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장관을 고발하며

2004.01.26 | 미분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의 공사착공금지가처분 신청을 낸 도롱뇽의 친구, 녹색연합은지난 1.16 환경부장관을 고발하였다. 공교롭게도 당일 국무총리실이 주관하는 정부업무 종합평가에서 환경부는 최우수부처로 선정되었다. 그 동안 많은 환경현안의 해법을 찾기 위해 환경부장관을 비롯한 환경부 관료들의 노력이 없지 않았던 것을 잘 안다. 또한 환경부가 정부부처에 대해 지속가능성이라든지 환경성을 높이기 위해 지침이나 지표를 관철시킬 만큼 힘 있는 부서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엔지오 출신 환경부장관을 고발하기까지는 많은 고뇌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모든 환경문제나 환경현안을 들여다보면 여전히환경영향평가가 대단히 부실하고 심지어는 허위로 작성되어 개발사업을 통과시키는 절차이자 면죄부 노릇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환경부가 다른 개발부처로부터 밀려오는 개발사업의  환경영향을 판단하는 가치관과 기능이 상당히 무디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노선문제가 지율스님의 38일, 45일이라는 긴 단식 등으로 그 곳의 생태계 가치와 아름다움이 알려지고 4일 만에 17만 명에 이르는 도롱뇽소송인단이 모아지기도 하였다. 바로 이 사업이 지난 94년 “계획노선 주변에는 특별히 보호를 요하는 동식물은 없음”으로 된 환경영향평가서가 협의되면서 개발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이후 이곳은 환경부에 의해 98년 무제치늪이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2002년 화엄늪이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10개의 보호구역이 지정되어 있다. 또한 원시생태계의 원형을 간직한 생태계 보고라 할 고층습지가 20여개 있고 환경부 지정 법정 보호종이 3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94년 협의 이후 진실이 밝혀지고 법의 보호를 받을 장치도 마련되었다. 그리고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해 협의 완료 이후 7년이 경과하여도 공사착공을 하지 않을 경우 재협의를 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였고, 협의 당시에는 예측하지 못한 환경영향이 사업 착공후 주변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정하는 사업에는 재평가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였다. 그러나 환경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환경부가 스스로 가진 힘이 없다고 항변하기에는 분명 가진 권한과 책임을 포기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환경부장관이 고위 관료이자 국무위원이기에 나라살림의 모든 일을 걱정하고 경제가 돌아가게 해야 하기에 개발사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는 것도 외면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환경부장관이 뭇생명의 어머니 마음을 담길 바란다. 우리 사회는 빠르고 거대한 것에 눌려 자신의 생명과 권리를 다 못하는 생물 약자, 사회 약자가 다수이며 실은 이들의 생명을 짓는 다양한 활동으로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생태계가 비로소 건강해진다.

지난 12.31 통과된 낙동강하구 습지보호구역 내 명지대교 사전환경성평가는 또 한번 환경부의 경솔함과 무책임한 행정행위를 드러내었다. 1987년 낙동강하구둑 건설이후 개발의 검은 그림자가 깔려 가고 있는 이 곳에 자연이 깃들고 이를 지키기 위한 환경운동가들의 숨은 노고들이 있어 문화재보호구역, 습지보호구역,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제일의 철새도래지라는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전환경성평가 통과로 부산시가 낙동강하구를 파괴하는 최대 개발자가 되고 환경부는 이에 대해 환경면죄부를 주어 낙동강하구는 개발광풍 앞에 놓인 운명이 되었다. 문화재 보호구역내에 20층 규모의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고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습지보호구역을 가로질러 거대한 명지대교를 건설할 계획이다. 보호구역내에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습지보호법을 이 빠진 호랑이로 무기력하게 만들어 예외 적용 하고 있는 환경부는 사전환경성검토제도를 통해 사전 계획단계에서 엄격한 보호의 날을 세워야 할 책임을 낙동강환경관리청의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이다. 습지보호법의주무부서이자 최종 책임자인 환경부장관은 지역 환경청장이 부산시와 지역구의원, 기업의 개발압력에 얼마나 버틸 수 있었는지 헤아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는 2.2은 개발로 멸종위기에 놓인 습지와 그 속에 살아가는 철새들의 날이다. 수천 수만의 군무를 추는 철새들을 눈요기, 구경거리로 여기는 인간의 욕망이상으로 이들의 날개짓은 절대절명의 생존을 위한 것이요, 공생을 향한 아름다운 몸짓이다. 환경부는 생명의 생존과 아름다운 몸짓을 외면하지 말고 어머니 마음으로 원칙을 가지고 법과 행정을 집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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