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정부로부터 어떤 돈도 받지 않겠다(그린피스의 재정원칙)

2005.01.28 | 미분류

<사진 : 나이아가라 폭포의 멋진 모습>

캐나다 시민운동 탐방기 제 3편(그린피스의 회원과 재정사업)

그린피스 사무실을 두달 남짓 방문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 회원모집과 회비증대를 위해 쏟는 정성이었다. 그리고 그린피스의 전체 재정 60억 중 80%이상인 50억 정도를  회비를 통해 자립되고 있으며 운동의 정체성 보장을 위해 기업과 정부로부터 어떠한 후원도 받지 않는다는 점도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시민단체의 재정 수입원에 대한 논란을 놓고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시민단체가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이 내는 세금이 사회 공공 분야의 발전을 위해 쓰여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또한 적극 권장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늘 정부 또는 기업과 대립 점에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단체로서는 재정이 이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이며, 그 규모에 비해 인구가 매우 작은(3천2백만 정도)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과 같이 회원들의 직접 참여가 활발한 운동을 펼치진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의 활동을 지지하는 회원들을 적극 모아내고 이들이 내는 회비를 통해 재정을 자립하는 것이 그린피스를 포함한 시민단체의 목표 중의 하나이다. 회원들이 하는 활동들은 온라인 서명하기, 정부나 의회에 온라인 항의메일 보내기 등에 한정되고 있으며 직접 모여서 벌이는 활동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린피스는 회원들을 모아내고 회원들과의 관계를 높이고 이를 통해 회비를 증대시키는 활동에 전체 조직역량의 반을 쏟아 붇고 있다. 그린피스는 회원모집, 회비증대, 회원관리, 마케팅, 그리고 재정모금 등과 관련된 모든 활동이 한 부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관련 업무들이 서로 상관관계가 있기에 이렇게 하는 것이 업무 효율이 높다고 한다.
그린피스는 회원관련 업무 담당자 6명 외에 회원모집을 위해 12명의 거리모집단을 두고 있으며 이들의 유일한 업무는 시민들을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역할이며 매일 1인당 평균 27달러(캐나다) 정도의 월 회비 납부자를 모은다고 한다.(이들은 거리모집 성과를 회원수로 평가하지 않고 월 회비 약정액으로 하고 있음). 그 액수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지만 이러한 활동을 통해 그린피스는 매월 6백만원 이상의 회비 순 증가가 이루어지고 이를 누적하면 연간 약 4억원의 회비 증가가 이루어지는 셈이니 가벼이 볼일이 아니다. 이렇게 회원가입을 하고 나면 그 회원과의 관계는 회원관리 부서를 거쳐 전화업무를 담당하는 팀으로 이월된다. 이들은 회원과의 관계를 높이고 회비 증액운동을 펼치기 위해 별도의 10명의 전담자를 배치하고 있다. 이들의 주요업무는 회원 가입한 이후 매년 1년 단위로 전화를 하여 회원들의 안부를 묻고, 회비 증액을 부탁하는 업무와 활동이 중단된 회원들과 통화하여 이들이 다시 그린피스의 회원으로 활동하게 하는 일이다. 내가 소개받은 한 일꾼의 경우 회원들과 전화통화를 통해 연간 6천5백만원 정도의 회비 증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하니 그 결과가  상상을 초월하였다. 그린피스는 이러한 회원사업 이외에 마케팅 담당자를 두고 있는데 그의 역할은 회원사업이 잘 될 수 있도록 측면에서 지원하는 일과, 유산 남기기 운동 등을 통해 회비 이외의 별도 기금을 마련하는 일이다. 유산남기기 운동을 통해 그린피스에 모아지는 예산은 연간 예산의 5% 정도인 3억 규모라고 하며, 그 규모가 너무 적어 고민이라고 했다.  3억이면 녹색연합 연간 전체 예산의 30% 가까지 되는데 이것이 작다는 말을 들으며 우리의 기부문화 현실을 생각할 때 가슴이 저려 옴을 느껴야 했다.
그린피스의 회원 및 재정모금 사업이 이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조직에서 이 분야에 확실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30명 정도의 정규 활동가 이외에 회원사업 전담을 위해 별도의 전문 담당자를 22명 두고 있으며, 이들이 안정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기업 못지않은 급여를 지급하고 있고 이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복지혜택과 강한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다.(실제 이들이 받는 급여는 정규 활동가보다 훨씬 많다)  
녹색연합을 포함한 한국의 시민단체들도 더 이상 재정 수입구조에 대한 논란을 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회원의 회비에 의한 재정 자립을 이룰 수 있는지를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시민들의 시민사회 활동에 더 많은 참여와 더 활발한 기부문화를 기대해 본다.

                                 최승국(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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