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핵폐기물 매립장 롯카쇼무라를 다녀와서

2005.08.30 | 미분류

지난 7일 포항시 의회 동료의원 24명과 함께 포항시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유치문제와 관련하여 일본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 방폐장을 다녀왔다. 비교적 외진 아오모리현에서도 동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롯카쇼무라는 오지 중의 오지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측으로부터 그동안 인구 1만2천명의 롯카쇼무라가 중저준위 방폐장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고, 방폐장 유치로 고용과 소득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고 익히 들어왔던 터였다. 그러나 막상 롯카쇼무라를 방문해보니 그 실상이 그동안 한국 원자력계가 홍보하던 것과는 많이 달라 이를 밝히고자 한다.

우선 롯카쇼무라에는 저준위 방폐장만 있을 뿐 중준위 방폐물은 각 핵발전소 부지에 저장중이라는 것이다. 중준위 방폐물은 방사능농도가 1그램당 약 4천베크렐 이상의 폐기물을 의미하며, 안전문제로 저준위와 함께 처분할 수 없어 미래에 지하 1백미터 이상의 깊이에 별도로 처분해야 한다는 것이 롯카쇼무라 방폐장 측의 설명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롯카쇼무라를 중저준위 방폐장으로 홍보해왔고 또한 중준위와 저준위를 합쳐서 처분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둘째로는 롯카쇼무라 방폐장의 고용 등 경제효과이다. 한수원(주)은 그동안 롯카쇼무라 방폐장의 고용 인력이 2천명이라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실상은 이 인력의 대부분이 롯카쇼무라 핵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공장, 고준위방폐물 저장고 등에 고용된 것이고, 저준위 방폐장에는 고작 80명이 고용된 정도다. 한수원은 그간 ‘핵폐기장 유치만이 지역경제를 살린다’며 마치 곧 파라다이스가 도래할 것처럼 우리 지역민들을 현혹시켰으나 결국 그동안 롯카쇼무라 방폐장의 고용효과를 20배로 부풀려 거짓 홍보해온 셈이다.

현지 가이드의 말은 더욱 충격적이다. 롯카쇼무라가 방폐장을 유치한 이후 평균 소득수준이 높아진 것은 핵재처리 공장 직원들의 고소득이 합산되었기 때문이지 원주민의 소득과는 관련이 적다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롯카쇼무라를 떠날 외지인들의 소득을 원주민의 소득과 합산하여 평균하는 관행에 탐탁해하지 않는 눈치다. 더군다나 방폐장 인근의 농지는 대부분 휴경지였고 현지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롯카쇼무라 이름으론 농수산물 판매가 힘든 실정이라니 지역발전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알 수없는 노릇이다.

저준위 방폐물의 경우도 최소한 3백년 이상 안전하게 저장해야 하는 만큼 매우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정확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려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신뢰성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모해야할 정부와 한수원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허황된 광고와 거짓 선전만을 일삼는다면, 방폐장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부지조성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이처럼 허황된 홍보와 거짓된 정보를 근거로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방폐장 유치움직임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는 그럴 듯한 이유보다 지역민의 건강과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방폐물 정책 수립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

박경열 의원, 포항시 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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