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특별법 공화국?

2007.12.05 | 미분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란 헌법 1조는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벅차게도 한다.  그런데, 어느새부터 민주공화국이란 말을 대신해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란 별칭이 붙더니, ‘특별법 공화국’이란 말까지 나돈다.  참여정부라기 보다, 특별법 정부라 불리는 편이 낫다는 말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 10건의 특별법이 제정되고,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 시절 13건의 특별법이 제정된 것에 비해, 참여정부에서는 이미 46건의 특별법이 통과됐고, 23건의 특별법이 국회 계류 중이라고 한다.  특별법 공화국이란 명칭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환경단체가 특별하게 특별법 공화국이란 우려를 보내는 이유는 특히 개발특별법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공공 서비스 영역인 의료, 교육 분야를 민간기업에게 넘겨준 것도 모자라,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고, 각종 난개발을 가능하게 한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은 이미 제정되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갯벌이었던 새만금 갯벌은 방조제 공사 마무리 후 사막화되고 있고, 뭇생명의 아우성을 뒤로 한 채 새만금개발특별법안이 나왔다.  동서남해안발전특별법안은 우리나라 전체 연안과 해양을 국립공원까지 포함해서 환경규제 없이 개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 또한 내년 총선을 의식한 지역구 의원들의 발의로 시작해서 새만금특별법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말았다.  

연안개발특별법은 발의된 후 환경단체, 지역시민단체, 법조계인사들로 부터 많은 우려와 저항을 받아왔다.  특별법으로 인해 일반법이 특별히 무용지물이 되는 것도 그렇고, 특별법에 의해 일반 법 체계를 흔들게 되는 것도 그렇고, 더군다나 국토의 30%에 해당하는 지역이 특별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전혀 납득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30%의 국토면적을 특별히 개발하려 하다니!  더군다나 이 지역엔 국립공원도 포함되어 있어서, 국가가 자산으로 보전.관리하고,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자연유산마저 훼손당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새만금을 농지로 만든다더니, 복합산업단지, 종합관광단지로 만들기 위해 ‘관계 법령에도 불구하고’ 개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별법이 그러하듯이, 다른 법령에 우선하는 것이 명시되어 있고, 오랜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제정된 다른 법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외를 보장하고 있다.  이런 개발특별법들은 하나같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다.  내륙특별법도 공론화되고 있다.  이어서 수도권도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가 균형 발전해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 국토를 특별히 고르게 난개발하는 것이라면, 과연 국가균형발전에 걸맞는 표현일까?  

내년은 환경올림픽이라 불리는 람사총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람사총회 유치로 습지에 대한 인식과 정책이 한단계 도약되길 기대했던 사람으로서, 연안습지를 규제없이 개발하는 법안이 우리 법률에 나란히 등재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는 국회가 법을 정치적으로 제정하거나, 국회가 입법 정신을 현저히 왜곡한 법률을 제정했을 때를 대비해 견제장치를 두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그것이다.  우리 연안습지의 미래를 위해, 특별법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지금 필요한 일은 대통령의 결단이다.  그래야 내년 람사총회도 당당히 개최할 수 있지 않겠는가.

● 글 : 녹색연합 임성희 정책실장

(*) 위 글은 12월 3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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