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의 현장, 캠프캐럴기지를 가다

2011.05.22 | 군기지

1978년, 주한미군기지(캠프캐럴)내 고엽제를 매립했다는 당시 근무한 미군의 충격적인 증언이후, 불법 매립규모가 500여통(100t)이 넘는다는 추가증언과 언론보도까지 나왔다. 매립사실여부는 이미 기정사실화 되었고, 규모까지 확인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60여 년간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한국의 환경을 얼마나 일방적으로 파괴하고 한국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지 다시한번 확인하게 한 사건이다. 주한미군의 비인도적이고 반환경적인 행위로 규정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 사회에 충격과 공포를 가져다 준 캠프캐럴기지는 어떤 곳인지, 직접 현장에 다녀왔다.


캠프캐럴 미군기지의 정문과 전경 모습. 사회적 관심과 다르게 기지 내부는 한산하기만 하다


캠프캐럴(Camp Carroll) 미군기지는 어떤 곳?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왜관, 석전, 매원리 일원에 위치한 캠프캐럴 기지는 화학 보급소였던 캠프 머서가 1960년 6월 17일 캠프캐럴로 이름을 바뀌었고, 1974년 한미간의 협정으로 탄약관리와 운영을 한국군으로 이양시킨 주한미군기지이다. 한국의 많은 카투사들도 이곳에서 훈련과 작업, 지원작전을 미군과 수행하고 있다.


정비공장, 보급품 저장소, 혈액냉동보관소, 인공위성 수신안테나 등의 시설물이 설치되어있으나, 화학전에 대비한 화학 처리반이 운영되고 있어 항시 위험물질 노출에 대한 우려를 낳았던 곳이다.


2000년 5월에는, 1996년 부터 석면오염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것과 관련 주한미군기지의 미군무원 노조가 토머스슈워츠 당시 주한미군사령관과 캠프캐럴 기지사령관을 부당노동행위혐의로 연방정부에 제소한 환경오염사고를 일으킨 곳이기도 하다.


캠프캐럴은 주한미군의 군수지원창고이다


500여통의 고엽제를 매립한 곳은 어디?

모든 문제의 관심은 도대체 100t이 넘는 독성물질을 어디에 묻었을까? 이다. 증언을 토대로 대부분의 언론이 기지내 헬기장 부지를 정조준하고 있다. 전 주한미군 근로자와 더불어 70년대 근무한 한국 근로자들도 헬기장을 지목하고 있어서 매립위치는 거의 헬기장 부지로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캠프캐럴기지 내, 고엽제 매립 추정부지. 뒤로 보이는 낙동강 본류와의 거리가 1km에 불과하다


뒤로 보이는 구릉성 산지 앞이. 고엽제가 매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헬기장 부지이다


위성사진을 통해 본, 기지 내 헬기장부지. 이곳에 약 100t가량의 고엽제가 묻힌것으로 추정된다


40여년 동안 매립 되어있는 고엽제의 현재는?

최악의 독극물질이 매립된 지 40년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나 플라스틱도 30년이면 부식된다. 금속은 말할 것도 없다. 통상 군부대에서 사용하는 드럼통은 금속제로 만든 것 들이다. 그래서 78년에 매립했다면 현재는 모두 부식되어 고엽제로 인한 토양오염은 물론 광범위한 지하수가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면 오염된 지하수가 어디까지 확산되었으며, 확인할 수 있는 지 궁금하다. 전문가와 인터뷰 한바,
현재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파생된 오염물질이 다른 성분과 결합해 더욱 강한 독성물질로 만들어 졌을 가능성이다. 분말의 상태가 물과 흙 등 다른 성분과 결합하고 이것이 다시 대기중으로 노출되었을 시에 또 다른 성분과 결합하여 주변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섭고 두려운것은, 현실적으로 당장 이 위험물질이 미친 영향을 증명해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염은 어디까지?

현재 알려진 바에 의하면 밀봉된 드럼통이 부식되어 다이옥신이라는 성분이 주변지역을 광범위하게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그 가능성을 전제로 주변지역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어디까지 일까? 우선 기지내 오염은 당연할 것이다. 기지 주변의 취락지역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캠프캐럴기지 주변의 지형은 낙동강 본류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형태로, 지하수 오염시 주변 지역의 취락지역과 농경지역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


낙동강 본류까지 유입되었다면, 그 심각성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낙동강은 대구와 부산지역등의 식수원이기 때문이다.


기지주변은 취락지구가 거의 붙어있는 상황으로 지하수가 오염 시, 직접적인 피해자는 민간인이 될 것이다


오염 해결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흐름은 크게 두가지가 될 듯하다. 사고 지점이 미군기지 내에 있기 때문에 한미간의 협정에 따라 협상이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 있고, 오염물질들을 어떻게 정화해야하는가 될 것이다.


기존의 사례로 비추어볼때 앞선 선행과제는 더디갈 수 있을 것이다. SOFA 환경분과위원회가 만들어져있지만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구조이다. 특히 미군 주도아래 조사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 과정에서 한국쪽에 공개되는 자료가 극히 제한적이고, 비밀스러울 수 있어 그 결과에 신뢰성을 가질 수 없다.


미군기지 환경사고의 문제는 그동안 지자체가 오염을 정화하고 미군을 향해 소송을 통한 비용청구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경우라면 이 사건역시 너무나 오랜시간 방치될 가능성이 있다.


외교통상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정부의 실무단이 이것저것 해보겠다고 움직이지만 큰 틀에서의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를 대표하고 주한미군을 대표하는 그룹의 협상과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사건에 대한 조사권은 반드시 한국정부가 가져와야할 부분이다.


2000년 발생한 최악의 미군환경사고인 한강독극물 방류사건. 그러나 아직도 우리정부는 미군기지내의 어떤 행위도 감시할 수 없다


오염범위가 확인되었다면, 정화를 위한 단계로 접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될 수 있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오염상황이 더욱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중하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음은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받아본 정화프로세스에 대한 내용이다.


우선, 어떤 물질들로 오염 되어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정량분석이 필요하다. 얼마나 많은 양이 오염되었는지 확인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어디까지 오염되었는지 조사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선 선행과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각 포인트마다의 깊이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되면 기지 중심으로 주변지역까지의 선과 면, 깊이가 확인되어 3D형태의 오염현황이 분석될 수 있다. 정화 과정 단계에서 토양 속에 시공추를 박았을 때 유독가스들이 새어나올 수 있기 때문에 조사전과 전후처리 등이 매우 세심하게 이뤄져야한다. 상태를 알아낸 뒤, 농도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 농도높은 것은, 핵폐기물 처리하듯이 해야 한다. 밀폐해서 저장. 처리방법은 없다. 농도반응에 따라 낮은 것은 흙속의 박테리아들이 분해할 수 있는 것은 흙으로 처리. 중간은 태우면 절대로 안되고, 물질을 수거하는 방식솔벤트익스텐션 압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사고는 계속된다

이번 캠프캐럴 고엽제 매립사건은 주한미군 주둔이후 최악, 최대의 환경사고로 기록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 알려졌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은 무수히 많다. 더 큰 위험성이 방치되고 있을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1990년대 이후 발생된 사고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글을 남기도록 하겠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한국정부에 의한 미군기지내의 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만들어짐에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리정부의 의지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단정지어 말할 수 있다.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환경부 직원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것인지는 끝내 이야기가 없었다

이번사건을 통해, 한국정부도 많은 것을 바꿔야 한다. SOFA의 개정을 통해 우리국토에서 발생되고 있는 미군들의 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국내법 적용을 강구해야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우선 사과부터 해야한다

전대미문의 사건 앞에 주한미군사령관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아직까지 사실이 확인된 것은 없고, 앞으로 관련된 정보를 한국정부와 공유하겠다는 것이 회견의 기조였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의 불안감이 계속 증폭되는 상황이라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한 본인의 역할을 무엇인가? 사건을 사건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토에서 발생된 충격적인 사고에 대해 한마디 사고조차 하지 않는 자세는 그 태도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의 사건은 사고이다. 그러나 범죄라는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수많은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의견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염의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얼마의 예산과 노력이 투자되더라도 항구적이고 근본적인 정화사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이땅에서 고엽제라는 맹독성 물질이 범벅이 된 국토를 물려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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