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술병과 쓰레기 널린 강변공원, 4대강의 미래?

2010.08.12 | 4대강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눈으로 보이게 될 가장 큰 변화는 흐름이 정지된 강과 수염을 깎아버린 듯한 강변습지일겁니다. 이들은 강의 면모를 유지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물은 흘러야 하고, 생명은 살아야 합니다. 멈추게 하고 죽여버려 그들이 살지 못하도록 해버렸습니다.

이후 만들게 될 것은 수변공간입니다. 벤치도 있고, 아스콘이 깔린 도보길도 있고, 자전거를 마음놓고 탈 수 있는 자전거 도로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여가’를 위해 만듭니다. 도시에만 살 던 사람이 그 전에 있던 습지는 보지못한 채 잘? 꾸며놓은 수변공간만 봤을 땐 ‘잘해놨다’라고 칭찬할 정도는 될겁니다. 청계천이 온갖 인공으로 치장되었음에도 시민들의 목마름을 어느정도 해소하긴 했으니까요. 흐름이 멈춘 물 위에서 오리배를 타고 바나나보트를 타며 웃을 때 ‘이게 뭐가 문제인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겁니다.

그런데 원래 살던 생명들은 모두 내쫓은 다음, 인공증식한 물고기를 풀고 조경업체에서 키운 나무를 심은 그곳이 ‘좋을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도 부산이나 서울 등 대도시에만 살아 그런지 작은 도시에, 시골 마을에 생기는 수변공원의 효율성에 대해 얼른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공주에 갔다가 ‘헉.. 이건 뭔가요..’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입니다.

이 ‘푸른 쉼터’라고 하는 작은 공원은 공주 공산성 입구 아래쪽에 있었습니다. 나름 유명한 지역이라는 뜻이죠. 강과의 고도차이가 상당한, 지대를 상당히 높인 공간이었는데, 벤치와 평행봉, 철봉, 그네 등 여러 시설이 있었습니다. 그곳엔 이름답게? 샛초록의 풀들도 함께 자라 있었는데 키가 벤치보다 더 높았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무릅까지는 풀숲에 덮이는 정도였죠.

또, 이곳에는 하늘사다리도 있었습니다. 어릴 땐 멋모르고 잘 건너다녔지만 유격훈련장에서 만났을 땐 질겁했던 그런 하늘사다리죠. 여튼, 이건 운동기구로써 훌륭한 겁니다. 근력은 물론이고 균형감각, 지구력도 길러줍니다. 보통 마을의 운동공원?에는 이런게 없지요. 간만에 몸을 풀어볼까하고 폴짝 뛰어 오르려고 하니 거미들이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헐… 평소 관리를 아예 안한다는 소리였죠.

한 쪽 그늘쉼터에는 어느 아저씨 한 분이 시원~하게 낮잠을 즐기고 계셨죠. 하지만 그 아저씨 바로 아래쪽에는 다양한 쓰레기가 너저분하게 널려있었습니다. 음료수 캔과 과장봉지, 1회용 용기, 맥주캔에 소주병까지… 아저씨 옆에 자전거가 있는 걸로 보아 아저씨의 소행은 아닌 듯 했고 오밤중에 누가 먹고 버리고 간 듯 보였습니다.





▲ 이곳의 이름은 푸른쉼터 입니다. 공원을 만들어 놓고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될 면죄부?를 받기위해 푸른쉼터라고 이름지었을까요? 그곳에는 과도하게 푸르렀습니다.





▲ 오랫만에 만난 구름사다리. 뛰어올라 대롱대롱 메달려 어릴적 경험과 군대적 공포?를 떠올려보려 했지만 수많은 거미님들이 살고계셔서 할 수 없이 포기했습니다.





▲ 제가 이 아저씨를 비난하는건 결코 아닙니다. 저도 가끔 공원에서 낮잠을 즐기기도 하는거니까요. 하지만 그 아래의 쓰레기에 주목해주세요. 술병과 음료수 캔들이 아주 가지가지 널려있습니다. 한 번에 저렇게 다양한 걸 먹지 않으니 여러 날동안 쌓였다는 것이고, 여러 날동안 한번도 치우지 않았다는 얘기가 됩니다.





▲ 공주 공산성 맞은편에 있는 체육공원입니다. 방금까지 보여드린 소공원 맞은편에 있는 겁니다. 대충 분위기를 보시면 알겠지만 그나마 잘 활용되고 있는 공원입니다. 도심지와 바로 붙어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다리를 하나 건넜을 뿐인 소공원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래 표를 보시죠.





4대강 사업 낙동강 1권역 지구에 환경정비 계획입니다. 을숙도에서 밀양까지야 대도시 권역이므로 습지를 대규모로 파괴하고 ‘환경정비’를 하더라도 이용율이 어느정도 받쳐줄겁니다. 그리고 공원에 대한 관리비용을 어느정도 조달할 수 있을 거구요. 하지만 그 위로 인구밀도가 떨어지는 지역, 젊은 세대가 다 떠나고 노년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에 그런 체육시설을 만든들 누가 이용하겠습니까.





4대강 추진본부 홈페이지에서 캡쳐했습니다. ‘방치된 수변공간’이라는 단어사용에서부터 이 사업의 주체가 얼마나 무식한지 여실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뭇 생명들의 보금자리가 건들지 않으면 스스로 유지될 곳임에도 ‘방치되었다’는 해괴망측한 단어를 사용하며 다 파괴시켜 버렸습니다. 그리고 사용하지도 못할 시설들로 가득채웁니다. 비교적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야 모르겠지만 시골마을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자연은 유지를 하기 위해 비용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자연’이라는 단어 그대로 표현되어 있듯 ‘스스로 그러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손 댄 곳은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큰 비용을 필요로 합니다.

위 그림에도 보이고, 최근 생겨난 소공원에는 운동시설이 다 있습니다. 그 기구들을 제대로 유지하게끔 하는데만도 큰 노력과 비용이 듭니다. 공주의 소공원을 보더라도 최소한 여름철만이라도 주기적으로 풀들을 깎아줘야지만 ‘공원’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4대강을 따라 자리잡은 크고 작은 지자체들이 그 큰 강변공원들을 유지할 수 있는 예산이 있는지 걱정입니다.

서울의 한강일대를 관리하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1년 예산만해도 수천억대인데 강변이 서울처럼 변해갈 다른 지자체들도 그만큼은 아니겠지만 엄청난 예산이 들겠죠. 당연히? 그 예산이 없어 방치될게 뻔하고, 생태습지를 파괴하며 잃은 가치비용과 공원을 조성하며 든 엄청난 예산이 낭비가 되는 것이겠죠.

4대강 사업을 해서는 안되는 이유야 책을 몇권 써도 부족하겠지만 정말로, 정말로 안해도 되는 것은 하지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서울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한 시골 강가에는 누구도 가지않습니다. 동네 마을 주민은 더더욱 이용하지 않습니다. 4대강변에 만들어질 각종 공원들이 지자체 주민들의 허리를 휘게할 ‘예산먹는 하마’가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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