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감춰진 진실, 후쿠시마의 미래

2013.04.24 | 탈핵

체르노빌의 감춰진 진실, 후쿠시마의 미래

다큐 <0.23μSV – 후쿠시마의 미래>, 방사능보다 무서운 것은 ‘거짓말’

1986년 4월 26일 발생한 우크라이나(구 소련)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미래일까. 체르노빌 원전 반경 30km이내 지역은 아직까지도 방사능 수치가 높아 사람이 살 수 없는 통제구역이다. 폐허가 된 집과 건물만 남겨진 채 유령도시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매년 체르노빌 사고 즈음이 되면 언론과 탐방객들이 몰려든다. 그리고 제대로 폐쇄조차 되지 못한 체르노빌 원전 ‘덕분’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연료봉의 냉각과 석관 관리, 새로운 격납고 건설을 위해 남아 있다.

원전 안에 핵연료는 여전히 남아 방사성 물질을 뿜어내고 있고, 응급처치로 설치된 콘크리트 방호벽에 금이 가면서 새로운 격납시설을 만들고 있다. 애초에 2005년 완공예정이었지만 이제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비용도 늘어나 14억5000만 달러(약 1조 5500억원)에서 7억8000만 달러가 추가된 상태다. 그러나 새로운 방호벽의 수명도 100년에 불과하다. 그 이후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체르노빌의 진실은 무엇일까. 체르노빌 사고의 피해복구비용은 우리 돈으로 약 265조에 이른다. 그리고 사고로 인한 희생자의 수는 발표주체와 방법에 천차만별이다. 국제연합(UN)과 세계보건기구(WHO)가 200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고로 방사능에 직접 노출된 60여만 명 중 암 환자는 4000여 명이다. 하지만 UN보고서를 비판하는 과학자들이 조사한 TORCH(The Other Report of Chernobyl) 보고서는 약 3만 명에서 6만 명의 초과 암 사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린피스가 2006년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사망자 수는 9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체르노빌의 아이들>의 저자인 히로세 다카시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이반이나 이네사처럼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어린이들을 어디로 데려갔는지도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그리고 여전히 세계 어느 보도기관도 그러한 어린이들의 행방에 대해서 아무것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고 당시 철저히 은폐·축소된 진실이 이처럼 희생자의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히로세 다카시의 말처럼 핵발전소는 단순히 에너지의 문제만이 아닌 독점자본의 이익과 결부된 문제이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국가와 자본이 은폐한 진실을 평범한 시민들이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감춰진 진실을 찾아 체르노빌로의 여정에 나선 17명의 평범한 일본 시민들이 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후쿠시마의 미래, 그것이 알고 싶어 체르노빌을 찾아간 것이다. 다큐멘터리 <0.23μSV – 후쿠시마의 미래>(이홍기 감독)는 이들을 동행 취재한 르포이자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독백이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고향을 떠난 주민들은 아직도 서러운 타향살이를 감내하고 있다. 집단 이주 후 5~6년이 지나면서 1000명의 주민 중 280명이 피폭 후유증으로 사망했다는 증언을 듣고 조사단은 몸서리친다. 그리고 피폭 2, 3세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2012년 11월, 불 꺼진 일본 국회의사당 앞에서 울보 할머니 쿠로다씨는 절규한다.

“지금 후쿠시마 하늘을 덮고 있는 검은 구름은 방사능이 아니라 거짓말입니다.”

다큐멘터리 <0.23μSV – 후쿠시마의 미래>는 지난 3월 6일 아리랑TV와 3월 10일 OBS에서 방영된 바 있다. 또한 3월 11일 녹색연합과 12일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과의 상영회를 거쳐 현재는 전국 탈핵단체를 중심으로 상영회가 이어지고 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27주기를 맞아 체르노빌의 감춰진 진실을 시민의 힘으로 찾아 나선 여정에 함께 하는 건 어떨까.

녹색연합 에너지기후국 권승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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