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에 없는 것

2014.08.11 | 가리왕산

지난 8월 5일 강원도청을 찾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면담을 하기 위해서다.

가리왕산 문제를 핵심 의제로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환경올림픽, 경제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한국환경회의(환경단체들의 연대기구)의 대표단과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면담을 진행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면담을 진행하였지만 역시나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활강 경기장을 가리왕산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보다 도지사를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친환경·경제 올림픽이 되기 위해서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부지를 이전하는 것에 대해 최문순 도지사는 “정선군민의 반발이 심하다”, “이미 많이 진행되어서 지금 결정을 번복하기에는 늦었다”는 말만 되풀이하였다.

정선군민이 바라는 것은 올림픽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계획대로 올림픽을 치른다면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이다. 강원도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1조 6836억을 들여 알펜시아를 건설하였다. 하지만 적자 속에 허덕이고 있고 아직도 9000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 태백시의 오투리조트는 어떠한가? 재정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있는 시설들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빚잔치를 벌이고 있는 판국에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것이 정말 경제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 서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지금 상태라면 평창올림픽은 오히려 강원도 재정에 독약이 될 수 있다.

또 지금에 와서 복잡한 행정절차들을 되돌리기에는 시기가 늦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남녀슬로프 통합은 최근에 이루어진 일이다. 사후활용계획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스피드스케이팅 입찰은 결국 취소됐고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지금의 계획대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문화체육관광부나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이 삭감되고 있다. 중앙 정부가 관심을 갖지 않고 재정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군말없이 예산을 지원해 줄 수 있을 정도의 합리적인 시설 계획과 그에 따른 예산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무작정 많이 지어놓고 보면 어떻게 되겠지 라는 식의 행정은 더 이상 지양해야 한다.

“소치올림픽과 비교하여 초라하고 왜소해 보일까봐 걱정이다”

최문순 도지사가 평창동계올림픽을 바라보는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소치올림픽에는 무려 54조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계올림픽까지 통틀어 역대 올림픽 중에서 최고의 액수이다. 하지만 환경 파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경제적 효과는 매우 미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에 와서 그 누구도 소치 올림픽이 훌륭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소치에서 배워야할 것은 ‘많은 예산을 투입한 화려한 올림픽’이 아니라 ‘저렇게 올림픽을 치르면 안 되겠다’이다. 평창이 역대 최악의 올림픽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많은 예산과 새로운 경기장이 아니라 친환경적·경제적 올림픽이다.

 

강원도 제1의 재산은 뛰어난 자연환경이다. 경제 발전 운운하면서 가리왕산을 파헤치듯이 개발을 하면 이후에 강원도를 찾는 이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해봤자 훼손된 자연을 되돌리기에는 늦을 것이다.

지금 최문순 도지사의 평창올림픽에는 환경도 경제도 없다.

진정으로 강원도가 발전하는 길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진정한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글 : 자연생태국 임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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