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쳐 몰랐네 /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달이 나이고 / 해가 나 이거늘 / 분명 그대는 나일세
– 장일순
달이 나이고, 꽃이 나이고, 그대가 나이려면..
그게 그리 되려면 얼마나 자주, 얼마나 깊이
내 앞에 있는 너를 바라보아야 할까?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난 내 앞에 있는 작은 꽃 한 송이 하나 제대로 본적이 없다.
그저 지나가는 풍경이요, 흐르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생태드로잉은 그런 나를, 내 앞에 있는 존재에게 집중하게 한다.
끈질기게 존재의 형태를, 존재의 색을 탐구하게 한다.
장일순 선생님 말씀처럼 네가 나인걸 깨닫기 까지는
내 마음 깊이가 아직도 저 밑바닥처럼 낮은 거라 먼 길 걸리겠으나
좀 더 길게, 너에게 머물게 되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겠으니
나는 저 작은 펜 하나로 이젠 좀 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되겠다.
그림을 그리는 내 호흡을 차근히 바라보시라.
일상에서의 사소한 풍경들을 섬세히 바라보고
내 관념의 형상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 보시라.
존재가 가지고 있는 색을 꾸미려고도 하지 말고, 보이는 대로 색칠하시라.
나무, 꽃, 풀들의 삶의 이야기에 귀 솔깃 해보시라.
그리고, 그림 한 켠에 글을 써 넣으시라.
황경택샘의 강의는 명확하고, 선명하다.
입시미술 아니고 꽃 너에게로 이르는 하나의 다리이다.
더불어 나에게로 이르는 작은 창이다.
요 강좌, 신나고 재미있다.
그림이라면 중1때 붓 놓아 버린 박혜정이도 하였는데, 그대들이라고 못할 리 없다.
다음 기회를 꼭 노려보시라!
작은 펜 하나가 세상을 새로이 보게 할 것이다.
그 새로이 보이는 세상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글 / 박혜정 (생태드롱잉 4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