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후원, 그리고 가슴아픈 사연!

2005.03.28 | 미분류

3월 중순 녹색연합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주변에서 진행 중인 아파트 재개발로 인한 소음피해보상금으로 받은 1천5백만원을 녹색연합에 후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녹색연합으로서는 고마운 일이지만 수개월동안 겪은 고통에 대한 위로금을 전화만 받고  받아들이기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몇 차례 전화통화와 메일을 주고받은 후 날을 잡아 그 분을 찾아뵈었습니다. 성북구에 소재한 한 천주교 시설에서 신부님을 만나 그간의 고통과 합의과정, 그리고 후원금을 녹색연합에 내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이 거주하는 곳과는 조그마한 샛길 하나만을 두고 지척에서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언덕배기에 위치한 곳이라 암반을 깨어내는 공사가 연일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서 이분들은 지난해 11월경부터 지금까지 새벽 6시부터 시작되는 발파 공사 등의 소음으로 인해 숱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시공회사에 항의도 하고 다투기도 했지만 공사를 맡은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책임자가 아니라 잘못된 재개발 정책, 공사 소음 기준 등이 문제의 원인이기에 더 이상의 다툼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공사 시간 등에 대해 약간의 조정을 한 후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합의를 해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대신 공사로 인해 환경을 파괴하게 되니 이에 대한 대가로 일정금액을 환경운동단체에 기부함으로써 환경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공회사와 약속을 했답니다. 그리고 기부금을 전달할 단체로 녹색연합을 지정해 주셨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지금 자신들의 피해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겠지만 똑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작지만 간절한 소망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것은 ‘건설관련 소음 기준을 현재의 70데시벨에서 65데시벨로 낮추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주민들의 괴로움을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고 시공업체도 개발계획을 세울 때 좀 더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부님을 만나고 후원금을 고맙게 받기로 했지만 녹색연합이 당장 각종 공사로 인한 피해로 고통 받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에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신부님의 뜻을 받아 이곳과 같은 피해가 계속되지 않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녹색연합에 크고 아름다운 마음을 나누어 주신 신부님과 그곳 식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녹색생명운동에 더욱 힘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 신부님께서 자신을 밝히길 원치 않으셔서 실명과 장소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글 : 최승국(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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