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보다 ‘차’를 곁에 두는 가을

2007.11.06 | 미분류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부쩍 사람들 발길이 잦아지는 곳이 있다. 바로 커피전문점이다.

특히나 요즘은 커피 테이크아웃점이 대거 늘어나면서 사무실 밀집 지역의 점심시간 풍경을 그리라면 단연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한잔씩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을 커피 한잔과 함께 시작해서 하루에 2-3잔, 많게는 7-8잔까지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커피가 몸에 좋다, 나쁘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커피 소비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매일매일 늘 곁에 두고 마시는 커피, 이 커피가 단순히 개인의 기호나 건강의 문제를 떠나 심각한 환경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한번쯤은 고민해보자.

현재 세계 커피 생산량은 14조원 단위에 이르며, 이는 60kg 짜리 부대를 피라미드처럼 쌓았을 때 파리의 에펠탑 높이와 너비를 훨씬 넘는 양이라 한다. 전 세계 2,000여 만 명의 사람이 커피와 관련된 일자리를 가지고 있고, 지구촌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커피는 25억 잔에 달한다. 그런데 커피는 생산량에 비해 가공양이 매우 적은 농작물이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소비량에 맞추기 위해 커피농장은 나날이 넓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커피는 열대림의 자연 상태에서 재배되었는데 커피 소비가 전 세계에 확산되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멕시코와 콜롬비아, 중앙아메리카 지역의 40%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 맞추기 위해 커피재배지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커피재배지로 유명한 브라질, 콜롬비아, 남미 등의 지역 외에도 북위 28도에서 남위 30도 사이의 커피재배에 알맞은 기후를 가진 거의 모든 지역들이 커피 재배지로 바뀌었고, 이 지역은 커피존(Coffee Zone) 또는 커피벨트(Coffee Belt)라고 불린다.

이렇게 커피가 대량생산되면서 재배지역의 확대로 인한 여러 가지 환경문제가 발생하는데, 가장 심각한 문제가 열대림의 감소이다. 열대림은 지구 표면의 7%밖에 안 되지만 지구 생물의 절반이 살고 있는 거대한 생물저장고이다. 또 열대림은 쉬지 않고 엄청난 양의 산소를 빨아들이고 산소를 뿜어내면서 지구의 허파 구실을 하는 아주 중요한 지역이다. 그런데 요즘 전 지구에 걸쳐 벌목, 플랜테이션, 목장, 광산, 석유개발 등 돈벌이 사업으로 해마다 적어도 남한 면적의 1.7배에 가까운 열대림이 사라진다고 한다. 1초에 축구장 2개만큼의 면적이 없어지고 있다니 이대로 가면 지구상에서 열대림이 사라지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이다. 한 예로, 코스타리카라는 나라는 커피와 바나나가 도입된 1830년대에 플랜테이션 농업이 시작된 이후로 한때 전 국토의 99% 이상이던 열대림이 화전과 개발로 이제 18%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건 바로 이런 열대림의 파괴가 기후변화의 가속화에 일조한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일회용 컵에 의한 환경문제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커피 전문점 중 가장 점유율이 높은 S사에서 연간 사용하는 종이컵이 15억 개 이상이라고 한다. 물론 회수하여 재활용을 한다고 하지만 회수율이 20%를 넘지 않는 현실이고 보면 그 많은 종이컵들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많은 나무를 베어가면서 만든 자원의 낭비뿐 아니라 한번 쓰고 남은 그 수많은 일회용 컵들은 소각장으로 가서 다이옥신을 발생시키거나 땅속에 매립하면 썩는데 20년이 걸린다. 쓰레기 처리 비용만도 연간 1,000억 원이 넘게 들어간다.

물론 커피라는 기호식품이 사람들에게 주는 이로움은 있다.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 소비되고 생산된다는 것이다. 인류의 생존에 절실하지 않은 어떤 생산물을 위해서 지구의 허파인 열대림이 파괴되고, 포화 상태인 지구촌을 또 한 번 쓰레기로 넘쳐나게 한다면 이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것이다.

그윽한 커피향이 생각나는 가을이 왔다. 조금만 커피 양을 줄여보자. 대신 건강과 마음 수련에 좋은 우리 차를 마시는 습관을 들여 보자. 한결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자기 컵을 들고 다니자. ‘앞으로 일회용 컵은 쓰지 않겠다.’는 자기 원칙을 정하고 나면 의외로 쉽게 실천이 가능하다. 녹색가을을 맞이하는 아름다운 지구인으로서의 약속이다.

김혜애 /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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