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시대 코앞…세상 물정 모르는 산자부

2007.11.20 | 미분류

[기고] 에너지 정책 전면 수정 불가피하다

한반도를 붉은 물결로 물들였던 2002년 월드컵 당시 중동산 두바이유 연평균 가격은 배럴당 23.88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던 유가가 5년 만에 다섯 배나 뛰어올라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이 각종 유가 전망을 쏟아 내놓고 있지만 유가가 당분간 50달러, 혹은 그 이하로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적이다.
  
정부는 딱 1년 전, 국가에너지위원회 출범에 맞춰 ‘에너지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그런데 산업자원부가 작성해서 제출한 이 ‘에너지 비전 2030’의 2030년 유가 전망을 보면 놀랍다 못해 충격적이다. 산자부는 미국의 에너지정보청(EAI) 자료를 인용 2030년 유가 수준을 배럴당 57달러로 예상했다.
  
EAI 자료를 보면, 유가가 아무리 급상승하더라도 2030년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 산자부는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의 보고서를 인용해 2050년에도 오일샌드, 오일셰일 등 신규 에너지원의 개발로 석유의 수급 불균형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낙관적인 전망을 비웃고 있다. 2030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미 2007년에 유가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현실과 괴리된 에너지 정책의 원인은 명백하다. 2003년부터 ‘석유 생산 정점(Peak Oil)’의 도래를 경고해 온 석유가스정점연구회(ASPO) 의장 쉘 알레크렛 스웨덴 웁살라대학 교수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에너지 정책이 미국 에너지정보청의 편향된 정보에 강하게 종속되어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이렇게 낙관적인 전망에 기반을 둔 바탕으로 ‘에너지비전 2030’은 2030년까지 국내 에너지 소비량의 35%를 자주 개발로 충당(2005년, 4.1%)하고 신ㆍ재생에너지 보급률을 9%수준으로 확대(2005년, 2.1%)하기로 했다. 또 석유 의존도도 35%까지 축소(2005년, 44.4%)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05~2030년 기간 동안 최종 에너지 수요가 연평균 2.0% 증가할 것으로 보고 GDP 1000달러를 생산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를 현재 0.358TOE에서 2030년까지 석유 0.2TOE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연평균 에너지 수요 2% 증가를 전제로 했을 때 한국의 석유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원단위 개선에 있어서도 일본은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2003년 이미 0.105TOE를 달성했고, 현재 OECD 평균이 0.201TOE 수준이다.
  
유가가 100달러를 육박하는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세운 ‘에너지 비전 2030’이 유효한 것인지 긴급 재검토가 필요하다.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에 부응해 계속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취할 것인지, 재생 가능 에너지 비율을 2011년 5%를 목표로 삼으면서 2030년까지 고작 4%가 늘어난 9%를 목표로 하는 것이 적당한지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서민은 유가 상승으로 유달리 추운 겨울을 나게 될 것이다. 지금 고유가에 대비한 장기 에너지 비전을 새롭게 세우지 않으면 해마다 춥디 추운 겨울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고유가 대책으로 단기 처방이 아니라 석유로부터의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독립을 준비하는 것이 정답이다.
  
석유에 중독된 경제 체제를 그대로 가지고 갈수록 고유가에 대한 대응능력은 떨어지고 국민 경제는 휘청 이게 된다. 에너지 고갈과 기후 변화에 대비해 보다 전향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재생 가능 에너지의 공급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이유진/녹색연합 에너지ㆍ기후변화팀장

프레시안 200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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