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③ 야생의 아름다움이 그리운 산양

지구에서 20분마다 생물종이 한 종씩 영원히 사라질 정도로 생물종다양성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에 녹색연합은 2014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을 계기로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야생동물 10선>을 선정하여 생물종다양성의 중요성을 전합니다. 시민들이 함께 지켜야할 야생동물 이야기를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고, 자연의 소중함을 전하기 위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그 세번째 이야기로 야생의 아름다움이 그리운 산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른 봄 투명한 나뭇잎이 바람에 나부낄 때 태어나
아장걸음으로 어미를 따라 숲 속을 헤매고 다니면서
계절의 흐름
에 따라 살아가는 지혜를 배웠고,
다리에 힘이 오르고 바위 길을 쉽게 오르내리면서
설악산은 어린 산양에게 살아가야할 집으로서 모자람이 없었다.
차츰 어른이 되면서 뜨거운 몸으로 짝을 찾아 숲 속을 헤매기도 했고
어미가 되어 가족을 거느리고 이웃들과 몸 비비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살았다.

어느 때부터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늘 만나던 이웃이 갑자기 사라지곤 했다.
모두들 불안해했고 먹이가 모자라도 멀리까지 돌아다닐 수조차 없는 날이 늘어갔다.
제 때 이웃을 만나기도 어려웠고 살아갈 터전이 좁아지면서 삶은 힘들고 어려워졌다.
먹이를 얻기 힘든 겨울철이면 어린 산양들이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곤 했다.
겨우 남아 있는 산양들조차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숨죽여 살아가고 있다.

소처럼 순한 눈을 가진 산양
첫눈에도 소가 떠오를 만큼 닮았고 소처럼 커다랗고 순한 눈을 가지고 있는 산양. 과학적으로도 소과에 속하는 동물로 나뉜다.
세계적으로는 파키스탄과 인도 히말라야 지역에서부터 동남아 일부 지역과 중국의 흑룡강성 북부의 대흥 안령 산맥과 러시아 극동지방에 걸쳐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백두대간을 따라 강원도 북부의 비무장 지대와 향로봉, 매봉, 설악산, 오대산, 두타산, 삼척의 가곡지역, 경북 울진 지역에 걸쳐서 살고 있으며 7~800마리쯤이 남아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설악산에는 200여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생물보전의 핵심지역인 설악산. 설악산은 1970년에 국립공원으로, 1982년에는 유네스코(UNESCO)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보호 가치가 높은 곳이다. 설악산을 중심으로 산양의 과거 기록을 바탕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년 간 수백 마리를 포획했을 만큼 많은 수가 살았었지만 1960년대 말의 대폭설로 인한 자연적인 수난과 밀렵 등의 인간 간섭으로 인해 현재는 멸종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산양은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제 217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부속서 1에 올라 있는 멸종위기종이며, IUCN 적색목록에 올라 있는 세계적인 희귀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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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제 217호로 지정하여 보호중인 산양>  

바위절벽으로 달아나야만 하는 산양 
설악산에서 산양의 천적이 사라졌음에도 더 넓은 곳에서 산양을 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양의 삶을 위협하는 요인은 크게 서식지 파괴, 밀렵, 임산물 채취, 종에 미치는 환경오염과 자연재해로 나눌 수 있는데 특히 인간의 간섭에 따른 수많은 개발사업으로 인한 서식지가 감소되었고 보호지역을 마구 드나들고 있는 불법 등산객들과 약초꾼들에 의해 산양들의 삶은 위협받고 있다.
그런 산양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방법이 바위절벽으로 달아나는 것이다. 그래서 산양이 사는 곳에는 꼭 바위 능선이나 절벽이 있으며 발굽은 바위에 미끄러지지 않아서 바위를 능숙하게 타고 옮겨 다니거나 천적을 피할 수 있다. 산양이 몸 붙여 살고 있는 바위능선에서도 암릉 등반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산양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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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은 약 10년 안팎의 삶에서 가을에 짝짓기하고 약 7개월(230일간)의 임신기간을 거쳐 이듬해 봄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를 밴 채 혹독한 설악산의 겨울을 견뎌내야 하는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더욱이 짝짓기 철인 10월, 11월 달과 출산시기인 5월과 6월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등산객들로 인한 위협은 산양의 삶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멸종위기로 까지 몰아넣고 있는셈이다.
지역민들의 약초채취, 송이채취와 같은 임산물 채취는 산양의 서식지와 겹칠 뿐 아니라 짝짓기와 새끼 낳는 때와도 겹침으로서 시기별 출입에 대한 통제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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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갈이중이고, 똥을 싸고 있는 수컷 산양>

 

대청봉으로 이르는 우리들의 발걸음
설악산에서의 등산은 대부분 설악산 정상에 이르기 위함으로 대청봉에 이르는 등산로의 훼손은 오래전부터 커다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등산로 훼손뿐 아니라 등산객들로 인한 서식지 파괴는 산양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넘치는 등산객들로 인한 서식지 파괴는 넓은 삶터를 필요로 하는 산양을 구석으로 몰아넣어 스스로로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고 이웃 산양 무리와 오고가는 것을 막음으로서 다양성을 떨어뜨리고 끝내는 멸종으로 이끌게 된다. 산양의 서식지를 지나는 등산로를 폐쇄하여 산양 서식지를 안정적으로 지키고, 자연휴식년제와 계절별 입산예약제를 통해 설악산의 생태계를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re_3-대청봉을 넘어오는 등산객 불빛

<대청봉을 넘어오는 등산객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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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박산행 중인 오색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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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 대피소에 몰린 등산객들>

산양을 지키는 것, 자연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
설악산은 산양들의 집이었고 야생의 당당한 아름다움을 갖춘 산양이 숲을 누비고 다닐 때 숲은 살아서 춤추었다. 산양의 크고 순한 눈동자에는 푸른 하늘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이 있고 마음 놓고 살아가고 싶은 간절한 바램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푸른 숲이 비춰졌을 눈망울에 눈물이 고이고 서식지 파괴로 살 곳을 빼앗긴 산양은 힘들고 지쳐 탈진한 모습으로 자주 눈에 띈다.

한낮의 따사로운 햇볕을 쪼이며 쉬었을 어미와 새끼 산양들을 떠올리며 언제쯤 설악산에서 마음 놓고 살 수 있을지 가늠해 본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몸을 숨기며 살아야 하는 산양, 바람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불안한 눈빛으로 두리번거렸을 산양, 이런 날들 속에서 산양은 사라져갔고 이제 산양을 찾아 산 속을 헤매고 다녀도 어쩌다 마주칠 뿐이다. 쫓기는 삶을 살아가는 산양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산양을 우리가 어떻게 보호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오직 하나 산양이 사는 곳에 가지 않음으로서 산양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며 산양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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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밑에 자리한 산양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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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은 주변에 바위가 있고 조망이 가능한 곳에서 볼일을 본다.자신의 몸은 살짝 숨기면서 다른 곳은 잘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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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엔가 산양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 야생의 당당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때까지 자연에 대한 예의와 염치를 갖추고 생명에 대한 존엄을 지켜가야 한다. 모든 생명이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살아야만 하는 까닭은 생명의 어울림 속에서 서로의 삶이 온전해지기 때문이다. 바람이 나무들을 흔들며 휘몰아 내린다. 목덜미를 파고드는 찬바람에 자라처럼 목을 움츠리며 햇볕을 찾아 양지쪽으로 나선다, 커다란 바위를 등지고 오후의 엷은 햇빛 속에 앉아 질펀하게 누운 흰 산을 바라본다. 골골이 생명의 소리 가득했고 산양이 지천으로 살았던 잃어버린 풍경을 그리워하며 그 때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지금의 설악산이 슬프다. 산양이 뛰어노는 설악산은 그냥 꿈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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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 똥을 조사중인 박그림>

글/사진 박그림

*박그림님은 산양이 뛰어노는 설악산을 꿈꾸며 활동하는 산양지킴이며, 설악녹색연합 대표이다. 

*기획 표제어인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박노해의 시집의 제목입니다.

* 이 글은 한겨레 물바람숲에도 함께 실립니다.

<산양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이 곳을 참고하세요>설악산과 산양이야기  

EBS 하나뿐인 지구 -박그림, 설악을 말하다

<산양들아 잘 잤니>동화책 보기

울진 산양 구조활동 보기
산양 동영상 보기 – 울진삼척지역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확인된 산양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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