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들리세요?

“적어 두세요. 우리는 우리가 본 것을 이해 못 했지만 그렇게라도 남겨두세요. 누군가 읽고 이해하겠죠. 나중에, 우리가 죽은 후에.”
 
“증언하고 싶다. 내 딸은 체르노빌 때문에 죽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가 침묵하기를 원한다.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 됐다고, 정보가 충분히 수집되지 않았다고 한다. 수백 년 더 기다려야 한단다. 하지만 나의 인생은 그렇게 길지 않다. 나는 못 기다린다. 적어두었으면 한다. 당신들이라도 적어두었으면……. 내 딸의 이름은 카탸였다. 카튜센카……. 일곱 살에 사망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1986년 4월 26일, 사고가 발생한 그날 이후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들의 기록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인류가 다시 한 번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 대다수는 후쿠시마 사고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우리의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질문이 아닌 한, 후쿠시마의 교훈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사고가 벌어져도 마찬가지다. 공포의 실체를, 현지 지역주민들의 시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느꼈던 공포를 온전히 내 것으로 체득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을 우리와는 떨어진 일로 여기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그들이 느꼈던 공포, 그들이 겪었던 아픔을 고스란히 담담하게 전달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최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건강과 뱃속의 아이까지 떠나 보내야 했던 젊은 엄마의 슬픔을, 체르노빌 사고 직후 고향에서 쫓겨나오며 조상들을 떠나 보냈던 집의 문짝을 뜯어서 갖고 나왔으나 그곳에 사랑하는 일곱 살 딸을 눕힐 수밖에 없었던 어느 아빠의 슬픔을 담담히 담아낸다. 담담하기에 더 큰 울림이 이 책에 있다. 이 책을 쓰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던, 저자는 자신이 쓴 글이 과거였는지, 다가올 미래인지를 여전히 묻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1주년, 다함께 탈핵을 이야기해요. 3월 17일 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클릭!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고 바로 노심용(원자로의 냉각 장치가 정지하여 노(爐) 안의 열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 원료인 우라늄을 용해하고 이때 발생하는 열이 원자로의 밑바닥을 녹이는 일)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할 것이라는 예측을 원자력공학자들이 하지 못했는지가 의문이다. 왜냐면 그들이 하는 사고 대처 훈련 중 대다수는 냉각수 공급이 끊기고 2~3시간 내에 바로 노심용융이 발생한다는 것을 가정해 놓고,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이상 냉각수의 공급이 끊긴 상황에서 노심용융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아마 위험을 덮고 사고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던 것이 아닐지 싶다. 발표의 시간에 따라 사람들이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인식하는 내용이 달라질 거라는 고도의 계산아래 말이다. 



 
한반도는 사방팔방 원자력발전소로 둘러 쌓여있다. 우리나라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이웃 중국과 일본이 건설하고 가동하는 원자력발전소가 동북아에 가득 차 있다. 체르노빌 사고로 벨라루스 공화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듯, 중국의 사고로 가장 피해를 입을 나라가 우리나라일 수 있다. 따라서 핵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핵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경을 초월해, 아니 국가를 초월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탈핵의 가치를 동북아, 아니 전 세계 시민사회와 함께 내걸며, 탈핵 사회를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우리가 왜 그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지에 대해 가장 가슴으로 와 닿게 설명하는 책이다. 3월 11일 후쿠시마 사고 1주기가 되기 전에 우리 모두가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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