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풀로 만드는 세상

2003.11.26 | 행사/교육/공지

추운 날씨 속에서도 호호 손 불며 초록이 아이들과 함께 모였습니다. 녹색연합 앞에서 만나 혜화동 언덕을 넘으며 이제는 다 떨어진 잎들을 주워, 플라타너스 가면도 만들고, 은행잎 여우도 만들면서 대학로로 걸어갔습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었지요. 처음 도착한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행사장에서는 행사의 의미가 담긴 피켓들과 그림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보았습니다. 또, 행사장 한곳에서는 풍물로 우리의 소비를 표현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되고 있었어요. 퍼포먼스가 끝나고는 초록이 학교 아이들도 깃발을 흔들며 마로니에 공원의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의 의미를 알리기도 했어요. 뭐라고 했냐구요? “많이 사지 말아요, 빨리 가지 말아요~아무것도 사지 않는날~” 이라고 했어요. 주변 사람들하고 또 아이들하고 왜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 있어야 하는 지에 대해 한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추웠지만 캠페인에 함께 한 의미는 있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참, 또 행사장을 나와서 짚풀공예박물관을 향해 가던길에 있었던 이라크 파병 반대 소망나무에 소망빌기 행사도 진행되고 있어 몇몇 초록이 학교 아이들이 “나쁜 전쟁 반대해요~”라는 작은 소망을 소망나무에 걸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쌀쌀한 날씨가 재촉하는 종종 걸음으로, 드디어 짚풀생활사박물관으로 갔지요.
짚풀박물관에는 짚으로 만든 물건들이 정말 많았어요. 우리는 구경도 좋았지만, 얼른 우리 손으로 짚풀 만들기를 하고 싶어서 짚풀공예부터 시작했지요.
어떻게 만드는지 할머니 관장님의 따뜻한 도움말을 들으며 화면을 통해 짚풀만들기를 배웠는데요,
짚풀 멍석 위에 앉아 짚풀뱀이랑 계란꾸러미를 만들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조금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직접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만들기 쉽고 참 아름다웠습니다.
우리 친구들은 서로 서로 도우며 짚풀뱀을 만들었지요. 친구들이 만든 뱀은 무섭지 않고 참 귀엽고 정다웠습니다.

관장님의 교육 중에 “우리의 달걀꾸러미 공예방식을 일본에서 따라해서 세계디자인 공모에서 큰상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우리나라가 먼저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고, 서양의 디자인이 선호하는 요즘, 우리의 전통적인 디자인도 충분히 아름답고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도 이렇게 좋아하고 말이에요.

옛날에는 그리도 흔해서 재활용의 의미로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여기 도시에서는 짚풀을 만나기 위해서는 이렇게 박물관에 가서야 만날 수 있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짚풀이 좀더 가까이에 있다면 우리 초록이 친구들이 좀더 자주 솜씨를 발휘하며 짚풀과 친구할 수 있을텐데요. 시골에서도 점점 논이 줄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없어지고, 도시로 도시로 와서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 기념일이 될 만큼 ‘매일매일 사는 날’이 된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우리 초록이 학교 아이들처럼 짚풀과 가까이 하고 자연을 가까이 하고, 적게 쓰고 환경을 해치는 일을 멀리하는 일을 배워가는 친구들이 더 늘어난다면, 더 밝고 즐거운 미래가 오겠지요? 그런 날을 믿고, 바래봅니다.


이번 11월로 2003년 초록이 학교 2학기도 다 끝나갑니다. 12월 학예회가 끝나면 방학이 되고, 다시 내년 봄에 만날 것을 약속해야 하지요.

정말 이제 딱 한번 밖에 안남았어요! 12월 학예회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함께 만나고 키웠던 생각들을 펼쳐보일 거예요. 그동안의 초록이 활동들을 보여드릴, 12월 초록이학교 학예회에 모두 초대할테니까 오실거죠? 그 때 만나요~

글 : 교육팀 윤지선 water@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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