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에 국민참여 있는가

2003.09.27 | 미분류

참여정부에서 요즈음 느끼는 기분은 솔직하게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정부는 이해관계의 갈등이나 판단이 상이한 국정현안을 다루면서 국민을 상대로 힘 겨루기를 해서 이기려는 국정운영의 일관성을 보고 있다.

참여정부는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를 국정목표로, 대화와 타협을 국정원리로 내세우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서 환경현안을 포함해서 굵직한 사회현안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 마치 정부가 국정목표와 원리에 따라 제대로 국정을 수행하는가를 가늠하는 공개된 장과 같은 것이었다. 정부는 사회현안이 갈등과 쟁점으로 부각될 때마다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고 있다. ‘공권력을 앞세운 정치가 아니라 법과 원칙이 확립된 대화와 타협의 정치’ ‘권력의 칼 대신 대화와 타협의 문화 존중’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공론의 장에서 국민의 공론을 확인하는 공론조사론, 대통령 주재 국정토론마당개최 등 아주 많은 개념과 방법이 제시되어 왔다. 그러나 고개가 끄덕일만한 현안해결이나 사회적 토론과 합의의 과정이나 사례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도무지 정부의 정책방향과 국정운영의 핵심을 읽어 내려갈 수가 없어 답답하다. 말은 무성하게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실상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 관료주의와 기득권으로 담합한 낡은 세력과 정책이 온전하고 있다.

국민합의를 모색하기 위한 사회적 의제 설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공론형성에 필요한 대화와 토론이 실종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우려하였다. 그리고 대화에 성의가 없거나 대화자체를 거부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누가 대화와 토론을 거부하고 있는가?

올해 환경현안은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몇 가지의 노력이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도로,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노선의 경우 국립공원이나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습지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대안노선을 요구하는 환경단체나 불교계의 요구가 어느정도 받아들여져 대안노선검토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러나 찬반의 판단을 가지고 있는 위원들이 동수로 참여하여 45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그것도 기존노선마저 대안으로 포함해서 대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 여전히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결국 문제제기를 받은 사업시행부처가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돌아가고 있다. 개발사업을 뚝딱 해 치우듯 너무도 급하고 일방적이다. 대화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갈등과 불신을 초래 할 뿐이다.

정부의 부안군 위도 핵폐기장 선정은 원칙과 상식, 그리고 대화와 토론을 저버린 대표적인 경우이다. 정부는 부안지역사회와 주민의 정당하고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요구를 처음부터 공권력과 권력의 칼로 묵살하고 철저하게 외면했다. 또한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 대화의 기본전제가 되는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핵폐기장을 기정사실화하여 특별지원사업을 벌이는 것을 유보하겠다고 행자부장관, 교육부총리가 현지에 내려와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주민 대표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특별지원사업 계획을 공공연하게 발표하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부안군수 폭행사건은 법으로 엄단하면서 부안군수가 주민의 대표로서 민의를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핵폐기장을 유치하여 지역을 이러한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왜 책임을 묻지 않는가? 더 이상 사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핵폐기장 선정의 갖가지 의혹과 투명성을 왜 풀어내지 않는가? 오히려 정부는 부안주민과 대화는 계속 시도하되 핵폐기장은 중단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만을 내놓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국민을 상대로 한 힘겨루기가 아니겠는가?
참여정부로서 대화와 타협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분명히 세우겠다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이번 부안 핵폐기장 결정을 철회해야만 한다. 이제 국민은 힘으로 다스리는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이 나라 국정운영의 사실상 주인이다.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 전투병 추가 파병 요청에 대해 국민여론을 면밀히 수렴해서 결정하겠다고 한다. 애당초 제대로 된 국민여론 수렴과 국민의 합의를 도출하지 않을 것이라면 국민여론이라는 것을 볼모로 잡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진정 국민여론을 수렴하겠다면 명분없는 전쟁을 뒤치다꺼리 하는데 우리의 젊은이를 보낼 수 없다는 국민 여론의 진실을 더 이상 가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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