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그림 선생님을 추천합니다

2007.04.23 | 미분류

제가 박그림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대학을 막 졸업하고 녹색연합의 활동가가 된 2000년이었습니다. 녹색연합에서 맨 처음 맡은 일이 야생동물 보호였습니다.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야생동물 보호운동’의 ‘대부’인 박그림 선생님을 찾아뵈었고 오랫동안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제게 박그림 선생님은 환경운동의 대선배이자 삶의 등불과 같은 분이십니다.

박그림 선생님의 ‘슬라이드 강연’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는가?”로 시작되는 강연은 박그림 선생님이 그동안 현장에서 찍은 수많은 슬라이드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입니다. 잔잔하고 편안한 목소리로 설악산, 산양, 개발, 환경,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박그림 선생님의 강연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을까요? 지금까지 강연은 수없이 진행되었고, 저도 열 번이나 넘게 강연을 들었지만 늘 새로운 사진과 새로운 이야기가 추가됩니다. 2000년에는 설악산과 산양의 아픔을 알리기 위한 전국 자전거 순회강연을 하기도 했습니다(2000. 8.15-10.3). 무려 48일 동안 전국 40개 도시를 자전거로 달려(3,000km) 강연을 하셨습니다. 박그림 선생님이 나이를 들어가면서 슬라이드 사진 속 현장도 점점 옛일이 되고, 그만큼 사라지고 파괴되는 현장도 많기에 그 사진들이 모두 소중한 자료들입니다. 그렇기에 박그림 선생님은 훌륭한 환경교육가이자 기록자입니다.  

박그림 선생님 하면 모두 ‘산양’을 떠올립니다. 저도 녹색연합 활동가가 되기 전까지는 ‘산양’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심지어 하늘다람쥐, 고라니, 삵, 사향노루도 야생동물보호운동을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성장과 개발을 향해 달려온 한국사회에서 야생동물의 존재는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인 그저 그런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존재를 그리고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박그림 선생님은 이런 야생동물들에게 제 이름을 찾아주는 운동을 시작한 분입니다. 사람들은 박그림 선생님을 통해 ‘산양’을 ‘흑염소’와 ‘노루’와 구별할 줄 알게 되었고, 또 ‘산양’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흑염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설악산에서 ‘산양’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박그림 선생님이 뛰어갔더니 나무에 흑염소를 메어 놓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기 때문입니다. 박그림 선생님께 전화를 하면 한참 동안 연락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럼 저는 설악산 한 자락 어딘가에서 산양 서식지를 조사하시는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박그림 선생님이 산양 보호운동을 시작하신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국내에는 산양에 대해 체계적인 조사보고서나 보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의 산양들에게는 박그림 선생님이 유일한 안식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박그림 선생님이 아주 훌륭한 국제연대 운동가라고 생각합니다. 2001년 저는 박그림 선생님과 함께 두만강 생태탐사 프로그램으로 9박 10일 동안 두만강의 중국 쪽 강변을 따라 걸으면서 두만강의 환경에 대한 조사를 하였습니다. 2002년에는 연해주 생태탐방 조사에 함께 하셨습니다. 2003년에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밀수입되는 웅담에 대한 조사를 하기 위해 중국 동북3성의 곰 농장 20여 군데를 샅샅이 뒤지기도 하였습니다. 힘든 조사였지만 매순간 조사팀을 이끌어주셨습니다. 또, 러시아 산양전문가 미슬렌코프 박사님과 인나 박사님과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박그림 선생님이 러시아 산양서식지로 직접 방문하시기도 하고, 또는 두 분을 초청하기도 해서 설악산을 산양에 대한 조사도 하셨습니다. 국내에 산양 생태에 대한 전문 지식이 축적된 것이 없어서 박그림 선생님은 두 분 산양 박사님을 통해 산양의 생태를 기록해나가고 있습니다. 곧 산양에 대한 책 두 권이 한국어로 번역되어서 출판될 예정입니다. 그 책들은 박그림 선생님이 오랜 시간을 들여 두 분 박사님의 글을 번역한 내용입니다.

박그림 선생님이 살고 있는 곳은 설악산입니다. 또, 박그림 선생님이 그렇게 사랑해마지 않는 산양들도 설악산에 살고 있습니다. 박그림 선생님이 설악산을 더 사랑하는지 산양을 더 사랑하는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국립공원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일과 도로가 마구 건설되는 것을 막는 일도 박그림 선생님의 일이었습니다.

지금 박그림 선생님은 ‘산양연구소’를 만들고 있습니다. 설악산 국립공원과 백담사를 설득해 예전에 백담대피소로 쓰이던 공간을 아이들의 야생동물 교육과 산양 조사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백담대피소에서 산양서식지까지 거리가 가까워 산양연구의 최적지입니다. 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박그림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백방으로 뛰어다니셨습니다. 이제 이 공간이 진정한 산양연구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박그림 선생님의 소원이자 또 할 일입니다. 남은 일은 이 연구소의 공간을 제대로 잘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박그림 선생님의 ‘산양연구소’가 자리잡기를 늘 마음으로 빌고 있습니다.

박그림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 궁금하시면 함께 식사하거나 차를 마시면 됩니다. 그 분의 삶과 환경에 대한 철학에 절로 은은하게 젖게 될 테니까요.
설악산을 터전으로 현장에서 산양의 서식처를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박그림 선생님의 직업은 ‘환경운동가’입니다.
‘환경운동가’ 박그림 선생님을 ‘교보환경문화대상’ 수상자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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