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문화재 관람료 갈등 해법

2007.08.02 | 미분류

국립공원 문화재 관람료 징수, 근본 해결책을 찾아야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

금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산을 좋아하는데다 입장료 부담마저 없으니 국립공원 입장객이 느는 것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으로 막상 국립공원 앞에 이르면 누구나 한번쯤 의외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때로는 실랑이를 벌이면서 기분을 상하게 된다. 입장료가 폐지되었다고 하는데 공원에 들어가려면 또 다른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폐지되었지만 사찰에서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싸고 일부 시민단체와 불교계, 등산객과 관람료 징수원 사이에서 적지 않은 마찰이 빚어지고 이 문제가 또 다른 사회 현안으로까지 대두대고 있다. 현재 문화재 관람료를 국립공원 입구에서 받고 있는데, 입장료마저 폐지된 상황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국립공원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원입구에서 징수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문화재 관람료는 문화재를 관람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받아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징수 장소가 문화재가 있는 사찰의 일주문 앞에서나 특정 문화재가 위치한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타당한 이야기인 것 같다.

그렇다면 불교계에서는 왜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의 많은 부분은 사찰이 소유한 땅이고, 또한 공원 내의 대부분 문화재는 불교계가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공으로 만들어진 문화재뿐만 아니라 해인사나 법주사의 경우 그 지역의 많은 사찰림 자체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 해당 지역 전체가 문화재라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재를 관리하고 보전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에 문화재 관람료는 반드시 거둘 수밖에 없고, 또 공원 입구에서 받는 것이 논리상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나는 무엇보다도 문화재 관람료 문제가 지금처럼 불교계와 시민사회의 갈등 양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은 불교계나 시민단체가 아니라 정부이기 때문이다. 물론 불교계가 관람료 징수 방법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는 자세가 필요하며, 시민단체에서 제기하는 관람료 사용내역 등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문제의 본질은 정부가 지정한 수많은 문화재를 관리해야할 책임이 정부에 있고, 넘쳐나는 등산객으로부터 사찰의 수행환경을 보장하고 수백, 수천년 동안 가꾸어 온 사찰림을 온전히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정부가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불교계에서 사찰림을 등산로로 내주고 있음에도 정부에서는 이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사찰을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우회 탐방로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더 이상 관람료와 관련한 갈등을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문화재 보호를 위한 지원방안과 사찰림 보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와 함께 불교계에서도 자신의 논리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하지 않은 곳의 관람료를 폐지하고, 필요한 곳은 징수 방법을 변경하여야 한다.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싼 갈등의 근본 해법이 마련되어 국립공원에 드는 시민들이 더 이상 눈살 찌푸리는 광경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내일신문 8월 2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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