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개발계획, 담수호정책실패의 반성부터 보여야

2003.12.15 | 미분류

국토연구원 등 6개 국책연구기관이 시화지구를 2020년까지 복합해양관광레저 단지로 개발하겠다는 야심작을 최근 발표했다. 이름하여 ‘시화지구 장기종합계획안’이다. 이 계획에 의하면 관광·레저단지, 첨단벤처산업단지, 생태공원, 주거단지 등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 해양신도시로 건설되고, 방조제 주변지역에는 25만2천㎾ 규모의 조력발전소와 24척의 배가 드나들 수 있는 항만이 건설된다고 한다. 1994년 시화방조제 축조 이후 10년간 버려진 땅을 개발, 레저와 첨단산업, 친환경 주거단지가 어우러진 최적의 계획도시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번 계획이 한편에서는 행정수도 이전과 국토균형발전을 핵심정책으로 표방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또 한쪽으로 수도권인 시화지구를 신도시로 개발한다는 것이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문제는 과거 개발지상주의시대에서 계획되어 추진된 대규모국책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先개발 後보전’의 정책으로 또 다른 신개발시대의 상징이 될 것이다. 지역주민들에게 장미빛 환상을 불어넣어 나중에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차이는 과거에는 밀어붙이면 된다는 인식이라면 최근에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꾸민다는 점이다. 조력발전소를 만들겠다. 생태공원을 만들겠다. 친환경주거단지를 만들겠다 등등으로 개발을 합리화하려는 의도만 읽힐 뿐이다. 몇몇 공기업들은 개발사업을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이라는 미명아래 환경파괴를 합법적으로 양산해 왔지만 ‘환경권 확보’라는 시대적 요구로 제동이 걸리자, 곧 대책을 마련해 냈다. 문제해결의 근본적인 대안을 내기보다는 환경파괴의 책임을 은폐시키고 오히려 상당부분 환경친화적인 듯한 이미지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꼼수’가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시화호는 이미 수질오염 문제로 한바탕 심각한 ‘홍역’을 치렀다는 사실을, 필자는 시화호를 담수호가 아닌 해수호로 유지하겠다는 2001년 2월 정부의 발표가 떠올랐다. 지난 87년부터 인구 및 산업활동이 밀집된 수도권에 인접한 거대한 시화호를 기초환경시설에 대한 계획 없이 방조제를 쌓아 기상천외한 담수호를 만들려고 계획이 담수호 포기발표로 15년만에 결국 정책실패를 공식적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문제는 그 당시 8천억원의 혈세가 낭비한 시화담수호 정책실패에 대한 정부차원의 반성과 책임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역환경단체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정부의 시화담수호 정책의 실패했음을 확인하고, ‘담수호 포기와 해수호 전환’과 ‘시화호 수질을 더욱 악화시키는 정부의 공단 및 농지조성계획의 백지화와 친환경적 시화호 종합개발계획 수립’을 요구해왔으나 그동안 정부는 책임회피에만 급급해왔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지금 그 당시 정책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건설교통부 등이 주도하고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현재 해수유통으로 시화호가 부분적으로 되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시화호 수질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시화호로 유입되는 일일 오염물질 총량이 5만 5574킬로그램인데 비해 안산· 시흥· 화성 3개 지역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양은 일일 4만 8152킬로그램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현재의 하수처리로는 유입되는 오염원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첨단복합단지와 신도시가 개발되면 추가적인 오염원이 가중될 것이고 현실적인 수질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시화공단의 조성으로 현재 이 지역의 환경질은 심각한 수준이다. 수도권내에 산재해 있는 부적격공장에 대한 이전용지제공을 위해 조성되어 현재 다량오염물질배출업소들이 가동을 하고 있고 해당지역주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시화지구 장기종합계획안’처럼 시화지구에 대규모 신도시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생활폐수와 산업폐수 등 더러운 물이 시화호로 흘러가 수질을 악화시킬 것이고 대기오염 역시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정부의 ‘시화지구 장기종합계획안’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날로 심각해지는 시화지역의 대기오염문제 해결과 시화호 수질개선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정책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말이다. 또한 87년에 시작하여 8천억원의 혈세가 낭비하고서야 백지화된 시화담수호 정책실패에 대한 정부차원의 반성과 책임의지가 보여야 되지 않을까? 시화호 담수화 계획의 실패를 또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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