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전쟁

2003.02.25 | 미분류

< 물전쟁을 읽고 >  

인도의 생태운동가로서 칩코운동을 이끈 이로 잘 알려진 반다나 시바의 생태주의 입장에서 바라 본 ‘물전쟁’이 출판되었다. 생명의 물이자 모든 생명의 공공재인 물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사유화되면서 나타나는 지구적인 문제와 지역과 주민의 문화전통이 파괴되어 가는 문제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는 대안을 생명의 원리와 생태주의적인 입장에서 찾는 책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물에 깃든 신성한 어머니를 만나고 그 어머니의 생명의 젖줄이 모든 생명을 순환시키고 연결하여 관계 맺게 하고 비로소 생명으로서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침공이 임박해지면서 전 세계 반전운동이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 지난 2. 15 세계 반전평화공동의 날에는 전 세계 1천만명이 반전평화운동의 물결을 이루었다. 지난해 자주평화의 촛불을 밝힌 우리나라 시민들도 반전평화의 촛불을 켜들고 전쟁의 암운을 거두고 평화의 빛을 발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수천만명의 사망자를 낸 크고 작은 전쟁은 폭탄과 핵무기를 들고 일어나는 전쟁에 멈추지 않고 있다. 인류의 생명을 담보로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전쟁의 한면은 바로 물전쟁이다. 세계 인구의 10억명이 깨끗한 물을 먹지 못하고 어린이와 같은 사회적 약자는 오염된 물로 죽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전쟁으로 몰아가서 그 전쟁판에서 이익을 챙기는 것이 다국적기업이다. 다국적기업이 물시장에 뛰어 들면서 다양한 나라와 지역에서 자치적으로 관리하고 공유하던 물은 다국적기업의 소유로 넘어가고 이들에 의해 수돗물이 민영화되면서 물값은 치솟고 수질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지구환경보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가 열린 요하네스버그의 흑인 빈민 밀집지역인 알렉산드라에서는 수도요금을 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물 공급이 중단되어 결국 오염된 물을 마시고 많은 사람들이 질병에 시달리고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이 책의 저자인 반다나 시바가 지적한 모든 사람의 목마름을 해소할 권리는 이제 돈 있는 사람만이 전유하는 권리가 되고 만 일이다. 볼리비아 코차밤바시는 99년 벡텔사의 자회사에 의해 민영화되면서 수돗물이 공급되었는데 당시 코차밤바의 최저임금은 월 100달러를 넘지 못하는 반면 수도요금은 월 20달러에 이르렀다. 2000년 수백만의 시민들이 민영화를 무효화하고 물 값을 내리라고 시위를 벌이고 정부의 계엄령 발동으로 시위 참가자들이 체포되고 살해되는 과정을 거쳐 물 민영화 법안은 폐기되었다. ‘물은 생명이다. 물은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지 상품이 아니다’는 시민들의 의지와 참여로 물민주주의를 이루어낸 것이다. 물을 비롯해서 지구 생태계와 그 자연자원이 거대한 다국적 기업의 입안으로 삼켜지는 것을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지구상에는 4만 5천여개의 대형댐이 있다. 중국 2만 2,000개, 미국 6,390개, 인도 4,000개, 일본 1,200개이고 우리나라는 765개의 대형댐이 있어 세계7위에 이르고 있다. 세계 댐위원회는 이러한 수많은 댐이 만들어지면서 4,000만에서 8,000만명의 수몰민이 발생하여 고향을 잃고 강제 이주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댐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엄청난 폭력에 직면하고 심지어 살해당하고 있다. 과테말라의 칙소이 댐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던 여성과 어린이 376명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반다나 시바가 말하듯 대량살상무기와 다름없는 댐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무고한 시민이야말로 다국적기업, 세계무역기구 등과 같은 테러리스트에 의한 테러의 희생자인 것이다.

세계 규모의 댐을 보유하면서 현재 건설중인 댐의 40%가 인도에 집중되어 있다. 인더스강, 갠지스강, 히말라야와 같은 신성이 깃든 인도에서 다국적기업이 벌이는 물전쟁으로부터 자연의 어머니를 지키고 물민주주의를 쟁취하는 생명운동은 깊은 문화전통과 생명의 힘으로부터 나올 것이다. 이 책이 주는 힘과 지혜도 바로 여기에서 찾아지는 것 같다. 이 책은 물전쟁의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분석에 머물지 않고 평화적이고 생태적인 해결방안을 전통적인 지혜로부터 제시한다. 자연자원과 유지해 온 관계성을 존중하고 전통적인 자원관리 방법과 조화를 이루는 등 권한을 지역공동체에 부여한 인도의 판챠야트법이나 전통적인 물절약 기술과 지혜, 그리고 영국의 식민주의자들도 감탄했다는 수백개의 물저장소를 그물망으로 연결한 물관리 시스템 등은 생태적 그물망으로 살아가야 할 지구의 오래된 미래로 잘 보여주고 있다.
‘거룩한 어머니 갠지스강, 힌두신화에 의하면 갠지스강은 하늘로부터 흘러 내린다. 갠지스강은 하늘로부터 내려왔기 때문에 하늘에 이르는 거룩한 다리가 된다. 신성한 물은 시장을 넘어서 우리를 신화와 설화로 가득한 세계로 이끈다. 이러한 세계는 우리에게 물을 절약하고 공유하게 만들며 부족한 물을 변화시켜 풍요로운 물로 만든다’
그렇다, 물은 순환할 때 풍요로워지고 모든 생명에게 형평하게 공유되고 나누어진다. 물전쟁으로부터 지구생태계와 인류가 살아갈 길의 지혜인 것이다.

2003년 세계 물의 해를 맞아 생명의 물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모두에게 형평한 물을 되찾기 위한 길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을 모두에게 권해 주고 싶다. 여전히 댐개발과 공급위주 물정책을 펴고 있는 한국정부에 맞서 우리나라의 생태계와 지역주민의 물권리를 찾기 위한 생명운동의 지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전쟁 / 반다나 시바 지음 / 생각의 나무 출판

* 이 글을 현대불교신문 410호에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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