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내주는 과기부

2006.07.31 | 미분류

▲ 심재봉화백

  

사람들의 뇌리에서는 이미 잊혀졌지만, 2004년 가을은 국내외에서 때 아닌 핵무기 개발 논란으로 정신없었던 시기다. 벼랑 끝 외교를 선보이는 북한 이야기가 아니다. 매번 북한에게 야유 섞인 질타를 날리던 남한이 핵무기 논란의 주인공이었다.

11월 26일, IAEA 의장성명 형식으로 남한 핵무기 개발 논란이 종결되었지만, 3개월여 동안 남한은 각종 외신들의 집요한 의혹제기와 형평성 논란, 3차례에 걸친 IAEA 사찰로 국제적 이미지를 크게 구겼다.

무기와 직결되는 만큼 핵 문제는 대외 신뢰도가 그 어느 분야보다 강도 높게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과기부는 ‘과학자들의 순수한 연구열정’을 앞세워 사안을 축소하고자 했다.

결국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직전까지 가서야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로 인한 외교적 피해는 실로 막대했다. 형평성 논란으로 북한 문제에 대해 적극성을 가지기 어려워졌으며, 재처리까지 감행하는 일본에 대해 적절한 견제를 하기 힘들어졌다.

또한 의심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는 유럽 국가들과 외신들을 잠재우기 위해 과기부 산하에 있는 핵통제 센터를 격상시키고, 자체적인 핵 통제 감독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했다.

이 같은 핵무기 논란의 중심에는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소 소장이 있었다. 장인순 전 소장은 2000년 당시 원자력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우라늄 농축실험을 직접 승인한 인물로, 국내 원자력 이용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먹칠을 한 장본인이다.

장인순 전 소장은 학문적 호기심에서 실시된 일회성 실험이며 IAEA 신고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가, 곧 거짓말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우라늄농축이 많아야 86mg에 불과하다고 강변했다가, IAEA 보고서에서 0.7g으로 밝혀져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샀다. 결국 IAEA 특별사찰까지 감행,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나서야 그의 질주는 막을 내렸다.

IAEA는 별도의 원자력통제기관을 마련해 핵 물질의 안전 조치를 대외적으로 실천하라고 권고했고, 과기부는 그 권고를 받아들여 원자력안전기술원 산하의 핵통제센터를 격상시켜 원자력통제기술원을 설립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규제기관인 원자력통제기술원의 대표적 인사인 이사장 자리에 장인순 전 소장이 내정되었다.

우라늄사건으로 인해 한국의 핵 통제 관련 대외신뢰도를 크게 훼손한 인물에게 다시금 규제기관의 대표로 인선한 것이다. 아무리 규제라는 것에 대해 개념조차 없는 과기부이나, 대놓고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니 관련 논란은 끝이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지난 2004년 당시 장인순 전 소장이 관련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자력연구소 소장에 대한 사의를 밝혔으나, 과기부는 임기를 마칠 것을 권유하고 심지어 2005년에는 훈장을 주는 등 국제적인 규범이나 연구윤리를 무시한 그를 감싸왔다. ‘국익 우선’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검증되지 않는 연구에 맹목적인 지원을 감행한 것도 모자라,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고 대외신뢰도를 크게 실추시킨 그에게 규제기관의 이사장을 맡기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원자력통제기술원은 2004년 원자력연구소의 핵물질 실험사건으로 추락한 국가 신뢰를 회복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 대책 필요성이 제기돼 설립됐다고 출범배경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장인순 전 소장이 주도해서 발생한 우라늄 농축실험의 뒤처리를 위한 기관이 원자력통제기술원인 셈이다. 비싼 세금으로 고양이가 야금야금 먹는 생선 조달하려니, 국민들 허리가 휜다.

위  글은  시민의  신문에서  ‘에너지’를 주제로,  연재기획  되고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리듬  타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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