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이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나요?

2005.09.29 | 미분류

<사진설명 : 고리 핵발전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초록행동단>

세계 유일의 강대국이자 경제대국이라는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Katrina)’와 ‘리타(Rita)’의 참상을 보면서 우리는 자연이 갖는 힘을,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의 오만함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처절히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또한 이번 참상이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혀지면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요구가 점점 절실해지고 있다.
이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어떤 절차와 방법으로 할 것인가는 국가에 따라서, 그리고 취하고 있는 입장에 따라 많이 다른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듯이 보이는 것이 ‘원자력(핵)’ 에너지이다.
찬핵(贊核)론자들은 프랑스의 예를 들면서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결국 지구온난화를 완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한국정부도 이러한 입장에 동조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가 고유가 시대를 맞아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化石燃料)에 비하면 원자력이 온실가스 배출을 적게 하는 것이 사실이고 재생가능에너지의 시장은 아직 극히 미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환경(環境)론자들은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찬핵론자들의 입장을 반박하고 있다. 하나는 찬핵론자들은 발전(發電) 과정에서 나오는 환경영향만을 들어 원자력이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우라늄의 채광에서부터 발전(發電), 송전(送電), 그리고 최종 소비와 폐기(廢棄)에 이르는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를 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핵폐기장을 둘러싼 갈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는 핵에너지가 갖는 가공할 위험성 때문으로,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에서 입증되었듯이 그 사고 확률이 낮다고는 하나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설사 다른 요인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자력 에너지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오랜 논쟁 끝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주요 수단에 원자력을 포함시키는 것을 반대하는 결정을 내린바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으레 반핵을 주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녹색연합이 원자력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겠지만 우리가 주의깊게 보아야 할 측면이 분명히 있다. 우리가 환경문제를 이야기할 때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았을 경우, 특히 그것이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는 충분히 검증될 때까지 그 시행을 미루는 것이 보편타당하다. 그것이 혹 있을지 모를 심각한 재앙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핵) 에너지를 둘러싼 논쟁도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원자력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누구도 그 위험성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원자력으로 온실가스 감축수단을 삼으려는 것은 더 큰 위험을 부르는 재앙이 될 수 있기에 우리는 이를 선택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단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우리가 고려해야할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차원인데 하나는 에너지 사용 자체를 줄임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으로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것과 에너지 절약을 들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전력사용 형태를 분석한 연구보고서들을 검토해보면 이러한 방법으로 30% 이상의 전력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하니 가볍게 볼 일이 절대 아니다. 두 번째 차원은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을 받는 것은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매스 등을 이용한 재생가능(再生可能)에너지로 유럽을 중심으로 그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시장의 가능성은 다국적 석유회사들이 낸 자체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나 있는데 2050년경이면 인류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절반 이상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주요에너지가 아닌 신재생에너지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회사에서도 풍력,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한국이 이 부분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에너지 종속국이 될 우려가 있다. 지금은 석유자원과 같은 에너지원이 없어 전체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지구 전체 어디서나 얻을 수 있는 재생가능 에너지원이 인류가 사용하는 주요 에너지원이 되었을 때 연구개발과 투자를 게을리 한 탓에 또 다시 이들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기들을 전량 수입해야 한다면 이는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더 늦기 전에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연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의 가능성이 열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원자력이나 석탄, 석유를 대체하기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중간단계의 에너지원으로써 천연가스이다. 에너지 효율화 및  절약과 더불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위험성이나 온실가스 배출 부담이 적은 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를 재생가능 에너지가 충분히 대안에너지 역할을 할 때까지 최대한 활용하고 그 기간동안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과 보급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승국(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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