 설명에만 급급해 있는 그곳에서 어떠한 말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었다. 농업기반공사가 아니라 ‘농업기만공사’였다.

새만금 반대운동의 성지, 해창갯벌

해창 갯벌은 새만금 반대운동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지금도 해창 갯벌에는 새만금 반대운동이 했던 분들이 묵었던 컨테이너 박스와 새만금 지킴이 장승이 세워져 있다. 2000년도부터 지속적으로 펼쳐졌던 새만금 간척 반대운동은 문규현 신부 등 종파를 초월한 종교단체와 지역주민들로 결성되었다. 하지만 점차 운동이 관성화 되고 지역주민들 역시 생계를 위해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대신 새로운 운동이 이곳을 채워나가고 있다. 이번 8월 중순부터 열리는 부안영화제, 9월 초에 대학로에서 열리는 새만금 음악회 등 새만금 반대 운동의 방법이 문화 활동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갯벌보존, 더 나아가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고 국민의 가치관을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해창 갯벌에 세워진 갯벌 지킴이인 장승을 돌면서 대원들은 대장정의 마지막 해넘이를 보고 있었다. 짧지만 길었던 10일의 여정. 우리가 정화활동을 했던 곳들에는 다시 쓰레기가 가득 찰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여정이 헛되지 않는 이유는 우리 인생 안에서, 우리 주변에 우리가 그렸던 그린맵이 생명을 지키는 힘으로 바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새만금을 바라보면서 대원들은 절망하지 않는다. 초록의 순환이 끝나지 않는 것처럼, 그린맵 대장정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글 : 그린맵 공동취재단

환 경 이 슈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인해 생명력을 잃고, 죽어가는 것은 갯벌뿐 만이 아니다. 훼손된 채 제대로 복원 되지 않은 산도, 버려져 방치된 군사시설이 남은 해안도 모두 죽어가고 있다. 해창 마을의 해창 석산과 해안을 따라 버려진 군사시설이 바로 그것이다.

뼈만 남은 해창석산



국립공원 변산반도가 시작되는 부안군 하서면 백련리 해창마을에 들어섰을 때 맨 먼저 눈에 띈 것은 뼈만 남은 듯 앙상한 야산이었다. 산은 해안가 도로변 쪽을 제외하고는 송두리째 파헤쳐져 있었다. 속을 다 파먹고 가장자리만 남은 몰골이다. 이곳이 한때 소나무 숲이 울창했던 국립공원 지역이었다고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해창마을 야산이 파헤쳐지기 시작한 것은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2년6월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 된지 3년도 채 안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황량한 모습으로 변했다. 여론의 반대로 98년 5월 30일 중단된 해창 석산 국립공원의 암석 채취는 2002년 4월 22일 환경부의 승인을 받으면서 공사가 재개됐다.당시 지역주민과 활동가들은 월드컵 축구대회 열기로 인해 여론이 외면한 가운데 외롭지만 끈질기고 목숨을 건 투쟁을 통해 국립공원파괴 현장을 여론화 시켰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환경부와 농업기반공사의 개발의지는 막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해창 석산에서 채취한 골재는 383만8천 세제곱 미터 15톤 트럭으로 25만 6천대 분의 토석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갔다.

3년이 지난 오늘 해창 석산은 생태관광지로 조성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송과 굴참나무 등을 심어 자연환경 복원 공원으로써 형태를 갖추었지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공원이라고 하지만 그곳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친환경적 복원이라고 하지만 식재 수종이 단순하고, 절개된 암석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는 달리 야생동물도, 나비와 새도 찾지 않는 황량하게 버리진 녹색의 사막에 불과했다.  

버려진 군사시설



새만금 갯벌 변산군 계화면, 하서면 일대를  따라 가다 보면 곳곳에서 버려진 군 막사며, 초소, 철조망 등을 볼 수 있다. 2002년 이후부터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되면서 기존의 해안선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군부대가 전부 철수하고, 새 해안선으로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아직까지 방치돼 있다. 부서지거나 훼손된 철조망, 칡넝쿨로 뒤덮인 흉물스러운 초소와 막사는 폐기물 관리법상 특수 폐기물로 처리해 사실상 철거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대로 방치 함으로써 주변환경을 훼손하고 자연 경관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자연공원법에는 국립공원 내의 돌맹이 하나도 집어가면 안 되도록 규정해 놓고,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환경부가 앞장서 암석채취 허가를 내주는 나라.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파괴를 하고, 한편으로는 주먹구구식으로 생태계 복원을 하는, 환경불감증에 사로잡힌 오늘날 한국의 모습이다.

인 터 뷰  I

대장정의 긴 여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마지막 정화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9박 10일동안 대장정을 이끌어 온 박흥세 대장을 만나 그린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린맵 대장정은 환경을 주제로 한 장기간의 캠패인성, 자기 자극성 대장정입니다. 환경을 주제로 하여 젊은이들이 나라를 생각하고 자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는 행사 입니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 보게 하는 그린맵 대장정, 타 대장정과 달리 자율성과 창의성을 중요시 한다. 그 가 말하는 그린맵은 자기 자신의 소리에 귀기울리고 우리의 작은 실천을 밖으로 확산 시키는 작은 몸짓이였다. 10일동안 젊은이들과 함께한 박흥세 대장, 그가 생각하는 요즘 젊은이들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사실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린맵에 참가한 젊은이들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린맵에 참여한 대원들의 모습을 보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자하는 의욕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고생 스럽고 어려운 일임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참여 하는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또한 대원들의 모습에서 상호 선의 경쟁적인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각 모둠 활동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장’m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자기표현에 솔직한 요즘 세대들의 모습에 신선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러한 창의적이고 주저하지 않는 모습에서 젊은 세대의 희망이 보인다고 답했다.

그린맵대장정은 60명 대원의 작은 실천이다. 그러나 이 작은 실천이 자극과 확산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 환경사랑마음이 깊게 뿌리 내릴때 까지 그린맵 대장정은 계속 될 것이다.

인 터 뷰  II

이 시대가 낳은 버려진 사생아, 새만금에 대해 들어보다.

전라북도 부안에 위치한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항하여 지역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모임인 ‘그레’에 찾아갔다.  ‘그레’는 갯벌에서 농게 등을 캐는데 사용되는 도구의 이름이다. 허름한 주택처럼 생긴 ‘그레’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주민들과 함께 동거동락하며 살아가는 주민대표 염정국(42)씨를 만나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민들의 삶이 어렵고, 힘들고…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어찌할 줄 모르겠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물막이 공사부터 끝내놓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하는 것이 순리이다 라고 주장하는 정부 측의 입장 앞에 많이 지쳐 보이는 염씨가 입을 연 첫 번째 말이었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어느덧 15년째가 되어간다. 그의 모습에서 세월의 풍파를 느낄 수 있었다. “새만금은 어민들 삶의 터전입니다. 농사를 짓는 집들의 아낙들까지도 이 마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갯벌에 의지해서 살아갑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시작되기 이전에는 평균 1년에 2000만 원 정도의 소득으로 꽤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만금사업 이후 갯벌이 죽고 어족자원이 줄어들면서 어부들이 할 일을 잃고 쓰레기 줍는 등이 일일 노동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많아야 하루에 2만 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라고 다소 흥분하며 말하는 염씨는 주민들이 점차 고향을 등지고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덧붙였다. 그럼 왜 처음부터 이 사업을 저지하지 않고 한참이나 진행된 후에 와서 막으려 하느냐는 물음에 “당시는 제 5공화국시대였습니다.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서 크게 반대할 수 없던 시대였지요. 따라서 데모나 투쟁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주민들은 어떠한 사업인지 잘 모르고 잘 살게 해주고 보상도 해준다고 하니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당시 국민들은 갯벌의 중요성에 대해 거의 무지한 상태였습니다. 농지가 더 좋다는 의식이 깔려있었죠. 저 역시 그랬었습니다. 2002년 시화호 사건 이후 국민들이 갯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폐해가 하루아침에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2000년도부터 피부로 느낄 정도로 갯벌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갯벌이 죽어가고 있구나, 힘들구나, 지역공동체 사람도 결국 죽는다”라며 가슴 속 답답함을 토로했다.

“4공구 문제가 알려지고부터 정말 피해를 절실히 느꼈어요. 정말 이대로 가다간 우리 마을이 죽겠구나. 이제 어찌할 수 없는 것인가. 사실 희망보다 정말을 먼저 느꼈습니다. 게다가 시작된 집회도 거의 한풀이 수준이었습니다.”라고 한풀 꺾인 목소리로 그는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4공구 해결 전에 상생의 길은 없다 라며 곧은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또 “방조제가 쌓여갈 수록 어민들이 숨통이 막힙니다. 저희는 새만금 사업 중단, 대화의 장 마련 그리고 갯벌이 숨을 쉴 수 있도록 4공구를 터서 다리를 놓아 달라고 계속 정부 측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4공구공사가 새만금에 엄청난 파괴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동진강과 만경강이 물줄기가 나갈 곳을 잃고, 바닷물이 제대로 순환을 하지 못해 갯벌이 파헤쳐지고 썩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새만금을 ‘버려진 사생아’라고 표현하였다. “전라북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소외를 많이 받은 지역으로 발전에 대한 갈증, 갈망이 있다”라고 말하며 전북의 아픔, 상처, 한 등이 새만금이라는 사생아를 낳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새만금을 둘러싼 논란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리라고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정부가 생각하는 데로 그렇게 쉽게 되진 않을 것이라며 혹여 정부가 원하는 데로 일이 풀리면  끝까지 싸우겠다는 강한의지를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말 맑은 정신과 눈을 가진 지도자가 나와야 함을 강조했다.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이 급선무 일 것이라고 말하며 처음으로 가장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언론이 막히면 진실 전달이 잘 되지 않으며 힘도 갖출 수 없게 된다. 언론이 역할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염정국씨 역시 언론의 중요성을 뼈 져리게 느꼈다고 한다. 언론이 대중에게 정의와 진실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어 줄 것을 당부하며 인터뷰를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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