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환경문제와 기업의 역할

2003.12.31 | 미분류

2000년 2월 22일 투발루의 이오나타나 총리는 뉴질랜드를 향해 호소했다. “투발루 사람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없어질 경우에 대비해 영구 이주지를 찾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뉴질랜드에 가라앉는 나라 투발루의 국민모두를 이민자로 받아달라는 간청이었다.
남서태평양에 점점이 흩어진 9개의 산호초 섬으로 이뤄진 투발루 군도 내에는 해발 4.5m를 넘는 곳이 없다. 면적도 서울 영등포구 면적과 비슷한 26㎢에 인구도 1만1000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20세기 들어 산업화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면서 이들의 걱정이 시작됐다.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며 해수면이 솟아오른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금세기안에 바다 수면이 80㎝정도 상승한다는 과학자들의 예측대로라면, 이 섬은 여름 만조때 바다밑으로 침물하고 말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2001년부터 이민쿼터만큼 받아들이기로 해 투발루 주민들의 ‘탈출’이 가능해졌다. 어쩌면 10년안에 투발루가 국가명단에서 삭제될지도 모른다. 기후변화로 바닷물이 계속 불어나면 남태평양과 카리브 해의 섬나라들은 투발루의 운명과 비슷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륙의 해안 저기대에 위치한 대도시도 안전할 수 없을 것이다.

법정에 선 기후변화
2003년 2월 미 코네티컷, 메인, 매사추세츠주는 미국 환경청(EPA)이 온실 가스 배출 규제에 실패해 지역 환경을 오염시켰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2002년 8월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구 온난화에 일조한 미국 기업체와 이를 지원한 미 수출입은행을 고소했다. 투발루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50년 안에 섬이 바다 속으로 사라질 위험에 처하자 지난해 9월 미국과 호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전혀 소송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흡연(필립 모리스 : 수백억 달러 규모의 흡연 피해 소송 진행 중), 비만(맥도날드 : 햄버거먹은 비만 청소년들이 소송 제기)에 이어 전 지구적 문제로 인식되는 기후변화가 소송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산불 등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상 이변의 상당수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이를 초래한 정부나 기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원고측의 주장이다. 가장 중점적인 소송 대상은 지구촌 기상 이변의 주범으로 알려진 지구 온난화. 온난화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 가스는 선진국의 무분별한 화석 연료 사용에 의해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다. 누가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누가 보상을 받을 것인가, 기상이변과 책임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가 등의 기술적인 문제가 선결돼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 소송이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재앙경고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이대로 화석연료를 마구 써서 이산화탄소를 나뿜으면 지구온난화가 가속되어 해수면이 상승하여 파국을 초래한다는 경고를 무시해온 지난 10년의 결과가 투발루주민들을 첫 기후난민을 발생시킨 것이다.
사실 기후난민은 이들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각 대륙과 나라마다 이상기후로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기상재난을 맞아 경제적 피해는 물론이고 삶을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바닷물의 상승으로 섬이 물에 잠겨 완전히 떠나게 된 경우는 투발루의 예가 처음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2의 기후난민 발생은 시간문제다.

모래바람이 푸른지구를
사막화는 21세기 인류에게 가장 큰 재앙 중 하나다. 푸른 지구가 황색 불모지대로 바뀌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파괴로 육지 면적의 3분의 1 이상이 모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급속한 사막화로 생활의 터전을 빼앗긴 환경 난민이 속출하고 있고, 자연자원 고갈과 이상기후 발생 등 예기치 못했던 재앙이 엄습하고 있다.
사막화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져 최근에는 매년 6만㎢가 사막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아시아에서는 1만4,000㎢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이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은 이미 전 국토의 27.3%가 사막이다. 게다가 해마다 서울의 4배가 넘는 2,500㎢의 땅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이미 사막은 베이징(北京) 북쪽160㎞까지 다가서고 있다. 한 때 국토의 70%를 덮었던 필리핀의 울창한 삼림은 3~4%밖에 남지 않았다.
사막화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기후변동 즉 지구온난화와 자연적 이상기후가 원인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과도한 토지이용이다. 둘 다 인간에 의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도한 경작과 지나친 방목 및 벌목 그리고 취약한 관개시설 등이 세부 원인이다.
중국, 몽고, 중앙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황사 진원지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과도한 경작, 과도한 방목, 수자원 고갈 등에 의해서 생겨난 이러한 생태적 위기 상황은 80-90%가 인위적인 인간활동의 결과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수천만 명의 환경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발생한 황사 폭풍은 중국의 하늘을 누렇게 만들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일본을 경유 태평양을 지나 미국의 서부연안까지 도달한다. 사막화는 불규칙적인 홍수와 한발을 가져오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고, 토양침식, 토양의 열악화, 생태계 파괴를 가져온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쳐 식량부족, 영양결핍, 물부족, 질병 등과 같은 현상을 가져와 국가의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열대우림의 파괴는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야생서식지의 감소와 생물의 멸종속도는 현재 역사상 그 어느때보다도 빠르며 계속 가속화되고 있다. 생물들에게 가장 풍요로운 서식지를 제공해주고 있는 열대우림의 55%가 이미 파괴되었으며, 지금도 매년 16만 8,000㎢의 숲이 파괴되고 있다. 특히 열대우림의 경우 생물다양성의 보고라고 할 만큼 많은 종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하고 있지만 세계 산림 손실량의 90%가 집중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열대우림이 파괴된다면 2030 년에는 거의 모든 열대우림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추정에 의하면 매년 5,000종이상의 생물이 멸종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속도가 지속된다면, 2020년에는 살아있는 모든 종의 약 20%가 사라질 것이다. 열대우림의 파괴로 대표되는 삼림의 황폐화는 지구온난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벌채되는 수목만큼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건조기후 지역에서의 파괴는 강우로 인한 표토의 유실로 사막화 현상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그리고 삼림의 파괴로 인한 생물종의 멸종은 인류의 멸종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의미에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처럼 지구환경문제는 우리의 생활양식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더구나 지역적인 환경문제는 바로 지구환경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에 지역에서의 환경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은 환경오염이나 환경파괴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하는 상품의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소비자는 그런 상품을 선택적으로 이용하여 기업의 투자의욕을 유도해 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의 후세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은 지구환경문제에 관한 현황을 파악해서 기업활동에 반영시켜야 한다.

기업의 환경마인드가 하나뿐인 지구를 살린다.
지구환경문제의 해결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마인드이다. 기업이 친환경적인 경영을 도입할 때 비로소 지역적인 환경문제는 물론 지구환경문제도 개선될 수 있다. 소비는 창출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소비자를 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기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1997년 IMF 경제위기이후 우리나라의 정부와 기업들이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환경부문에 대한 관심을 다소 줄여도 좋다는 인식을 다시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우리나라 기업들은 환경경영의지가 선진국의 기업들에 비해 매우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의 환경경영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에 앞서 근본적인 환경의식의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은 환경보전을 환경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실행하는 부담으로 생각해 왔다. 이러한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대처 자세로는 환경경영을 하기 어렵다. 환경부문의 강화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가지고,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환경의식을 지양하고, 진취이고 창의적인 환경의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외적 기업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환경보전을 기업의 주요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환경문제에 관련된 일련의 흐름을 단순히 기업환경의 변화 요소로만 인식하고 어떤 형식으로 그 충격을 최소화하는가에 대한 고려가 아니라 기업이 환경보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환경문제는 이제 인류전체의 생존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기업의 역할은 그동안 국민의 생계를 책임지고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었다면 이제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살아남는 문제’ 그 자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고, 많은 자본을 축적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되어 우리의 삶의 터전 전체가 붕괴해 버린다면 기업도 소비자도 함께 몰락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이 국민들에게 최대한 봉사하는 것은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제로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찰을 받는다. 의사는 여러 가지 검사를 해보고 이상인지 아닌지를 진단한다. 이렇게 정상여부를 판정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건강상태가 예사롭지 않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환경문제에서 우리의 선택이 다음세대의 운명을 결정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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