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그 유혹의 어두운 대가에 대하여

2015.02.18 | 설악산

케이블카, 그 유혹의 어두운 대가에 대하여 

 

인간에게는 본능적으로 뿌리치기 힘든 유혹들이 몇 가지 있다. 그리고 그 유혹들은 항상 뒷면에 어두운 고통을 준비하고 있다. 일상적인 유혹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혀의 감각을 사로 잡는 달콤함이다. 어린 아이들부터 나이 많은 노인들까지 그 대상을 가리지 않고 유혹하며 사탕, 초콜릿, 커피,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형태로 접근을 시도한다. 그리고 달콤함의 유혹에 휩쓸리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비만과 당뇨라는 고통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 달콤함에 견줄 수 있는 유혹이 바로 편안함이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달콤함 보다 더 치명적이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유혹은 어느 누구도 예외 일 수 없는 본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때로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언젠가 그 결과는 육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분야에서 반드시 문제를 가져온다.

선한 얼굴로 가장한 채 손짓하고 있는 이 편안함의 유혹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산을 편안하게 오르고 싶어서 설치하는 케이블카의 유혹이 그것이다. 그리고 최근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논란이 다시 들끓고 있다. 너도 나도 편안하게 자연을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겠다는 유혹을 앞세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사업자들이 아주 끈질기게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대가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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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한 시도는 이명박 정부 시절, 2010년 10월 국립공원에 장거리 로프웨이의 설치가 용이하도록 자연공원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법령이 개정 되자마자 지방자치단체들은 케이블카 설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환경성·공익성·기술성 등이 부적합 하다는 이유로 인해 부결되었지만 국립공원위원회가 “설악산 삭도 시범사업의 필요성에 대하여 공감한다.”고 밝혀, 재신청의 여지를 활짝 열어 주었다. 따라서 양양군은 심의가 있은 지 5개월도 지나지 않은 2012년11월06일에 다시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두 번째 시도 역시 눈앞의 수익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두 번이나 실패한 양양군의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시도가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지를 힘입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08월12일에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에서 케이블카 조성 사업을 적극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그리고 2014년10월31일 평창동계올림픽추진위를 방문한 자리에서 오색 케이블카를 조기 추진하라는 지시를 다시 한 번 내렸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곧바로 2015년 관광분야 정책에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포함시켜 발표 했으며, 적극적으로 반대하던 환경부에서도 설악산 케이블카를 허가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새어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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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자체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하면서 내세우는 필요성은 대부분 아래와 같은 이유들이다.

–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아름다운 설악산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지역경제가 발전한다.

– 장애인과 노약자 등 취약계층이 설악산을 오를 수 있다.

– 친환경 케이블카는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

– 이번 케이블카 노선 예정지역은 멸종위기 동물의 서식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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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번의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는 잘못된 주장이거나 뒷면의 어두운 대가가 너무나 큰 유혹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설악산이 품고 있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경험하고 지친 마음을 회복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도 설악산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 이상이 몰려들어 피폐해져 가고 있는 설악산이 앞으로 더더욱 망가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케이블카로 인해 혈맥이 잘려진 설악산은 더 이상 이전의 설악산과 같을 수가 없다.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서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잘못된 욕심이다.

그리고 설악산 케이블카의 경제성이 없다는 사실은 2012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설악산 오색 삭도 사업에 대한 경제성 검증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편익/비용은 1이하인 0.9145이며, 순편익의 현재가치(NPV) 역시 –7,431억 원으로 경제성이 없는 것이다. 비록 이번에 양양군이 예정하고 있는 노선이 2012년과 다르다고는 하지만 케이블카 출발지점은 동일하고 도착 봉우리만 조금 변경된 것이기 때문에 갑자기 없던 경제성이 생겨날리는 만무하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는 케이블카가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위한 시설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순수한 목적은 미세먼지 만큼 작고 대부분은 다른 목적이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의 배융호 사무총장은 “물론 케이블카가 장애인과 노인 같은 산을 올라가기 힘든 계층의 이동편의를 증진시켜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목적의 전부는 아니다. 따라서 장애인 등의 이동편의증진이 단순히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내세우는 생색내기용으로 보인다.”라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전동휠체어에 의지하는 장애인들이 고속버스나 다른 대중교통은 전혀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설악산에 와서 케이블카를 타라고 하는 것은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한 핑계임이 너무도 확실하다.

게다가 멀쩡한 산에 나무를 잘라내고 철탑을 박고 전망대를 세우는데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다고 말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설악산은 국립공원일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5개 보호구역으로 중복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곳으로 멸종위기의 동·식물들이 인간의 손길을 피해 살아가고 있는 생명의 터전이다. 다른 곳보다 우선적으로 지켜야 하는 공간인 것이다. 하지만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한 공사가 시작되고 케이블카가 운영되기 시작하면 소음과 그 밖의 여러 영향들로 인하여 멸종위기 동물들의 서식 공간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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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설악산 케이블카 노선 예정지역이 멸종위기 동물의 서식지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녹색연합이 케이블카 노선 예정지역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한지 단 몇 일만에 산양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멸종위기 동물들의 서식지가 아니라고 말하는 그 사람들에게 산양이 “우리 여기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치듯이 제 모습을 카메라 앞에 드러내었다. 그리고 발자국을 비롯한 배설물의 흔적까지 선명하게 남겨 놓았다. 케이블카는 천연기념물 217호 이자 멸종위기동물 1급인 산양의 서식지를 파괴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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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기 힘든 유혹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유혹이 가져다줄 치명적인 피해를 미리 내다보아야 한다. 인간이 편안함이라는 유혹에 이끌려 자연과 생명을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대가는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 올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 대가가 나타나고 있다. 지구가 너무나 황폐해져가고 있다. 유혹은 뒷면에 항상 어두운 고통을 준비하고 있다.

                                                                                                                   – 녹색연합 평화생태팀, 이장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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