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녹색통신 11] 일상에 스며든 독일의 녹색풍경

연대적 경제 – 소비자와 생산자의 직접 연대하는 농업, 졸라비

“소비자는 자신이 먹고 있는 농산물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 알 수 있다. 농부는 정기적 수입으로 재정적 안정성을 얻을 수 있다.”
군터 크람프 (Gunter Kramp) 씨는 경쟁 속의 추상적 노동 대신 농부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지향한다. 산업과 시장에 구애받지 않는 농업을 실현하려는 소비자들이 뜻이 맞는 생산자와 함께2011년 졸라비 (Solawi: Solidarische Landwirtschaft)를 설립했다. 원칙은 농산물을 공급받는 가입자들은 각각 가능하고 원하는 만큼 분담금을 내고, 필요한 만큼 생산물을 분배 받는 것이다. 마부르크에서도 크람프씨와 뜻이 맞는 4명이 제안, 졸라비가 시작되었다. 현재 72명의 가입자들은 수입에 따라 자발적으로 차등을 둔 금액을 약정, 매달 분담한다. (약정된 평균 액수는 매달 6만원, 43유로) 초기에 출자금으로 25만원 (172유로)이 있고, 탈퇴 시 돌려받는다. 가입자들은 매주 지역농장에서 친환경으로 생산한 계절 야채를 필요한 만큼 생산자로부터 공급받는다. 일 년에 서너 차례 함께 농장을 방문, 농사일을 함께 하는 기회 혹은 의무도 있다. 현재 독일 내 졸라비 그룹은 30여 지역에 있다. 연대적 경제를 표방하는 농업 대안모델은 영국,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노르웨이, 포르투갈 등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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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 생산자가 연대하는 농업, 졸라비
(Quelle: http://www.solidarische-landwirtschaft.org/de/startseite/)

주말농장

독일을 여행하다 보면, 기찻길 옆 오막살이가 자주 눈에 띈다. ‘복지국가라더니, 독일에도 기찻길 옆에 허름한 집들이 있구나!’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허술해 보이는 그것들은 집이 아니라, 아담한 주말농장 오두막이다. 독일사회는 비좁은 공간에 여러 명이 거주하는 것을 용인 혹은 방치하지 않는다.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독일 사람들은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살고,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이 아파트 (방식 그대로 집단거주지)에서 사는데, (우리와 달리 단독주택가가 부촌이고, 아파트 단지는 빈민촌이다) 텃밭을 원하는 사람들은 분양 받거나 구매한 주말농장에서 채소와 과일을 가꾸며 이웃과 함께 나누기도 하고, <사과 한 바구니 1유로>라고 적어놓고 내다 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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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이 딸린 오두막. 정원이 없는 집에서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한 주말농장으로 이용된다.

재래시장

걸어서 몇분 거리에 있었던, 연쇄점이나 oo상회라는 이름의 작은 가게들을 독일에서 보기는 한국만큼 이제 쉽지 않다. 기업형 마트가 그 자리를 대신한 것도 한국이나 독일이나 마찬가지이다. 독일 최대 갑부 1위가 BMW 회장이 아니라 독일 저가형 마트 체인인 알디 Aldi회장이니 말이다. 그러나 독일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있는데, 이른바 이동식 재래시장이다. 독일의 시내나 읍·면 단위에 해당하는 마을 중심부엔 <마크트 플라츠 Markt Platz>라는 지명이 빠지지 않는다. 작은 광장인 그곳은 직역하면 시장이란 뜻이다. 그곳엔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 또는 날마다 장이 선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 과일, 손수 만든 치즈· 소시지· 빵과 쨈 그리고 아기자기한 화분과 꽃들을 판매한다. 이곳에서 파는 식품들은 저가형 대형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비싼 편이다. 그러나 대량으로 재배되지 않고 먼 거리 수송을 거치지 않은 그야말로 소농에 의한 신선한 지역농산물과 그것으로 만든 가공식품들이 있다. 1+1 류의 판매 전략도 없고, 따라서 대량 구매로 인한 음식물 쓰레기 과다배출도 줄일 수 있다. 유기농이 아니어도 냉장고 안에서 일주일이 채 되기도 전에 상해버리는 저농약 채소들을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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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게는 사라졌지만, 정기적으로 장이 서는 재래시장은 있다. 소농이 가까운 거리에서 재배한 로컬푸드를 구입할 수 있다.

채식메뉴

오래 전 독일 녹색당이 일주일 중 하루는 채식을 하는 날을 정하자고 해서, 봉변 수준의 전 국민적인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채식하는 날을 법으로 정하자니! 녹색당답지 않은 발상이란 생각이 들긴 했다. 지구온난화 물질의 20%는 축산과정에서 발생한다. 숲을 벌목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작 가능한 농지의 ¼이 사료용 작물 재배를 위해 쓰인다. 생산된 옥수수, 밀, 귀리, 호밀 등 곡물의 40%는 사료로 직접 소비된다. 항생제 남용은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항생제가 주사된 육류섭취가 더 큰 문제이다. 독일인 연간 1인당 평균 육류소비는 전년도에 비해 2킬로그램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연간 5천8백만 마리의 돼지, 6억3천만 마리의 닭, 3백2십만 마리의 소가 도축되고 있다. 우리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육류 소비가 많고, 가격도 특히 소고기는 우리와 견줄 수 없을 만큼 저렴하고, 우리 한우와 감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이 없다. 그러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며 채식하는 사람의 수도 많기 때문에, 채식가를 까다롭고 별나게 구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채식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도시락 지참은 필수가 되는 등 많은 불편함을 각오,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독일에는 도처에 채식식당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식당에 채식 메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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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메뉴 (마부르크 대학 학생식당에 전시된 오늘의 식단 중 채식메뉴)

동네빵집

낯설지만 새로움 가득한 독일에서 거주하게 되면서 빵이 주식이 될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투박하지만 수입산이 아닌 국내산 (독일산)잡곡으로 어우러진 건강한 빵들을 매 끼니마다 고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드디어 밥 짓는 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설레임에 웃음이 배어 나왔다. 그러나 끝내 빵이 주식의 자리를 넘보는 일은 내게 발생하지 않았다. 독일에 도착한 처음 대면하게 된 빵집은 노란간판과 노란 종이봉투에 새겨진 뮐러 (Müller) 라는 이름이었다. 노란 빵 봉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본 순간, 뮐러가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 들어서 있는 파리바게트쯤 된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뮐러라는 빵집은 프렌차이즈 형태이긴 했어도 헤센주에만 있었다. 물론 헤센주에 뮐러 빵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지역 고유 상표로서의 빵집들이 수없이 많고, 오랫동안 자신만의 맛으로 빵을 구워내면서 단골들을 확보하고 있는 하나밖에 없는 빵집도 있다. 다른 주와 지역에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처럼 골목 빵집을 몇 개의 대기업이 싹쓸이 점령해버리는 그런 일은 없다. 전국구 상표 맥주가 있긴 하지만, 지역마다 생산하는 맥주가 지역에서 사랑받고 있고, 그래서 맥주 종류가 수백 종류가 넘는 나라. 빵집 이름이 수백개가 되는 나라. 이곳은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모두 싹쓸이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소규모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는 대형마트가 어느 곳이나 맘대로 들어설 수 없도록 법규화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연방건축법과 소매유통업령은 대형유통점의 입점을 규제하고 있는데, 대형마트가 들어서서 기존 상권의 매출액이 10%이상 감소될 것으로 예측되면, 기존 상권의 폐업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출점을 허가해주지 않는다. 그렇게 독일은 지역의 기존 소매상권을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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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주마다 그 지역의 고유 빵집이 있다. 헤센주의 뮐러빵집

유기농 매장 Denns

독일에 140개의 지점을 두고 있는 이 유기농 매장은 일반 슈퍼마켓처럼 제법 큰 매장으로, 없는 식료품은 거의 없다. 없는 물건을 사기 위해 또한번 일반 슈퍼마켓을 가지 않아도 된다. 유기농 화장품, 와인, 차, 속옷 등도 판매하며, 유기농산물, 과일, 유제품, 빵 등은 매장에서 가까운 지역 생산물로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매장 운영에 필요한 영업장 및 사무실은 Naturstrom이란 재생에너지회사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다. Denns 외에도 물론 유기농 채소. 과일 중심으로 판매하는 작은 매장들도 지역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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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 규모의 유기농매장 Denns

공정무역가게

공정무역가게에서는 건강한 환경과 노동 속에서 공정한 가격이 제시된 커피, 차, 초콜릿, 소품들을 판매할 뿐 아니라, 불공정무역 및 시스템과 그로 인한 빈곤문제, 환경정의에 관한 관련 서적과 DVD를 대여하고 있고, 관련 강좌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마부르크 공정무역가게 벨트라덴 Weltladen에서는 <나의 휴대폰 – 콜탄채취에서 폐기되기까지>라는 이름으로 서랍속에 파묻혀 있는 오래된 또는 고장난 휴대폰을 모아 리사이클 전문 기관에 보내는 캠페인을 벌였다. 제멋대로 폐기되는 과정에서 유독물질이 배출되는 것을 막고, 은, 금, 팔라듐, 구리, 코발트 등의 금속을 재활용하기 위함이다. 독일 내에서 해마다 3천5백만 대의 새로운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이 팔리고 있으며, 독일 인구수보다 조금 많은 8천3백만 기기가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기농산물과 공정무역마크 Fair Trade 일부 상품 (커피, 쥬스 등 )은 저가형 마트를 비롯 독일의 거의 모든 수퍼마켓에 다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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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가게 벨트라덴

교과서 물려 쓰기와 벼룩시장

쓰던 교과서를 반납하라니! 교육정책은 독일 각 주들의 고유한 권한에 속하기 때문에, 각 주 별로 다른 교육행정이 펼쳐지는데, 대부분 주에서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빌려주고, 학생들은 학년이 끝나면 학교에 다시 반납하도록 되어 있다. 선배로부터 물려받은 교과서를 후배에게 물려주는 것. 이렇게 한 권의 교과서는 10년 이상도 대물림 된다. 학년이 지나면 지난 교과서를 다시 보는 일은 없으므로 헌 교과서를 대물림으로 쓰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아이들은 제 물건이 아니고, 또 후배들도 써야 하기 때문에, 소중히 사용한다. 우리처럼 밑줄 치면서 공부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발표와 토론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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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주는 교과서 (화학 교과서 내부 첫 장에 헤센주 마틴 루터 학교 소유임과 2007년부터 사용된 책이라고 직인되어 있다)

벼룩시장

벼룩시장은 일상적 풍경이다.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벼룩시장이 축제처럼 열린다. 아기 장난감, 책, DVD, 옷가지, 그릇 등 일상용품과 장식품에서 자전거, 가전제품까지. 어린아이들도 자신이 쓰던 책이나 장난감들을 내놓는데, 손님이 흥정하려 들면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이 물건이 얼마나 귀하고 유용한 것인지를 또박또박 설명한다. 그러면 손님은 꼬마주인에게 져줄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이 쓰던 멀쩡한 물건을 물려받거나 헐값에 구매해서 쓰는 것.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두 배인 독일에서 너무나 익숙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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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교환대 (슈퍼마켓 입구에 비치되어 있는 도서 나눔대. 읽고 싶은 책을 자신이 내놓은 책과 자율적으로 교환해 갈 수 있다.)

 

글 / 임성희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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