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녹색통신 13] CO₂ 잡는 자전거의 힘찬 페달

자전거 면허증이라니?

자전거 뒤꽁무니를 버스 한대가 천천히 따라간다. 빨리 가거나 비키라고 버스가 경적을 울리는 일은 없다. 언덕길이어서 자전거가 속도를 내기 힘들면, 살짝 옆으로 비켜주긴 한다. 자전거는 차량 한대 분의 공간을 갖고 다른 차량과 동등하게 달리며, 차선이 여러 개일 때는 오른쪽 차선을 이용한다. 자전거 도로가 있으면 전용도로를 이용하는데, 전용도로가 있으면 어린아이를 제외한 성인이 보도에서 자전거를 타서는 안 된다. 자전거는 차도를 달리는 차량으로 이동수단으로써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독일아이들은 초등학교 때 자전거교육 실습장에서 자전거 운행규칙의 이론과 실제를 온전히 숙지한다. 자전거 교육 이수과정을 마친 후, 시험을 보고 통과하면, 이른바 자전거 면허증을 발급받는다. 물론 국가가 발급하는 공식면허증은 아니다.

자전거 면허증 없이도 자전거를 탈 수 있지만, 도로 주행 규칙을 모르는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고 차도로 들어섰다간, 당황하거나 교통흐름을 방해하기 십상이다. 시내 중심가 차선을 자전거로 달려본 경험이 거의 없던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정차하고 있던 버스가 내가 달리던 차선으로 진입하려고 왼쪽 깜박이를 켰을 때, 반사적으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몸집 큰 버스를 먼저 보내려고 기다렸으나, 버스는 내가 달리던 차선으로 들어오질 않는다. 몇 초가 지나자 버스 기사가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한다. 그러나 자전거가 어찌 무엄하게 어찌 버스를 앞질러? 고개를 저으며 기다렸다. 결국 버스기사로부터 <당신이 먼저다>라는 말을 분명히 확인받은 다음, 못내 불안했지만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 면허증>

 

자전거와 함께 버스를 탈 수도 있다 – 대중교통과 자전거의 연계성

유모차 탑승이 빈번한 출·퇴근 혹은 등·하원 시간대를 빼곤 버스에 자전거를 들고 탈 수 있다. 이미 버스에 유모차가 있거나, 혹은 유모차를 대동한 승객이 타려 할 때는 다시 들고 내려야 한다. 버스의 일 순위 우대 승객은 장애인과 유모차를 탄 어린아이이다. 몸이 불편해 보이는 사람이나 유모차를 밀고 있는 승객이 있으면, 운전기사는 차를 한쪽으로 낮게 기울여서 탑승을 수월하게 해준다. 휠체어에 앉은 승객은 스스로 바퀴를 밀며 버스에 탑승할 수 있을 만큼 버스를 인도에 바짝 기울인다. 시각장애인이 버스에 타면 앞자리 왼쪽이나 오른쪽에 앉도록 좌석배치를 해준다. 이 모든 규칙은 사람들이 숙지하고 있고, 버스 탑승과 관련된 사항을 어길 경우, 절대적 권한을 가진 운전기사의 하차 명령에 승객은 따라야 한다. 자전거를 갖고 기차를 타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꼭 자신의 자전거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기차역 주차장에 세워두고, 이동한 후, 기차역에 세워져 있는 대여 자전거를 이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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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팅엔 기차역 자전거 주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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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철도에서 대여하는 자전거>

 

도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난 해 8월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 공간 정의 보고서> 가 발표되었다. 베를린 교통 점유율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33%인데 반해, 자동차를 위한 도로와 주차공간은 58%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에 반해 교통의 15%를 차지하는 자전거를 위한 면적은 3%에 그치고 있어, 공간 이용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전거 운전자에 비해서 자동차 운전자는 도로, 주차면적 등에서 19배나 많은 면적을 누리고 있는 것은 불공평한 특혜이며, 더구나 기후변화물질을 배출하는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그런 특혜는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공정성과 기후를 감안한다면 자전거 도로 비율을 2025년까지 600퍼센트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청정한 공기 속에서 쾌적하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와 여유로운 걸음이 가능하고, 모두를 위한 푸르른 도시 베를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자동차가 많아서 생기는 도로정체 현상을 자동차를 위한 도로 확장을 통해서 해결하려 한 지금까지의 방식은, 자동차가 유발하는 많은 문제들을 생각할 때, 대단히 어리석은 방식임을 분명히 한다. 자가용 우대정책이 아니라, 자가용 운행을 줄이는 정책으로 강하게 급선회 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를 푸는 방법은, 그리고 정책의 변화가 가능한 것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재 질문이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공유 될 때가 아닐까. 사회 구성원들의 참신한 제안과 이를 반영해 온 정책 전환이 독일 사회의 변화를 추진해온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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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r space = 10 bicycles (Photo: cyclehoop)

 

자전거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확장은 여전히 진행 중.

독일에는 총 6만 킬로미터의 자전거길이 있다. 국도를 따라 19,000킬로미터, 지방도에 25,000킬로미터, 시내도로에 16,000킬로미터가 조성되어 있다. 안전한 자전거 주행규칙과 대중교통과의 연계성, 자전거 주행을 위한 도로 등 인프라 확충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크게 기여해왔다. 독일 내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 이용율은 2008년 평균 10%에서 2012년 13.7%로 증가했다. 2020년까지 자전거 이용률을 15%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였는데, 거의 목표치에 다다르고 있는 셈이다. 자전거도시로 명성을 지닌 코펜하겐과 암스텔담에 견줄 만큼 독일의 도시 뮌스터 역시 자전거 교통 분담률은 38%로, 자가용 36%를 넘어섰다. 수도 베를린의 경우 자가용 이용률이 전년도에 비해 6% 감소해서, 전체 교통분담률의 1/3에도 못 미치고 있다. 자전거 이용과 도보가 증가한 결과이다. 자전거의 교통분담율을 높이는 것은 모든 도시들이 공히 갖는 과제이며 목표이다.
독일연방환경청 위탁으로 환경단체 분트, 저먼워치, 나부, 독일 교통클럽이 수행한 연구보고서 <독일 기후친화적인 교통 2050>는, 자전거 교통 분담률을 전국 평균25%까지 끌어올리는 것 (도심에서는 35%, 주변지역의 경우 20%)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편안하고 안전한 자전거도로망 구축과 자전거전용도로의 신설, 주차 공간 확대, 전기자전거의 확대보급을 중점 거론하고 있다. 자전거와 대중교통이용 증대를 통해 자가용 이용을 60%에서 30%로 (도심의 경우 12%로, 주변지역은 45%) 낮추는 방안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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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

CO₂ 잡는 일등공신을 위한 힘찬 페달

자전거 타기가 건강에 좋은 운동에 속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에 쉽게 노출된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독일연방환경청은 자전거 이용의 여러 장점 중 하나인 건강을 위해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며 네덜란드 위크레흐트 대학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는데, 미세먼지 흡입으로 인한 수명감소에 비해, 자전거 이용에 의한 수명연장 효과가 열 배 이상 높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역시 자전거의 최대 장점은 역시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0년까지 독일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40% 줄이고, 2050년까지 80-95%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송 분야에서 95% 감축은 필수적이다. 현재 독일 내 수송 분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0%인데, 1990년에서 2012년까지 수송 분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은 5.5% 에 불과했다고 한다. 물론 다른 유럽국가들이나 우리나라에 비하면 대단히 좋은 성적이다. 독일 내 이산화탄소 배출 중 차도에서 발생하는 비율은 현재 17.4%이다. 탄소 중립 수송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독일정부의 방안은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기술개발과 확산, 대체연료 등의 방식을 한 축으로 하고 있고, 다른 한 축으로는 자가용을 자전거, 도보, 대중교통, 카쉐어링으로 전환시키고, 도로를 통한 화물운송을 철도나 선박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가용이용자의 30%를 자전거로 바꿔 타게 만드는 독일정부의 자전거 정책이 자리한다.

건강에 좋고 깨끗하고, 저렴하며, 소음도 없고, 도시 내에선 자가용과 버스의 속도를 능가하기도 하고, 주차 공간도 자동차에 비해 10%밖에 차지하지 않는 자전거. 자전거 이용 확대를 위해 정부는 기반을 확대해나가고, 시민들은 자가용을 멈추고 자전거로 바꿔 탄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자전거의 페달을 독일정부와 시민들은 힘껏 밟고 있다.

 

글 / 임성희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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