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 내가 만난 세계 – 야생동물탐사단 활동을 정리하며

  해단식 때 케이크를 사서 초를 불었다.

  케이크를 먹으니 정말 야탐단 40일이 끝났다는 것이 실감났다. 산에서 힘이 들 때는 길고 긴 40일이 언제 끝나 집에 갈까 생각했는데, 막상 40일이 지나 정들었던 야탐단 생활을 떠난다니 집에 돌아가는 기쁨은 사라져버리고 아쉬움만 남았다. 울진에서의 야탐단 40일은 꿈처럼 지나갔다. 처음 야탐단 대장인 지혜언니와 막내 도현이를 만났을 때가 어제 같다. 

  울진으로 내려온 후 처음 10일은 힘들었다. 칠일 정도 산을 타고 쉬려고 했지만 3일 후에 태풍이 와서 쉬어야 했기 때문에 10일 연속으로 산에 가게 되었다. 매일매일 산에 가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몸도 마음도 힘들었고, 산에서 다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나를 힘들게 했다. 고생스러웠던 적응기가 끝난 후 야탐단 생활이 점점 즐거워졌다. 산을 타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두려움이 점차 줄어들었고 같이 생활하는 팀장님과 단원들은 가족같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또 팀장님이 해주신 맛있는 밥의 힘까지 추가되어서 야탐단 생활에 많이 적응하게 되었다. 
  야탐단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뒤에도 여전히 하산길이 험하거나 무릎이 아픈 것 등을 이유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산양 똥자리를 찾은 보람과 맛있는 밥 그리고 숙사에서의 즐거운 대화들이 힘든 것들을 잊게 할 때가 훨씬 많았다. 7월 25일은 조난을 당할 뻔 하고 저녁 9시에야 겨우 산에서 내려 온 날이었는데, 그 날도 끔찍한 기억이 아니라 하나의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았다. 산을 타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생각도 예전보다 많아졌다.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찾아다니는 산양 똥은 얼마나 오랫동안 그 형체를 유지하고 있을까, 똥의 개수만으로 개체수를 추측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산양이 한 번에 얼마나 똥을 쌀까. 이런 작은 궁금증들이 쌓여갔다. 하지만 그런 궁금증들에 대해 속 시원히 대답해 주실 수 있는 산양 전문가가 주위에 있지 않은 점이 안타까웠다. 

내 소중한 똥!덩!어!리!들

  8월 1일은 의미있는 날이었다. 조사를 하고 내려오는 길에 올무를 12개나 수거한 것이다. 산 아래에 밭이 가까이 있어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설치해 놓은 것이었다. 올무 한 개를 발견하고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그 주변이 온통 올무밭이라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우리가 올무 수거를 하지 않았다면 수많은 멧돼지가 올무에 걸려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것이다. 올무는 걸리면 죽을 때까지 오랜 시간동안 발버둥친다는 것이 너무나 끔찍했다. 생각해 보면 산에 올무가 하나도 없는 것이 가장 기뻐해야 할 일이고 올무가 많이 발견되는 것은 걱정할 일이지만, 그 날은 올무를 12개나 수거했다는 뿌듯함 때문에 너무나 기뻤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허리 숙여 일하신 결과물들이 삶의 터전을 빼앗긴 야생동물에 의해 파괴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청년 생태학교가 끝나고 나서는 비가 많이 와서 산에 두 번밖에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청년 생태학교가 야탐단의 거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청년 생태학교에서 놀랐던 것은 참가자 모두 다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녹색 연합에 대한 관심을 끊지 않고 4박 5일의 청년생태학교에 참가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회원들이 녹색연합의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생태학교의 가장 좋은 점은 ‘학교’라는 말이 어울리게 민물고기부터 시작해서 산의 야생동물, 식물에 이르기까지 전문가 분들이 오셔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는 것이다. 대학에 입학한 후 내가 다니는 대학에 야생동물에 대한 강의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났다. 그런 수업을 녹색연합을 통하지 않고서는 듣기 힘들다는 것은 정말 걱정해야 할 일이다. 

지혜, 도연이와 함께

  야탐단 40일은 산양 보호지구를 지정하는 데 필요한 기초 조사를 했다는 것 이상으로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야생에서 동물들을 보호하는 활동을 살면서 한 번은 해보고 싶다는 정말 꿈같은 꿈이 실현되었던 40일이었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셀 수도 없이 많이 만난 40일이었으며, 나를 오래된 친구보다 따뜻하게 대해 주었던 녹색연합 가족들, 야탐단 단원들과 행복한 시간을 함께한 40일이었다. 이렇게 소중한 야탐단 40일이 40일로만 끝나지 않도록 꼭 다시 모이길 바란다.

글 박다예 / 녹색연합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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