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자, 두번째 데이트 – 금강의 심장을 만나다

2010.10.04 | 행사/교육/공지

10월 2일 토요일 비가 올거라는 예보에도 많은 분들이 모였다. 우중충한 하늘이 좀 얄밉기도 했지만 데이트를 떠날 거라는 것만으로도 설레었다. 지난 번에 참석하신분도 보이고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 분도 있었다. 강은 또다시 다양한 분들과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25인승 작은 버스에 모두 몸을 싣고 출발했다. 낯선 모습들에 서로 서먹서먹 하지만 곧 인사를 나누며 차 안은 따뜻해졌다. 다른 강은 가 보았으나 금강은 한번도 가보지 않아 이번 기회를 이용하게 되었다, 강에 관심은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기엔 너무 막막해 사귀자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다, 친구가 가자고 조르는 통에 오게 되었다.. 등 계기도 다양했다.

버스는 금강까지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눈에서 멀어진 그를 붙잡기 위해, 마치 모 TV CF에서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구하기 위해 ‘너에게 30km 속도로 달려가고 있어.’ 라고 한 것처럼 우리는 금강에게 시속 100km 로 달려가고 있었다. 이 빠른 속도가 얄밉긴 하지만 아파하는 그에게 얼른 가 볼 수 있다는 지금의 마음에 충실할 뿐이다.

아침 8시에 출발한 버스는 11시가 좀 못되어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에 도착했다. 그곳엔 이미 대전충남녹색연합에서 도착해 신성리 갈대밭을 둘러보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의 도착을 알리고 함께 모였다. 모인 자리에서 신성리 이장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녹색연합이 자기들에게 와서 이곳이 ‘4대강 사업 금강 1공구’라는 것을, 신성리 갈대밭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것을 처음 알려주었다고 했다. 당황한 마을주민들은 국토해양부에 항의하게 되었고 그제서야 간단한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10월 중순경에 공사가 들어갈 예정이어서 주민의 의사를 완전 무시한 채로 공사가 될 뻔 했던 것이다.

이장님은 또 신성리 갈대밭은 하구둑이 생긴 이후로 굉장히 오염이 된 상태라서 많이 변화되었다고 말씀하셨다. 갈대가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식물들이 차고 들어와 갈대 습지로써 정화 등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소금을 주기적으로 뿌려 자연상태를 겨우 유지한다고 했다. 농사를 짓기에 담수가 많이 필요한 마을주민이지만 하구둑을 터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장님의 뼈있는 말씀을 다 듣고 나서 갈대숲을 거닐었다. 갈대들은 서로 부딪어 바스락 스르륵 여러 소리를 낸다. 우리의 귀를 간지는 듯 하다. 하지만 마냥 즐겁지는 않다. 이장님 말씀으로는 이 공간에 4~5개의 공원이 조성되어 자연스러운 갈대습지는 30%정도만 남을 것 같다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에 나온 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그 이후에도 다양한 영화의 배경이 되어 자연스러운 갈대숲의 면모를 뽐냈었다. 비록 사람들이 많이 찾으며 일부 탐방시설이 들어서며 훼손이 되기도 했다. 그 속의 생태계는 그로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었고, 앞으로는 더 큰 피해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이 소중한 곳을 지키기 위해 ‘사귀자’ 국민통제 라인을 꺼냈다. 못난 정부의 삽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국민들의 의지를 담아 펼치는 것이다. 주섬주섬 꺼내어 모두가 함께 펼쳐들고 외쳤다.

‘사귀자!’
‘4대강 귀하다 지키자!’

서천의 명물인 바지락 칼국수를 듬뿍 먹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금강의 상류인 천내습지다. 강은 백제의 문화가 흐르는 부여공주를 거스르고 대전을 휘 돌아 그곳과 연결되지만 우린 역시나 빠른 길을 택했다. 그럼에도 늦은 오후 4시에 도착. 천내 3리 마을회관 앞에서 출발해 언덕을 너머 강에 닿았다. 흐린 날이지만 나무는 싱그러운 초록을 빛내고 있다. 그 아래는 바닥이 훤한 강물이 살랑거린다. 아이들은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돌을 줍는다. 왜저러나 했더니 곧 물수제비를 뜬다.

안내를 맡은 대전충남녹색연합의 박은영 부장은 습지를 지나 강을 건너야 한다고 괜스레 겁을 준다.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의 표정은 일순간 굳었다가 풀린다. 습지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곳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는 최병조 선생님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카랑 카랑 목소리에 금방 집중한다. 폭이 200m에 이르고, 길이가 1km가 넘는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었지만 금강 상류에서 가장 중요한 습지 중 하나라고 강하게 말했다. 정부에서는 4대강 공사를 통해 이곳을 인공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인공으로 만들더라도 이곳은 원래의 자연상태로 돌아가려 계속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인공상태로 유지하기는 힘들거라고 덧붙였다.

버드나무가 우거진 숲을 걷는 사람들은 연신 두리번거린다. 산을 많이 다녔다고 하는 박경남 회원은 ‘이런 곳은 처음이다, 정말 신비하다’ 고 말하며 이 캠페인에 온 것을 기뻐했다. 산에서 볼 수 없는 이곳을 접한 적이 없는 이유는 대부분의 습지가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걷는 도중에 비가 떨어진다. 하늘은 우리를 위해 참고 있었던 것만 같다. 그래도 걸음은 빠르지 않다. 최병조 선생님은 습지의 소중함에 대해서, 그곳의 생명들에 대해서 설명을 늦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목소리에, 습지의 향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습지의 끝에 닿았다.

갈대숲 너머에 너비는 넓지만 하얗고 맑은 포말을 일으키는 여울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지를 걷고 이 강을 건너야 한다고 말했다. 몇몇분은 이곳에 닿기 전 뒤로 가긴 했지만 그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지체없이 주섬주섬 바지를 걷어올리고 신발을 들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내 앞에 있던 어린이 참가자는 강을 건너기 싫다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지만 막상 강에 닿자 제일 앞서 나갔다. 누구보다도 즐거워 하는 것 같았다. 강이 아이의 투정을 씻어버린 듯 했다. 발 밑의 자갈들은 발바닥을 자극했다. 어정쩡한 걸음으로 강을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러웠지만 나의 자세도 만만치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최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천내습지가 훤히 보이는 바위 봉으로 올라갔다. 들은 바대로 강은 협곡을 지나 강폭이 넓어지는 곳에 습지가 있었다. 자연이 흘러가는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우리의 관심이 끊어질 때 수많은 ‘천내습지’는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그속의 생명들이 모조리 쫓겨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행사를 하는 동안 내내 즐거웠지만 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슬픔이 돈다.


▲ 광활한 신성리 갈대밭

▲ 이곳에서 사귀자 국민통제라인을 펼쳤다

▲ 어린이 참가자가 천내습지를 바라보고 있다

▲ 천내습지 입구에 서 있는 참가자들

▲ 작은 아마존 처럼 느껴지는 천내습지 안을 걸었다

▲ 최병조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 강의 생명을 불어넣는 여울을 걸어서 지난다

▲ 내성천과는 다르게 자갈이 깔려있다. 죽었다는 강은 어디가고 맑은 물이 흐른다

▲ 강을 건너온 마지막 참가자가 옷을 추스리고 있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천내습지. 저곳에는 생명이 가득하다

▲ 본부 녹색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 사귀자를 외쳤던 모두가 모여 사진을 찍었다

글 · 사진 : 김성만 (4대강현장대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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