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세상에서 가장 슬픈 꽃, 단양쑥부쟁이의 만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아직 인생을 그토록 많이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감히 추측하건데 죽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의 이유들을 쫓다보면 대부분 ‘살기위해’ 라는 질문 앞에서 머뭇거립니다. 살기위해 일을 하고, 살기위해 밥을 먹습니다. 살기위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습니다. 그 누구도 이 질문 앞에서는 당당히 ‘아니’라고 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살기위해’ 살아갑니다.

이는 인간만이 아닌 모든 생명들이 마찬가지 일겁니다. 태어나고, 살고, 죽고, 돌아가고, 태어나고, 살고, 죽고, 돌아가고… 이 과정 속에서 어떤 생명이든 ‘살기위해’ 발버둥 칩니다. 자손을 남기어 대대손손 생명을 이어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합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씨가 말라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연은 그들을 ‘살도록’ 내버려두지만 인간은 자기들만 ‘살기위해’ 타 생명들을 씨가 마르도록 몰살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남한강의 단양쑥부쟁이도 그 중 하나입니다. 자연의 순리 속에서 태어나 강변에 자리잡았지만 인간들의 이기심에 그만 멸종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사라진 줄만 알았던 그들이 다시 발견된 것은 불과 몇년 전. 곧바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목록에 올라가고 인간기준의 ‘법적지위’까지 얻었지만 다시 그들의 삶 터는 초토화되고 살 곳을 잃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동족들이 ‘식물원’으로 옮겨져 인공호흡기를 달고 살아가게 되었고, 자연상태로는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흥원창 둑방의 단양쑥부쟁이만 남았습니다. 그들은 마지막 축제마냥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이곳도 ‘제방 보강공사’라는 삽질이 들어올 예정이라 강제이주는 불가피할 것입니다. 식물원의 생활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니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거의 모든 동족이 사라지고, 이제 이들도 죽음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죽음이 가장 슬프다면, 이들의 슬픔은 이 세상에서 가장 진한 슬픔일 겁니다.

2010년 가을에,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꽃, 단양쑥부쟁이가 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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