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 녹색휴가를 떠나자 – 휴가 이미 다 다녀오셨나요?

2003.08.19 | 미분류

매년 이맘때면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산과 강, 바다에 가 있다.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맑은 자연 속에 푹 파묻힌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진입을 하면 그 때부터가 고행이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는지 관광지마다 인파로 북적대고, 비싼 숙박비와 바가지 상흔에 불쾌지수만 높아진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45%가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에 휴가를 간다고 한다. 이렇게 한바탕 전쟁 같은 휴가철이 끝나면 우리나라 국토는 쓰레기로 몸살을 치른다. 오죽했으면 휴가지로 유명한 강원도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초여름부터 미리 ‘쓰레기 없는 여름휴가 보내기 캠페인’을 벌일까.

이번 여름, 정말 자연 속에서 제대로 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분들께 ‘녹색휴가’를 추천한다. 녹색휴가는 전형적인 농촌과 산촌에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면서 즐기는 것으로 대규모 레져 스포츠시설이나 휴양시설과 거리가 멀다. 신선한 농촌의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감상하고 농가의 생활과 음식을 체험하고 맛본다. 녹음이 짙은 전원에서 여가를 보내기에 녹색관광(green tourism) 또는 녹색휴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녹색휴가를 보낼 수 있는 주말농장이 서울근교를 중심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고, 휴양림과 농협에서 주관하는 팜 스테이도 인기를 얻고 있다. 충남 서산의 “별마을”, 전남 장성의 “영화마을”, 광주의 “무등산 수박마을”처럼 마을 자체가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마을로 꾸며져 있기도 하다. 마을 주민들은 찾아오는 도시 사람들을 위해 그 동안 맥이 끊겼던 마을 고유의 문화행사를 되살려 내기도 한다. 경북 성주 백운부락 사람들은 수 십 년 동안 중단되었던 지신밟기와 농악을 재현해내 스스로 만족해하고 있다. 수확철을 잘 맞추면 고구마캐기, 버섯따기는 물론 메주 만들기, 팽이치기, 도자기 만들기 등 각종 체험도 함께 할 수 있다. 녹색휴가는 어려움에 처한 농촌을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수려한 경관 속에 자리잡기 위해 오히려 산을 도려내고 엄청난 돈을 들여 대규모로 조성한 콘도나 리조트보다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들이 힘겹게 지키고 있는 농촌 살림에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휴가철은 모처럼 가족이 함께 하면서 아이들에게 자연을 찾아 환경의 소중함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섬진강을 지키는 김용택 시인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공부방은 자연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부모님들에게 어린이들이 농사와 자연,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도록 자연체험시간을 많이 만들어 주기를 부탁하고 있다. 논과 밭에서 어떤 곡식이 자라는지, 시골 마을 앞 커다란 나무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시냇가 작은 토종 물고기에 대해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생태체험과 관찰에 적합한 곳은 전남 '함평만 갯벌생태체험장", 변산해수욕장 모래갯벌 탐사, 용인 한택식물원, 아름다운 삼나무 숲이 울창한 축령산, 강화도 장화리 갯벌을 추천할 만 하다. 월출산이나 지리산 국립공원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자연해설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자연이 잘 보전되어 있는 곳을 소개할 때 걱정이 되는 것은 한꺼번에 사람이 몰리면서 오히려 그 지역이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녹음이 우거진 곳에 간다고 절로 ‘녹색휴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방문하는 사람들이 ‘녹색’생활을 실천 할 마음가짐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배려하고 철저히 지킨다면 수 천명이 방문해도 자연은 한결같은 모습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경기도 인근 휴양림의 야영장에서 수많은 방문객의 눈길을 끄는 가족이 있었다. 집안 살림을 통째로 옮겨왔다 싶을 정도로 많은 가재도구와 음식을 장만해 온 것이다. 세 가족 정도가 함께 오긴 했지만 가정용 중형 프로판가스통과 커다란 찜통, 일반 정수기용 생수통을 보곤 질려버렸다. 여자들은 밖에 나와서도 지지고 볶으며 음식 만들기에 여념이 없고, 남자들은 여지없이 화투패를 들고 모였다. 휴식의 즐거움은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먹고 마시기 위해 떠나는 휴가가 아니라면 서로의 역할을 배려해 꼼꼼한 휴가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휴가기간에 아빠의 주된 역할은 운전이다. 장거리 운전은 오히려 사람을 지치게 하기 때문에 짐이 많지만 않다면 대중교통이나 철도를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휴가지에서 막상 없으면 아쉬울 것 같아 이것저것 챙기게 되지만 실제로 우리가 2-3일간의 휴가에 필요한 물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전 세계를 여행한 한비야 씨도 배낭 하나에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넣고 다녔다는 것을 기억하자. 관광이 하나의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휴가를 위한 여러 가지 용품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구입하기 전에 꼭 필요한 것인지 1년에 몇 번을 쓰게 될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서 사야한다. 그리고 먹기 위해서 휴가를 가는 것이 아니다. 엄마도 휴가 때는 쉬어야 한다. 휴가 기간일수록 적당히 간단하게 먹기를 권장한다.

주 5일제가 도입되면서 여가를 즐기기 위해 자연을 향해 떠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이 좋은 자연을 우리 대에서만 누릴 것이 아니라면, 이 여름 우리는 ‘녹색휴가’를 떠나야 한다. 이번 휴가에서는 산과 들, 바다에게도 즐거운 ‘휴식’을, 우리의 마음에는 맑고 아름다운 자연의 ‘청아함’을 담고 돌아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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