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내성천과 첫 데이트. 그리고,,,

2010.09.20 | 행사/교육/공지


▲ ‘사귀자’ 첫 현장 데이트, 국내 유일 모래 하천 내성천

파란 가을 하늘이 투명한 모랫물길 아래에 부서지는 날, 첫 데이트를 했습니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강 옆의 논 사이로 풀벌레 소리도 그득했습니다. 사과도 알이 차서 서서히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구요. 별빛 한가득한 밤하늘에는 초록빛줄기가 지나갔습니다. 오랫만에 보는 반가운 반딧불이였지요.

지난 9월 18일(토), 사귀자(4대강 귀하다 지키자) 프로젝트의 첫번째 시민현장답사 프로그램이 진행했습니다. 데이트 상대는 내성천이었습니다. 경북 봉화에서 영주를 거쳐 예천까지 이어지는 낙동강 제 1지류인 내성천은 순수하게 보드라운 모래로만 형성된 국내 유일의 모래하천입니다. 강바닥에 고운 모래가 가득해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여러 산줄기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사행하천으로, 최근 관광명소로 잘 알려진 ‘육지 안의 섬’ 회룡포와 수도리전통마을과 같은 독특한 지형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성천이 곧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폭 400m, 높이 55m의 대형댐이 이곳에 들어서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낙동강의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랍니다. 주변지역에 물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90%가 넘는 물을 그냥 흘려보내기 위해서 대형댐을 짓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새로운 이유로 댐을 짓는 것입니다. 댐이 없다고 낙동강이 말랐던 것도 아닌데, 그리고 물을 저장하기 위해 대형 보를 8개나 건설하는 4대강 사업이 낙동강에 진행 중인데, 그 뿐 아니라 인근에는 이미 안동댐과 임하댐이라는 대형댐이 있는데, 전혀 납득하지 못할 이유로 댐 공사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늘 아니라고 하지만, 이것만 봐도 낙동강에 배를 띄우려는 목적으로 4대강사업을 진행한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 영주댐 건설로 수몰될 금강마을, 이번 추석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어 주민들의 마음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영주댐이 건설되면 여의도의 1.25배에 달하는 면적이 수몰됩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 뿐 아니라, 516가구의 주민들도 고향을 떠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쩌면 이번 추석이 고향에서 치뤄질 마지막 추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는 댐을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습니다.

이번 사귀자 현장 답사에는 약 40여명의 시민들과 활동가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대부분 처음 내성천에 간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만나 본 적 없는 아름다운 강을 걷는 길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더 행복한 하루였지요.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우리가 만난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국가 폭력’의 잔인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동강댐과 내린천댐을 막아냈듯이, 영주댐 건설을 많은 분들이 함께 막아낼 수 만 있다면 말이죠.


▲ 함께 내성천 현장을 찾은 아이들

▲ 어머니와 함께 참석한 녹색연합 열혈 활동가

▲ 사박사박 모랫길을 따라 걸어봅니다

▲ 노랗게 익어가는 논 풍경, 영주댐 건설이 계속되면 이곳은 내년부터 황무지가 될 것입니다

▲ 모세의 기적? ㅋㅋ

▲ 사귀자 캠페인에서 시민들이 찍으신 사진으로 국민통제선을 만들어 공사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퍼포먼스 진행

▲ 사랑의 마음을 담아… 뒤에 보이는 선 만큼 이 일대가 다 수몰 될 예정

데이트는 계속됩니다. 10월에는 세번이나 됩니다. 당장 10월 2일에는 금강의 천내습지와 신성리 갈대밭을 갈 것입니다. 직접 만나고 느끼면서 강과 사랑에 많은 분들이 빠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두 번째 데이트 : 금강(충남 서천군, 금산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배경이 되었던 충남 서천군 신성리 갈대밭에서 갈대를 헤치며 부리는 노래. 주린 배를 채워주는 서천의 명물, 바지락 칼국수. 야생이 살아 있는 천내습지에서는 어떤 야생동물과 마주하게 될까요?

10월 2일(토) 두번째 데이트 신청하러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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