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직접 전력생산, 어때요?

2006.08.17 | 미분류

▲ 심재봉화백

일궤십기(一饋十起)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하나라 우(禹) 임금이 한 끼 밥을 먹는데도 도중에 여러 차례 일어나야 했던 상황을 나타낸 말로, 몹시 바쁜 상태를 가리킬 때 주로 쓰곤 한다. 그러나 고사성어의 속내를 풀이하다보면 깊은 의미와 마주치게 된다.

우 임금은 자신에게 도(道)로서 가르칠 사람은 와서 북을 울리고, 의(義)로서 깨우치려는 자는 와서 종을 치며, 어떤 일을 고하고자 하는 자는 방울을 흔들고, 근심을 말하고자 하는 자는 와서 경쇠를 치며, 소송할 일이 있는 자는 와서 북을 치도록 하라고 하였다.

이에 우 임금은 어진 사람을 맞기 위해 한 번 식사하는 동안에 열 번이나 일어났으며, 한 번 머리를 감을 때 세 번이나 머리를 움켜쥐고 나와 천하의 백성을 위로하였다. 즉 위정자가 열성적으로 정사에 전념하고 있음을 뜻하는 고사성어다.

지방선거나 재보선과 관련한 정치인들의 바쁜 행보에 대해 언론에서는 일궤십기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바쁜 걸음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양극화 심화와 고용불안정, 경기침체는 서민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고, FTA 등의 각종 현안에서는 서민들의 요구는 묵살되고 있다. 정치인들의 바쁘다는 행보 안에 ‘국민’을 위한 마음이 진정으로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날씨마저도 민심을 외롭게 하고 있다. 강력한 집중호우가 지나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도심에서는 1900년대 초반에 비해 2배가량 심해진 열대야로 밤잠 못 드는 이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농촌에서는 가축들이 폐사하고 농작물이 말라죽는다. 또한 여수에서는 적조주의보가 발령, 어민들이 긴장의 끈을 풀지 못하고 있다. 전남지역에서 유해성 적조로 인해 지난 1995년 764억원, 2003년 215억원, 2005년 10억6000만원 등 해마다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한편 에어컨 사용으로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정전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낡은 아파트 단지와 가정의 변압 시설이 과부화를 이기지 못하고 폭발해 정전이 발생한 것이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아파트 단지의 변압기가 터져 20개동이 한꺼번에 정전되기도 했으며, 인천 작전동 상가에서는 변압기에서 불이 나서 수십 명이 대피하는 등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폭염이 시작된 7월말부터 전력사용량이 20% 가량 증가했으며 최대 전력사용량도 5,177만kw를 기록하였다. 고유가의 여파와 함께 늘어난 전력사용을 이유로, 발전사업자들은 원전을 비롯한 대규모 발전소 건설계획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자 애쓰고 있다. 특히 산업자원부에서는 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구상 중인 상황이므로 한전과 발전사업자들의 발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우리의 전력사용은 여름에 집중되어 있다. 일년 내내 대규모의 전력을 공급하는 대형 발전소만 짓는다면 봄, 가을, 겨울에는 유휴 전력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요즘처럼 전력사용이 많은 시점에도 우리의 전력 예비율은 20%가 넘는다. 원자력발전소 몇 기가 그냥 놀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전력 피크타임에만 가동하기 쉽고, 전력소비지와 가까운 곳에서 생산할 수 있는 첨두부하용 소용량 발전시설로 전력부족분을 보충하는 것이 옳다. 특히 지난 7월부터 3만5000kw 이하 소용량 발전시설에서 발생한 전력을 일반인들이 직접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구역별, 지역별로 소비자들이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  

위  글은  시민의 신문에서  ‘에너지’ 를  주제로, 연재기획 되고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리듬 타다’ 칼럼입니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