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강은 무엇인가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앞으로 김소월의 이 시를 읊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2012년이 되면 지금의 반짝이는 금모래와 갈대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천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 공사가 시작되기 전 이곳은 금모래, 은모래가 하얗게 펼쳐져있고 갈대와 버드나무가 손을 흔드는 곳이었다. 그러나 공사가 시작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 그 많던 모래와 갈대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준설로 파헤쳐진 강은 바닥을 훤히 드러낸 채 철제 구조물들이 박혀 있다. 낮은 수심에서 헤엄치며 모래에 알을 낳고 살던 물고기들은 하나 둘씩 사라지고, 갈대숲을 잃은 새들도 더는 강변을 찾지 않는다. 무수한 생명체들이 목숨을 잃어가는 오늘, 강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10일 녹색연합 회원들과 활동가, 시민 30여명이 경기도 여주 남한강의 4대강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강천보 공사 현장을 찾은 일행은 암울한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간디학교 윤새한군(고3)은 “말로만 듣던 4대강 사업 현장이 이정도인 줄은 몰랐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원래 흐르는 강물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불도저와 포크레인을 함께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지 않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차주은군(고1)도 “학교에서 하는 평화프로젝트 때문에 왔는데 막상 와보니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겠다. 소중한 강이 이렇게 되고 있는 게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했다. 간디학교 서은혜씨(영어교사)는 “4대강 문제를 책에서 보는 것보다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가정학습 주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공사 현장을 둘러본 박대문씨(녹색연합 회원)는 “오늘 실상을 보니 인간이 불필요한 능력을 너무 많이 가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강은 우리와 함께 삶을 같이 하는 생명의 터전”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 치수사업의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걸러내는 토론의 과정 없이 일괄적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서글프다”고 말했다.

“왜 이 아름다운 걸 없애려 할까요”
일행은 아직 4대강 사업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자연 상태의 강길을 걸었다. 부라우에서 우만리나루까지의 길은 아직 작은 하중도와 숲이 보존되어 있다. 하지만 이 구간도 머지않아 섬은 폭파되고, 숲은 콘크리트 자전거도로로 뒤바뀔 것이다. 이수영씨(녹색연합 회원, 고등학교 지리교사)는 “왜 이 아름다운 걸 그냥 보지 못하고 없애버리려 할까요. 오늘 사진을 많이 찍어가서 학교에 가면 아이들에게 4대강 이야기를 사진으로 풀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정윤씨(함석헌 평화연구소 연구원)는 “강이야말로 평화 그 자체다. 이렇게 강이 흐르는 것만 봐도 마음이 평온하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평화다. 평화와 생명, 생명과 평화는 서로 깊이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여주 신륵사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희생된 강의 생명체들을 위로하는 수륙재가 열렸다. 신륵사 주변으로는 남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고 모래밭도 펼쳐져 있다. 하지만 가까이에 여주보 공사현장이 보여, 이곳 역시 4대강 준설 작업이 시작되면 곧 파헤쳐질 위험에 처해 있음을 알게 한다. 신륵사에 ‘여강선원(강처럼 사는 집)’이라는 임시 선원을 세우고 4대강 반대 법회를 열고 있는 화계사 주지 수경스님은 “강을 파괴하는 행동보다 파괴하려는 그 마음이 더 무섭다. 4대강 사업은 마을 사람들을 갈라서게 하고 힘없는 농민들을 회유한다. 우리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미씨(녹색연합 회원)도 “생명이 뛰노는 강을 만든다는 4대강 사업 문구는 너무나 가식적이다. 강의 생명체들은 지금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다. 돌아가면 4대강 사업의 실상을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강의 죽음이 우리와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강의 생명을 파괴하고 생태계의 흐름을 끊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밤낮없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20%에 가까운 진행률을 보이고 있으며 2012년 12월이면 모두 끝이 난다. 살아있는 강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강을 잃는다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강이 우리에게 주는 위안만큼 우리는 강에게 주지 못했다. 강에 사는 생명들을 보살피지 못했다. 4대강 공사로 죽어가는 강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이제는 우리가 강에게 안식을 주어야 할 차례다.

글 : 안미소 (녹색기자단)

3 Comments
  • 여강사랑

    2010년 4월 21일 at 2:38 오후

    살아있는 강을 볼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니요…대성통곡할 일입니다.
    생생하게
    동영상과 함께 기사가 올라오니 신선한게 좋아요. 안미소기자님, 굿이에요!

  • 산타

    2010년 4월 22일 at 1:15 오전

    함께하고싶습니다~

    시간나는대로……………….

    읍!

  • Ȳ

    2010년 5월 3일 at 5:33 오전

    정말 대성통곡할 일입니다…. 미소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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