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담 불법거래의 온상, 중국 연길을 가다 ①

2005.09.13 | 미분류

– 멸종위기 야생동물, 반달가슴곰들의 쓸개는 다 어디로 갔을까? –

지난해 9월, 녹색연합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곰농장, 한국 내 약재시장에서의 웅담 관련 제품들의 매매실태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냈었다. 그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한국인들의 보신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졌고, 각종 여론을 통해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곰을 사육하여 웅담을 거래하거나, 중국이나 동남아, 러시아 등에서 웅담 관련 가공품등을 불법 밀거래하여 버젓이 팔고 있는 상황에 대한 내용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에 따라 녹색연합은 한국 정부에 1600여 마리가 철장에 갇혀있는 한국의 사육곰 정책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하고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합법적인 곰 도살 연령을 24살에서 10살 이상으로 낮추는 등 야생동식물보호법이라는 법의 원래 취지가 무색해지는 정책을 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국가간 거래에 관한 협약(일명 CITES협약)’에 따라 금지되어 있는 곰 관련 상품의 수입을 막아야할 관세청에서는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관광객들과 상인들의 불법 거래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중국 연길 조사는 중국에 여행가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웅담 불법 구입 및 반입과, 상인들에 의한 불법거래 실태조사를 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한국 정부에 다시 한번 정책변화를 촉구하고, 우리 국민들에게도 무분별한 보신문화에 의해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의 야생동물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고 호소하려고 한다.

2005년 9월 2일 금요일,


하늘을 날다. 오후 12시 40분 비행기로 경유지인 심양을 향해 출발하다. 함께 가는 인원들의 출장 스케쥴을 맞추느라, 늦춰진 최종 스케쥴은 9월 내내 전 비행석 매진이라는 설상가상의 상황에 달했는데. 2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인천-연길간 거리를 심양공항에서의 7시간여의 무료한 대기를 거쳐 밤 9시가 넘어서야 연길공항에 도착했다. 출구를 나오니 “백두산 관광여행사”, “롯데관광”, “KT관광” 등 단체 관광객들을 마중 나온 여행 가이드들이 들고 있는 푯말이 가득하다. 휴가철은 지났는데 한 눈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이 찾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연길 시내의 숙소인 호텔에 들어가는데 길거리의 풍경이 낯설지가 않다. 가만히 보니 모든 간판이 한문과 한글이 함께 표기되어 있다. 단지 ‘00리발관’ 등 북한식의 글투가 조금 다르다고나 할까.. 마치 평양의 시내 거리에 있는 듯한 느낌.



조선족과 한족의 비율이 42:58이라고 하니 안되는 외국어에 고통 받는 일은 없을 듯 하다.
늦은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재미있는 간판이 하나 보였다. ‘00살까기중심’ 엥? 저건 무슨 뜻일까? 가이드 분께 물어보니 ‘다이어트 센터’라고 한다. ‘다이어트’는 ‘살까기’, 센터는 뜻 그대로 ‘중심’이라고 쓴다. 그 표현이 재미있어 한참을 쳐다보았다. ‘다이어트 센터’보다 한결 정감있게 다가왔다. 우리말을 쓰자,, 찾아보면 있다,,

우리가 늦은 관계로 조선족인 주인 할머니와 일보는 아주마이는 집에도 못가고 기다려 주었는데, 2명의 식사인 국밥과 6명이 함께 마신 맥주와 대여섯 가지 반찬들이 나온 계산은 우리 돈으로 1만6천원. 첫날부터 여기가 좋아지려 한다.

9월 3일, 토요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9월 3일은 연변대축일이라고 한다. 연변자치구로서 정식으로 인정받은 자치구수립일로서 일년 중 가장 큰 축제 중의 하나이다.

보통 이곳 사람들은 이 날과 다음날 이틀 동안 상점을 닫고 친척들이나 친구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고 즐긴다고 한다. 동시에 이를 기점으로 백두산 관광은 백두산천지의 추위 등을 이유로 급격히 감소한다고 한다. 연길의 웅담구매자 대부분은 백두산 관광을 코스로 하는 한국인 여행사 관광객들이다. 가이드 선생님은 그래서 아주 난감해했다. 일정이 빡빡한 우리들로서는 여러 농장들과 상점들을 다녀야 하는데 걱정이 앞섰다.

어쨌든 발이 넓은 가이드 선생님의 도움으로 아침에 공항에서 가까운 거리의(연길 시내에서 10분여 정도 거리) “특산구입중심“이라는 이름의 특산물회사를 방문했다. 연변대축일을 맞아 걸어 잠근 문을 우릴 위해서 특별히(?) 열어준다. 끼익 소리가 나는 철창문을 밀어내고 들어서니, 외벽을 분홍색 페인트칠로 한창 칠하는 중이며, 내부공사 또한 진행 중인 건물이 보인다. 물어보니, 웅담 등의 야생동물의 부위를 가공하는 공장이라고 한다. 기계는 모두 한국에서 들여온 한국제이며, 이제 한두 달만 더 있으면, 완성된다고 자랑스러워한다.

눈에 새겨두고서, 들어간 회사의 1층은 갖가지 상품을 진열해 놓은 곳이었다. 사슴뿔부터 해구신, 녹변(사슴성기), 가시오가피, 그리고 웅담까지 다양하기 그지없다. 그야말로 동물 전시장같다. 재해로 모든 생명이 죽어간 사파리의 모습이 이럴까.



  

주인은 자신감 있게 자신의 상품들의 우수성에 대한 설명을 한다. 자신이 사슴뿔, 인삼, 웅담 등등의 상품의 품질을 검사할 수 있는 정부가 보증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라며, 허가증 인 듯한 수첩을 들이대고 보여준다. 자신이 감정하면 그 순간 가격의 2-3배는 충분히 더 받는다고 자랑스러워한다. 웅담 관련 가공품을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걱정했더니 웅담분을 캡슐에 넣은 후, 겉 약병의 포장은 다른 내용의 것으로 포장하면 감쪽같이 속여서 세관을 통과할 수 있다고 안심까지 시켜주었다. 정말 “친절한 아저씨”다.



  

거기에 증류수에 웅담분을 녹여서 안약으로 사용하면 시력도 좋아진다 하니, 웅담은 만병통치약인가?



씁쓸한 기분으로 상점을 나와서 간 곳은 그 유명한 “동방곰낙원“이라는 곳이다.
이 곳은 연길에서 가장 큰 곰농장으로, 보유하고 있는 곰 마리수가 무려 1600마리이다. 우리나라 전체 사육곰 숫자와 같다. 북경지사에는 800마리 정도가 있다고 한다. 농장 입구에는 농장을 방문한 인사들의 사진을 전시해 두었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 내외의 사진도 보인다.

역시 한국인의 기여가 대단한가보다.
들어가는 입구는 갖가지 곰 조형물로 알록달록 놀이공원처럼 꾸며져 있었고, 입구에는 9시, 10시 반, 1시, 4시 등 꼬마곰 쇼 타임 스케줄도 적혀져 있다. 눈에 띄는 유니폼 입은 직원만도 수 십명이다.
인도받은 방에 가니 직원이 여러 종류의 웅담상품을 보여주며 판매를 시작한다. 벽에는 중국정부의 승인을 받은 공식 곰농장이라는 증서가 부착되어 있다. 웅담분 10g에 우리돈 12만원, 성인 곰은 300만원이면 잡아줄 수 있다고 하니, 과연 곰들도 자신들의 낙원이라고 생각할까 무척 궁금해졌다. 곰들이 알았다면 화병이 날 일이다.



  

  

농장 입구에서는 방문객들이 건빵을 사야 했는데, 이는 곰들에게 간식으로 줄 용도였다. 우리나라 동물원의 풍경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바깥 우리에 사육하고 있는 눈에 보이는 곰들은 주로 1살이 안된 아기 곰들이었고, 이들은 큰 운동장형 우리 안에 수십 마리가 들어가 있었으며,  우리가 건빵을 던져주니 서로 먹겠다고 할퀴며 싸우기까지 한다. 맹수중의 맹수가 체면이 말이 아니다.



  



안내원 얘기를 들으니, 관광객이 다칠 것을 염려해 몇몇 곰들은 이빨과 발톱을 다 뽑은 상태라고 한다. 생 이빨과 생 발톱을 뽑히고, 관광객들이 주는 과자를 얻어먹는 곰의 신세라니, 하지만 지금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지 싶다. 이들이 4살이 되면 쓸개즙 추출용 곰을 모아둔, 어두컴컴한 방에 있는 간신히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좁은 철창 우리 안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운명이다.

곰들을 뒤로 하고 돌아 나오는 길에 뒷목이 쭈뼛 서도록 크고 고통스러운 어느 곰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무엇을 하는 것일까. 농장 마당 한쪽에 높이 만들어놓은 곰 모형의 동상에 수많은 돈을 들여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곰들과, 한국 곰 농장의 철창 안에서 울부짖을 곰들의 모습이 자꾸 겹쳐 보인다.

글 : 정책실 박소영 sypark@greenkorea.org

—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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