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살리는 사람들①]낙동강하구에 미친 사람들

2004.02.06 | 미분류

개발의 광풍앞에서도 낙동강하구는 ‘살아 꿈틀거리는 땅’이다. 이땅을 지키기 위해 낙동강하구에 미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낙동강하구살리기시민연대'(하구연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2001년 신정연휴가 끝나자마자 부산시가 명지대교 건설 계획을 발표하자 대응하기 위한 연대기구를 만들었다. 이들은 “명지대교가 철새보호구역인 낙동강 하구 을숙도남단 갯벌을 관통하게 되면 겨울철 1,000여마리 이상의 고니떼와 기러기 무리 등이 찾는 철새도래지가 파괴될 우려가 있다”며 건설 백지화 운동에 나섰다.

생물교사, 치과의사, 신문기자, 초등학교 교사, 환경운동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은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천연기념물 179호)의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문화재청과 환경부, 건설교통부 등 관련기관에 집단민원을 제기하는 한편, 국가기관에 정책의견서를 전달하거나 집회와 시위로 건설계획에 맞서기도 했다. 대전정부청사 문화재청 앞과 부산시청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위해 서울과 대전을 하루가 멀다하고 왕복해야 했으며, 을숙도남단갯벌에서 24시간 동안 상주하는 1인시위도 벌이기도 했다. 사람들로부터 ‘새가 밥 먹여주냐’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어야 했다.

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면서 철새전문 환경단체인 ‘습지와 새들의 친구’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중록선생님과 낙동강 하구는 떼놓고 얘기를 할 수 없다. 하구연대가 탄생할 수 있는 산파역할을 했다. 낙동강 철새 도래지의 훼손을 막기 위해 환경단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하구연대가 만들어지는 산파역할을 했다. 각종 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철새 도래지를 보호하기 위한 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해도 이의를 달 사람이 없다고 한다. “명지대교 조기 건설을 주장하는 일부 지역 주민을 비롯, 지역 경제단체들과의 갈등속에서도 원칙을 잃지 않고 활동하는 것이 가장 힘들게 했다”는 최종석(부산녹색연합 운영위원장)하구연대 상임대표,
낙동강하구를 보존하기 위해 생태학교와 사진전 등 프로그램을 만들어 부산시민을 상대로 홍보을 나서는 등 실무활동과 문화행사를 도맡아하는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의 홍정욱선생님과 주미란선생님,- 주미란 선생님은 을숙도철새공화국 전속화가다. 낙동강하구에서의 각종 행사는 늘 사람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안겨 준다. 행사를 알리는 딱딱한 플랭카드 마저 주미란 선생님의 애정어린 손길을 거치게되면 하나의 작은 예술작품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해질무렵 을숙도남단 갈대밭에 누워 수백마리의 고니가 울음소리를 내며 바로 눈위에서 날개짓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모습을 마주하는 감동은 낙동강 하구에 미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는 하구연대의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신혼의 단꿈을 반납해버린 김은정(부산녹색연합) 환경부장. 새들을 만나는 것은 자연과 하나 되는 일이며, 궁극에는 철새처럼 이 세상에 왔다가 돌아가는 자기와 만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며 낙동강하구를 기록하고 있는 김해창(국제신문 환경전문기자)-김옥이(환경을생각하는교사모임)부부, 이 사람들 그리고 그밖에 지난 시절 낙동강 하구의 서정과 낭만을 기억하며 행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을숙도에 미친사람들은 개발로 인해 상처투성이가 된 낙동강 하구에서 아직도 ‘녹색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겨울철새들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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