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나무를 폐기물 취급하는 4대강 공사

2010.04.20 | 4대강

충격입니다. 나무를 폐기물 취급하다니요. 아무렴 그 장소에서 그 나무가 조금 덜 필요했다손 치더라도 그곳에서 썩으면서 다른 나무들의 영양분이 되고, 수많은 생명들의 보금자리가 되기 마련입니다. 하물며 70년대 녹화사업 때 빽빽하게 심은 나무들을 간벌한 후에도 여러가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동남부 아시아나 남미지역의 밀림지역 나무들이 밀려버릴 때는 세계인들이 가슴을 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명경시가 만연한 이 4대강 사업 현장에서는 나무고 뭐고간에 그저 폐기물입니다. 그 속에 무엇이 살았던 간에 왜 그자리에 있던 간에 아무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생명을 품으며 원래 있던 것들은 몽땅 다 밀어버리고 괴상한 나무들을 가져와 심어놓고 생태공원이라 이름 붙입니다. 녹색성장이라 외칩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은 그저 ‘시켜서’ 할 뿐이고 이 생명들에 대한 아무런 감정도 없고, 누구하나이 파괴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도 없습니다.

4대강사업지의 한강 7공구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양평과 여주의 1~6공구는 많은 분들이 아시는대로 아주 심한 파괴가 벌써부터 시작됐습니다. 충주지역의 7공구는 아직까지 시작이 안 된 줄 알고, 그런줄만 알고 ‘가봐야지, 가봐야지’라고만 되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가본 것인데 이미 시작됐더군요. 강변의 논도 더러 있었지만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강변습지가 굉장히 발달해 있었습니다. 갈대나 버드나무류가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이국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이국적인 느낌은 이런 모습들이 제 주변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곳곳에 파헤쳐지고 난도질 당한 모습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숲과 어우러지며 더 극적으로 보였습니다. 지금이라도 관두고 그대로 나둔다면 파헤친 자리라도 금방 복원될텐데 하는 마음이었지만 그건 제 마음이지 그들 마음이 아닙니다. 파괴되는 현장을 지켜보는 중에도 제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스럽고 무능력하게 느껴졌습니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기들 마음대로 순리를 거꾸로 돌려도 되는것인지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 ‘임목폐기물’이라고 하는 표시판을 보게 된 것입니다. 어떻게 나무를 폐기물 취급할 수 있습니까. 인간이 만들어 버리는 쓰레기도 아니고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 이 나무들을 인간이 폐기물 취급한다는 것은 당치도 않습니다. 이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는 공간을 포크레인으로 휘젓고 다니는 것도 분노가 치미는데 자랑이라도 하듯 표지판을 세워두는건 무슨 노릇입니까.

4대강 사업을 뉘집 앞마당에 ‘공구리’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너무 큰 기대인가요?

어떤 방식으로 이 파괴를 막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정부는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정부를 바꾸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인거죠. 서울시장이, 경기도지사가, 충북도지사가 다 4대강을 반대하는 사람으로 바뀐다면 행정적으로나마 이 공사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부여당은 아주 조금이라도 뉘우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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