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가 만들어가는 조직

2005.02.07 | 미분류

자원활동가가 조직을 이끌어 간다

(캐나다 시민운동 탐방기 4편 :시에라클럽 캐나다)

앞에서 소개한 그린피스가 상근 활동가들의 조직된 활동에 의존하여 활동하는 시민운동의 대표격이라면 시에라클럽은 철저히 회원들, 특히 자원활동가들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시민운동의 전형을 만들어가는 단체이다.
시에라클럽은 미국에서 조직된 단체로써 풀뿌리 조직운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89년 미국에서 시작한 시에라클럽은 미국내에서만 70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이다. 내가 방문한 시에라클럽 캐나다는 1963년에 창립하여 캐나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만여명의 회원조직을 갖고 있다.
시에라클럽 활동의 99%는 회원, 특히 자원활동가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조직은 아래로부터 조직되어 가장 민주주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고 그만큼 생태성을 가진 조직아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활동은 풀뿌리 조직에 기초하여 각종 교육, 로비활동, 환경관련 소송, 그리고 각종 캠페인과 직접행동으로 구분된다.
시에라클럽 캐나다의 4대 핵심과제는 생물종다양성 보존(숲, 멸종위기 동식물), 에너지 및 대기(기후변화, 재생에너지 확산, 화석연료 및 핵에너지 반대), 건강과 환경(대기질 개선, 독성물질 제거, 농약살포 반대 등),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로의 전환(인구문제, 무역과 환경, 생태적 세제개혁 등)으로 요약된다.
시에라클럽 캐나다는 4개의 챕터(Chapter : 지역조직)와 14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가 방문한 시에라클럽 온타리오 챕터는 사무국장과 두명의 실무자만을 두고 있는 작은 규모의 상근 실무력을 갖고 있지만 자원활동가의 활동은 매우 활기를 띄고 있었다.
시에라클럽에서 만난 제이미(Jamie)에게 자원활동력을 높이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의외로 간단한 대답을 들었다.
“자원활동가를 찾는 기초는 그들의 관심사항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것과 그들이 단체와 연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서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각의 구성원들을 그에 맞게 역할을 조율해주는 것이 활동가의 역할이다.”
그는 또한 회원관리의 가장 핵심은 “회원들을 최대한 바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의 국토를 갖고 있는 캐나다의 경우 회원들이 자주 만나 업무를 논의하는 것은 풀뿌리 조직인 시에라클럽의 경우도 쉽지는 않은 듯 하다. 때문에 이들은 이메일, 또는 전화를 통한 회의 방식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 이 조직을 대표하는 집행위원회 선임도 이메일 투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총회에서 주로 다룰 내용들도 이메일을 통해 논의하고 결정한다. 4개의 지역조직 집행위원들간의 회의 또한 전화를 이용한 회의를 통해 진행한다.
이에 비해 각 조직에서 활동하는 자원활동가 그룹의 활동은 조직을 운영하는 원동력이다.
내가 시에라클럽에서 만난 사람들 중 하나는 도시난개발과 관련된 활동영역의 의장을 맡고 있는 재닛(Janet)은 15년간 시에라클럽에서 자원활동을 담당하고 있고 지금은 주요 사업영역의 하나인 도시난개발 문제를 총괄(위원회 의장)하고 있다. 그녀가 갖는 시에라클럽 활동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으며, 시에라클럽의 장점은 단연 자원활동가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도 많은 자원활동가가 있지만 10년 이상 꾸준히 자원활동을 하고, 그 힘으로 조직의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이는 아직 없는 상황이고 보면 이들의 장점을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시에라클럽의 활동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세계 차 없는 날(Car Free Day)’ 활동이다. 녹색연합을 포함한 한국의 환경단체들도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로 인해 나타나는 각종 환경문제(대기오염, 지구온난화, 난개발, 안전 문제 등)로부터 벗어나 도로를 시민들에게 돌려줌으로서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권리를 높이고, 대중교통의 수준을 향상시켜 그  이용을 활성화하며, 지역사회의 결속을 다지자는 의미에서 2000년부터 세계 차 없는 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세계 차 없는 날‘로 지정한 9월 22일을 전후해 하루 행사에 그치고 있는 반면 캐나다의 행사는 한달 이상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으며, 한 곳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내 주요 요지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내가 토론토에 머무는 동안에는 이곳의 재래시장을 대표하는 ‘켄징톤 시장(Kensington ㅡMarket)’에서 매주 일요일 차 없는 날 행사를 시장상인들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얼핏보면 상인들은 차 없는 날 행사를 반대할 법도 한데 이들이 적극 나서서 이 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았다. 지난해는 캐나다 수도인 오타와에서 월요일에 차 없는 날 행사를 진행하여 대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는 생활속에서 ‘차 없는 날’의 의미가 실행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 프로그램도 자원활동가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고 있음은 이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렇듯 캐나다를 대표하는 시민단체 중의 하나인 시에라클럽이 자원활동가들의 힘에 의해 왕성하게 움직여지고 있지만 이들 또한 자원활동가 중심의 활동의 한계를 안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토론토에 머무는 동안 이 조직의 집행위원회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족수 부족으로 회의가 무산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으며, 시에라클럽에서 10여년동안 반핵운동가로 활동해 오던 실무자가 운동을 수행하는 자금 확보가 어려워 최근 그린피스로 이적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활동가들의 실무역량 향상과 회원활동력을 높인다는 두 마리 토끼를 쫒고 있는 한국의 시민단체들도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라고 여겨진다.

                                        최승국(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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