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만 부추기는 수사결과 발표와 삼성의 사과

2008.01.25 | 미분류

분노만 부추기는 기름유출사고 수사결과 발표와 삼성의 허울뿐인 사과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지난해 12월 7일 삼성중공업과 허베이스피리트호에 의해 발생된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50여일이 지나서야 사고 조사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와 사고를 낸 당사자인 삼성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수사 결과나 삼성의 사과 수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시하기보다 수많은 피해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온 국민의 분노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태안반도뿐만 아니라 서해안 대부분 지역을 초토화시키고 죽음의 바다로 만든 이번 사고는 해당지역 주민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버렸고 생계를 잃고 비관해 오던 지역 주민 세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깝고 참담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국내유일의 해안국립공원인 태안해안국립공원을 포함한 천혜의 자연생태계는 수십년이 걸려도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사고를 낸 삼성은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또한 주민들과 생태계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과 책임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이 자신들의 법적 책임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만 총력을 기울여옴으로써 태안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온 국민의 뜨거운 분노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발표된 검찰의 수사결과와 때를 맞춘 삼성의 형식적인 사과발표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끓는 분노를 누그려 뜨려 왔던 태안지역 주민들과 시민들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번 수사결과 발표는 한마디로 삼성 봐주기 수사, 짜맞추기 수사의 전형이었다. 풍랑주의보 속에서 무리하게 운행한 점, 항해일지를 조작한 점 등 누가 봐도 뻔하리만큼 삼성의 중과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과정에서 운항과 지휘책임, 항해시시템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해당 책임자를 소환하지도 않았으며 해당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조차 진행하지 않고 결론을 내 버린 것이다.

이러한 검찰수사결과보다 한 술 더 뜬 곳이 있으니 바로 삼성이다. 삼성중공업은 그간의 침묵을 깨고 주요 일간지를 통해 사과문을 실었으나 사과문 어디에도 이번 사고가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내용도, 또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사고의 책임을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돌리면서 책임을 피하려는 술수까지 담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삼성이 침묵하는 동안 1백만명이 훨씬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삼성이 저질러 놓은 오염물질(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온 정성을 다했음을 전국민이 알고 있음에도 삼성은 사고 직후 현장방제활동에 전력을 다했다는 뻔뻔한 내용을 싣고 있다. 국민들의 눈을 피해 숨어서 방제활동에 일부 참여한 것이 삼성이 다한 최선의 모습이라면 이후 삼성이 보여줄 태도가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피해지역 주민들이 기댈 곳은 바로 자신들 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삼성의 거짓 사과가 있은 지 하루만에 3천여명의 지역주민들이 상경시위를 하기에 이르렀고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녹색연합을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삼성을 직접 고발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나는 삼성이 더 이상 피해지역 주민과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이제라도 진정성이 담긴 사죄를 할 것과 이번 사고로 인해 발생한 지역주민들의 피해보상과 생태계 회복을 위해 무한 책임을 질 것을 천명하기 바란다. 그 길만이 삼성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안임을 삼성이 알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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