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⑧ 모래 위와 속을 오가는 위태로운 생명, 표범장지뱀

지구에서 20분마다 생물종이 한 종씩 영원히 사라질 정도로 생물종다양성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에 녹색연합은 2014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을 계기로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야생동물 10선>을 선정하여 생물종다양성의 중요성을 전합니다. 시민들이 함께 지켜야할 야생동물 이야기를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고, 자연의 소중함을 전하기 위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그 네번째 이야기로 모래 위와 속을 오가는 위태로운 생명, 표범장지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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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의 점박이 파충류, 표범장지뱀

황갈색 등에 표범무늬처럼 생긴 알갱이 모양의 무늬를 가진 길이 6~10 cm의 자그마한 파충류 표범장지뱀. 등면의 무늬는 다양하지만 한 눈에 표범장지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개성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주로 서해와 일부 남해의 해안가와 섬에 발달한 사구의 초지에서 서식하고 내륙에서는 소수 하천이나 산림지역의 초지, 무덤가, 모래땅에서도 살고 있다. 볕이 따스한 때 일광욕을 하러 나오고 무더운 낮과 기온이 낮은 밤에는 모래 속으로 파고들어가거나 바위 틈, 고목 아래, 식물 뿌리 아래에 들어가서 쉰다. 모래 위에서 순식간에 움직여 다니며 거미나 곤충류를 잽싸게 잡아먹는 표범장지뱀은 귀여운 포식자이다. 동면에서 깨어나 보통 5월경에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여 번식하고 6~7월 모래 속에 알을 낳는다. 8월경에 새끼들이 알에서 부화하여 서식지에는 성체와 어린 새끼들이 함께 보인다. 10월부터 활동시간이 줄어들면서 동면을 준비하고 다음해를 기약하며 동면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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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사장 위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표범장지뱀>

 

표범장지뱀과 함께 웃고 울었던 날들

바닷가에 놀러 가면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맛있는 음식에 취해 있던 저에게 모래사장은 바다로 가기위해 그냥 지나치는 통로였습니다표범장지뱀이라는 생명을 알게 된 것도 불과 6년 전 2008년 경비록 복원 사업이라는 다소 딱딱한 상황에 의해 알게 됐지만 이들과 만난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은 저를 울고 웃게 했습니다서해안 해안가 모래사장 어딘가에서 이들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숨을 헐떡거리며 동분서주했지만 표범장지뱀의 특징과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했더라면 그러한 수고는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작다고 얕보면서 내 한걸음 반경 안에 들어와 금방 잡힐 줄 알았던 표범장지뱀하지만 이들은 모래 정령처럼 모래 위와 모래 속을 순식간에 옮겨 다니며 질주 본능을 가진 생명체였습니다하지만 이것은 인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그들이 취해야 했던 본능적인 수단이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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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장지뱀이 서식하는 해안가의 사구 초지와 산림지의 모래땅>

 

멸종위기종, 그들의 벗을 수 없는 굴레

서해안의 해안 사구, 해수욕장 모래사장, 일부 소수 산림지역이나 하천변의 모래톱에서 서식하는 표범장지뱀. , 표범장지뱀의 서식 장소는 다양하지 않고 반경이 넓지 않다는 말입니다. 동면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번식을 한 후 다시 동면에 들기까지 5~10, 6개월 남짓 짧은 시간동안만 세상 밖으로 나오는 표범장지뱀은 그만큼 환경변화와 위협에 매우 취약합니다. 더군다나 해안지역의 경우 표범장지뱀의 실제 서식지인 해안사구에 관광지, 숙박업소, 음식점 등 개발이 잦고 주 번식기와 부화시기인 6-8월의 휴가철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표범장지뱀의 서식지 파괴와 생명 위협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구 중 하나인 한강 6공구(경기도 여주)에 포함되어 있는 도리섬이라는 곳은 다양한 멸종위기 종이 살아가고 있는 터전이며 표범장지뱀의 서식지였습니다. 하지만 공사 작업이 남긴 것은 서식지 훼손, 모래 위에 남은 것은 트럭의 바큇자국과 황량한 땅이었고, 여기저기서 표범장지뱀을 포함한 멸종위기종의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퍼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적은 서식 분포와 개발, 서식지 교란 등의 위협으로 인해 표범장지뱀은 계속해서 멸종위기종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안타까운 현실은 표범장지뱀의 멸종위기를 더욱 가속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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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범장지뱀의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순간. 선택권이 없는 표범장지뱀은 위험한 환경이지만 유일한 삶의 터전에서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다.>

 

땅 위에 우리와 표범장지뱀이 함께 서는 날까지

해안과 하천의 모래사장과 산의 모래땅에서 삶을 거니는 조그만 도마뱀 표범장지뱀이 동물은 인간의 발자국 한 걸음 한 걸음그림자 하나하나에 지레 겁을 먹고 도망 다니기 바쁜 연약한 생명입니다특히 해안가 모래사장에서는 휴가철이 되면 물밀 듯이 밀려드는 인파와 이로 인해 늘어나는 인간의 접근과 쓰레기들로 인해 표범장지뱀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더군다나 대부분의 해안가에 위치한 해수욕장에는 방갈로나 횟집민박 등의 건물이 즐비하여 있고 이 구조물들은 모두 해안사구를 밀어내고 그 위에 지은 것입니다결과적으로 표범장지뱀은 원 서식처를 빼앗기고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하거나 항상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문제를 떠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 속에서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생명체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해수욕장에 멋스럽게 펼쳐진 모래사장과 초지는 우리에게는 마음껏 거닐고 걸어 다니고 싶은아니 실제로 마음대로 지나다니고 있는 자연경관이지만 표범장지뱀에게는 유일한 삶의 터전이자 생명의 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이들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모래사장을 거닐거나 등산을 하는 중에 표범장지뱀을 마주치게 되면 눈으로만 인사하고 마음속으로 이들을 담고 지나가 주는 것되도록이면 표범장지뱀의 서식 공간을 점유하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해 주는 것함부로 다가가지 않는 것 등 이러한 행동들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닌 한 번 더 생각하여 다르게 행동해 주는 것이 우리가 표범장지뱀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최선아니 최고의 보호입니다.

 

파충류에 대한 오해와 아픔

흔하게 보고 들은 서식지 파괴밀렵오염 등은 모든 야생동물에게 위협을 가하는 인간들의 활동입니다이에 더해 파충류는 미신이나 혐오감 등의 요인이 더해져 큰 위기에 처해 있는 동물입니다파충류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부담스러운 질문이다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한 부분이지 않느냐함부로 잡지만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파충류는 징그러운데 보호가 필요한가요?”…. 등등 때로는 무관심하게한편으로는 평이하게 대답해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물론 동물을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분들은 열변을 토하시듯 이들의 필요성과 아름다움을 말씀해 주시곤 합니다. ‘야생동물의 보호와 보전이라는 말은 들으면 필요하고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실천하고자 하면 어렵고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하지만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눈에 보이지 않게하지만 소중한 의미를 가지는 관심과 한 번 더 생각한 인간의 행동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보여도 노력 하나하나가 쌓이고 일반화되면서 수천 수억의 비용을 들인 장대한 작업보다도 더 큰 효과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파충류에 대한 편견은 줄이고 파충류는 인간에 비해 약한 동물하지만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과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해 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서 그들을 위한 꾸준한 보호 활동을 전개하는 것 역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되는 파충류 사랑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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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자경

 

* 김자경님은 강원대학교 생물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셨으며, 표범장지뱀 복원에 대해 연구하였고, 현재 강원대학교 동물생태실험실에 계십니다. 

* *기획 표제어인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박노해의 시집의 제목입니다.

* 이 글은 한겨레 물바람숲에도 함께 실립니다.

 

 

<표범장지뱀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이 곳을 참고하세요>
 

– 한국양서파충류보존네트워크 http://cafe.naver.com/koreafrog.cafe

– 한국의 양서파충류 http://cafe.naver.com/yangpakor.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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