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산림청의 야생동물증식장 조성사업으로 50억 예산낭비와 생태파괴

1999.05.10 | 미분류

 

산림청의 무모한 “야생동물증식장”
조성사업으로 50억 예산낭비와 생태파괴

 녹색연합(사무총장 張 元)은 야생동물증식장 조성사업으로
50억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야생동물의 서식처를 파괴하고 있는 현장을
확인했다.

 산림청은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1561m) 정상 일대의
2240ha에 달하는 면적에 대규모의 야생동물증식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과학적 검증없이 사업을 추진하여 많은 예산을 낭비하고 야생동물 서식처를
파괴했다.

  산림의 정화를 담당해야할 산림청이 공사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그대로 방치하여 폐유, 드럼통, 오일, 건축폐자재 등이
증식장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야생동물증식장이란 정확한 과학적 연구와 조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당지역에 대한 사전 야생동물조사나 연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시설물만 설치하는데 급급하여 예산을 낭비했다.

 99년 5월 10일 현재 가리왕산 정상부 일대의 해발 1000m
위치에 약 20km 가량의 철조망이 둘러처져 있어 야생동물의 이동을 방해하며
서식처를 위협하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녹색연합은 현장조사를 통해 이 사업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5월 10일 감사원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즉각적인 실태조사와 사업중지
명령을 내려 줄 것을 요청하였다.

※ 붙임 1. 가리왕산 야생동물 증식장에 대한 보고 (5장)

  문의 : 녹색연합 생태보전부 서재철, 윤수영 간사 (02-747-8500)

 

가리왕산 야생동물증식장에
대한 보고

1. 가리왕산 개요

●가리왕산(1561m)은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북평면, 평창군
진부면에 걸쳐있다. 정상봉을 중심으로 북서쪽에 백석산(1365m), 서쪽에
중왕산(1377m), 남서쪽에 청옥산(1289m)등 큰 산을 거느리고 있는 강원
남부 산림생태계의 거점이다.

●옛날 맥국의 가리왕이 피난하여 성을 쌓고 머물렀다하여
‘가리왕’산이라 불리우게 되었다. 지금도 북쪽 골짜기에 그 대궐터의
흔적이 남아있다. 역사와 더불어 자연경관이 탁월한 산이다. 숲과 계곡이
어우러져 온갖 동·식물의 보고로 강원남부의 중심이 되는 산이다. 최근
유명해진 동강의 배후가 되는 산이 바로 가리왕산이다.

●가리왕산은 산림청의 개발로 훼손이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산 전체를 휘어감으며 온 산을 두동강 낸 임도가 가리왕산 훼손의 첫
상처이다. 총 연장 40㎞넘는 비포장도로가 산 허리인 1000m 주변에 개설되었다.
지난 93년부터 시작된 임도공사는 주변의 백석산과 청옥산까지 이어져서
산림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되고 있다. 가리왕산 주변의 웬만한 봉우리에
오르면 임도가 얼마나 엄청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건설하는 과정에서
부실공사가 이루어져 계곡으로 산사태가 난 것을 비롯해 바위나 흙이
무너진 것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야생동물증식장 사업에 대한 문제점

●산 중턱에 40㎞ 가량의 도로를 개설하고 거기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다. 군사시설을 연상케하는 철조망을 해발 900∼1000m의
높이에 설치하고 있다. 이 사업은 산림청에서 추진중인 야생동물증식장
조성사업이다. 향토종 및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야생동믈을 보호하고
증식하겠다는 목적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97년에 시작하여 2001년까지
5년간에 걸쳐 추진 중이다.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만 50억원으로 현재까지
20억원을 사용했다.

●문제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증식하겠다는 사업을 하면서
가리왕산 일대의 야생동물 서식실태나 생태현황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사업이 추진된 데 있다. 50억원이나 되는 대규모 동물증식장을
추진하면서 해당지역의 동물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야생동물들은 자신의 서식처에서 수평으로 이동할
뿐 아니라 수직으로 이동도 하는데 산의 허리를 두 동강 내는 철조망을
설치하면 동물들의 서식처 자체가 단절될 수밖에 없다. 가리왕산은 주변에
천미터가 넘는 산들을 거느리고 있는 야생동물의 낙원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미 산림청의 임업도로로 인해 상당한 규모의 서식처가 파괴되었거나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한술 더 떠 야생동물증식장을 조성한다면서
실질적인 서식처를 완전히 절단하고 있는 것이다.

●산림청의 사업관련 문서에는 향토종 및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증식·복원을 위한 사업이라고 되어 있으면서 사업내용에는 산악자전거,
고원육상훈련, 노르딕스키훈련 등 산악레포츠의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자동차 경주장으로 이용하려는 계획이다.
멸종위기 야생동믈을 보호하겠다는 시설 안에서 자동차 경주를 한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 궁금하다.

●야생동물증식장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동물원 시설과는
다르다. 동물원에 있는 종들은 이미 야생의 성질을 거세당한 사육용
동물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동물원에 서식하는 종들을 야생에 풀어놓으면
대부분 적응하지 못하여 죽고 만다. 최근에 용인에버랜드에서 월악산국립공원에
산양을 방사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결과는 방사된 동물들이 대부분
죽은 것으로 드러나 헤프닝으로 끝난적이 있다.

●야생동물에 대한 방사나 증식은 생태복원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분야에 속한다. 복원 대상 종에 대한 깊은 연구와 조사가
선행될 때만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우리
나라는 아직 멸종위기종에 대한 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증식이나 복원은 아득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식장부터 건설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뀌여도 한참 뒤바뀐 일이다.

●가리왕산 야생동물증식장 사업은 기획이나 계획단계의 문제이외에도
사업주체가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50억원이나
투입된 야생동물증식장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일은 엉뚱하게도 토목기술자들이
하고 있다. 임업협동조합 동부산림토목사업소에서 증식장을 만들고 있다.
국민들에게 생소한 이 업체는 최근 농협과 함께 비리로 도마위에 오른
임협의 산하기관이다. 이 업체가 주로 하는 일은 산림파괴로 누차에
걸쳐 지적된 임업도로를 독점적으로 시공하는 업체다. 이런 업체에서
야생동물증식장을 공사하는 것부터가 야생동물에 대한 고려와는 거리가
먼 일이다.

●현장에는 공사과정에서 발생된 건설폐기물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페유가 가득 담긴 드럼통을 비롯해 오일통과 기름통이 임도 주변과
숲속에 그냥 버려져 있다. 또한 사용하고 남은 철조망 등의 자재와 쓰레기들이
널려있다.

●애초에 전문가나 관련분야의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되었다는
증거는 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설치된 철조망에 새들이 걸려죽어
있는 것이 수차례 확인되었다. 정선읍에 거주하며 자주 가리왕산을 찾는
이상운(남, 38세)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작년부터 가리왕산
허리에 철조망이 쳐지는 것을 보고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야생동물을
보호하겠다는데 기존에 살고 있는 포유류들은 철조망에 고립되어 다
죽으라는 얘깁니까? 최근에도 임도를 따라 다녀보니 철조망에 죽은채로
걸려 있는 새를 3마리나 봤습니다. 지금도 철조망을 따라가 보면 새가
걸려서 처참하게 죽은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3. 전문가의 진단

● 한상훈 박사(전 환경부 전문위원, 현 국민회의 환경위원,
현 한국자연환경정보센터 소장, 야생동물전공)
# 연락처 : 959-4318, 016-308-4318

 “야생동물을 증식하는 사업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증식 대상이 되는 종의 개체군과 유전자 다양성에
대한 연구와 야생적응훈련 등 장기간에 걸쳐 대상 종과 서식처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기울어져야 가능한 사업이다. 가리왕산 증식장사업은
산림훼손에다 국가예산의 낭비를 초래할 뿐이다. 한마디로 동물증식장을
빙자한 국가책임기관의 탁상행정과 예산낭비의 대표적 사례다. 가리왕산
야생동물증식장은 즉시 사업이 중지되어야 하며 기존 설치된 철조망등의
시설도 신속히 철거해야 한다”

●박인수 박사(현 중국흑룡강성야생동물연구소 부소장, 중국연방정부야생동물담당공무원)
# 연락처 : 001-86(국가번호)-0451(지역번호)-6666191, 6665301

 박인수 교수는 97년부터 98년까지 경희대 생물학과의
교환교수로 국내에 머물던 중 98년 환경부의 정선·영월 지역의 야생동물
실태조사에 참여하면서 가리왕산 야생동물증식장을 살펴본적이 있다.

 “가리왕산 야생동물증식장을 보면서 조선족 동물학자의
한사람으로 한국의 야생동물에 대한 접근방식이 이 정도 밖에 않되는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중국도 생태분야는 낙후되어 있지만 이같이
무모한 방식은 없다. 야생동물증식장을 조성하려면 해당지역에 대한
정밀한 동물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런 조사 없이 증식장 시설부터
들여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야생동물은 기본적으로
수직이동과 수평이동을 한다. 특히 포유류의 경우 이런 이동에 제한을
받으면 생존에 결정적 위협이 된다, 물을 먹기 위해 높은 봉우리나 능선에서
아래의 계곡으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가리왕산의
야생동물증식장의 철조망은 현재 살고 있는 동물들의 생존에 결정적
위협이 된다.”

4. 결 론

●가리왕산 야생동물증식장은 지금까지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고 이루어져왔다. 사업의 계획에서부터 추진과정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검증은 거치지 않고 이루어졌다. 만약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서 이루어졌다면
참여한 전문가들은 국민들 앞에 나서서 이 사업의 내용과 타당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국민들이나
관련분야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밀실에서 진행된 사업이다.

● 지금까지 20억원 이상의 국고가 낭비되었다. 앞으로 30억원의
예산이 더 소요될 예정이다. 더 이상의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업은 중지되어야 한다. 또한 가리왕산의 야생동물보호를 위해서라도
기존에 설치된 철조망은 즉시 철거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증이 필요하다면 학계, 시민단체, 공무원 등이 참여하여 사업에
대한 공청회를 갖고 현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

 

(c)copyright 1999 GREEN KOREA UN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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