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을 위한 기도 : 가리왕산 신령님께 고합니다.

2014.08.31 | 가리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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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신령님께 고합니다.

이 땅 등줄기 백두대간 높은 산 깊은 골마다 깃들어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을 보살피시는 신령님께 고하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는 저희가 딛고 있는 가리왕산에 엄청난 개발바람으로 생명파괴가 시작되고 있어 화급히 이를 고하고 힘을 모아 생명파괴세력과 맞서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태고에 하늘이 열리고 이 땅에 터를 잡고, 온갖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생명의 힘을 불어 넣고 있는 이 땅의 풀과 나무들과 벌레를 비롯하여 이들과 함께 생명을 나누고 있는 숱한 생명들이, 맨 마지막에 나와 오직 자기 밖에 모르는 인간들에 의해 죽음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이 곳 가리왕산은 이 땅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태곳적 생명의 신비가 가득한 원시림으로 수만 년 동안 뭇 생명들을 품어 왔습니다. 그런데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로 바람 앞에 등불과 같은 아주 절박한 생명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가리왕산은 이 땅의 어머니 숲입니다. 아니 조상 숲입니다. 조상을 죽이고 어머니를 없애는 후손과 자식에게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습니다.

무릇 생명이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 어떤 생명도 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인간은 더욱 그러합니다. 인간은 다른 생명의 도움 없이는 잠시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생명의 눈으로 보면 모두 하나입니다. 풀과 나무도 나요, 벌레와 개구리도 나입니다. 모든 생명은 이름만 다를 뿐 실상은 하나입니다.

특히 나무는 모든 생명을 있게 하는 물과 바람과 땅과 밥을 만들어 주는 생명의 어머니입니다. 돈이, 올림픽이, 인간이 자신을 있게 한 생명의 어머니 자연보다 더 중요할 수 없습니다. 숲은, 가리왕산은 우리의 미래요 희망이요 바로 우리자신입니다.

 

생명의 신이신 가리왕산 신령님. 돈, 돈, 돈밖에 모르는 물신의 노예로 전락한 지금, 인간들은 돈에 완전히 돌아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인간 자신을 낳고 길러 살아가게 해준 생명의 어머니인 자연을 함부로 이용하고 파괴하고 죽이는 패륜아가 되어 인간 스스로 파멸의 구덩이를 향해 가고 있는 이 무지몽매한 인간들이 깨어나게 해주시고, 생명 나눔으로 함께 살아가는 생명 사랑의 본성을 되찾게 해주시길 진심으로 비옵니다.

오늘 녹색의 이름으로 모인 저희들이 진심으로 참회하며 모든 생명의 어머니 숲인 가리왕산을 온몸으로 지켜내고자 합니다. 우리에게 용기와 지혜와 힘을 주십시오. 그 어떤 어려움과 고통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버티고 이겨내어 지금 가리왕산의 생명들이 먼 훗날까지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리왕산이 없으면 우리도 없습니다.

 

갑오년 8월 마지막날에, 녹색연합 회원과 활동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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