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녹색연합이 알려준 봄소식, 회원나들이

2015.04.17 | 행사/교육/공지

“집에만 계시지 말고 봄기운 함께 느껴 보아요”

‘집에만 계시지 말고…’라는 문장이 가슴에 콕 들어와 박혔다.

나이가 들수록, 사소한 일에도 명분이 필요해진다. 녹색연합에서 알려준 봄소식은 부둥켜안고 있던 겨울과 이별하기에 꽤나 그럴듯한 구실이 되어주었다. 어쩌다 연락이 닿은 지인들과 오랜만에 핑계 삼아 얼굴도 보기로 했다.

“응응. 회원 아니라도 갈 수 있대. 한강습지생태공원. 가본 적 없지?”

3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후. 바람은 꽤나 차가웠지만 기분은 좋았다. 걷다보면 쌀쌀한 기운도 걷히고 머리도 맑아질 것 같은 날씨였다. 5호선 종점 방화역에서 또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10여분. 한강공원 중 가장 생태보전이 잘 되어 있다는 강서습지생태공원에 도착했다. 10명 남짓의 회원분들이 모였다. 아이들 손을 잡고 나들이를 오신 분들도 계셨다. 그리고 나의 지인 두 명. 이런 모임은 처음이라 어쩐지 몹시 어색해했지만 그럼 어떠랴. 내가 부추기지 않았으면 봄이 다 가도록 꽃 구경 나무 구경 못하고 갑갑한 일터에서 이 좋은 봄날을 다 보냈을 것이 분명하다.

 

공원 입구의 정자에 둘러서서 짧은 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녹색연합에서 준비한 나무 목걸이에 각자가 좋아하는 자연의 이름을 하나씩 적고 오늘 하루는 서로를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나무, 다람쥐, 강아지, 나무늘보… 예쁜 이름들이 쏟아졌다. 나무 목걸이는 의외로 어른들에게 인기가 더 좋았다. 너도나도 서로의 별명을 부르며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목스카프(?)도 선물로 받았다. 있다가 저녁도 먹는다 했는데 회비 쬐끔 내고 너무 많은 선물을 받은 듯해서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뭐 어떠랴. 이런 넉넉한 인심이 있으니 도시에서도 사람사는 것처럼 살 수 있는 거 아닐까 안심해버리기로 마음을 정했다.

 

함께한 회원들은 역시, 다들 숲과 나무, 동물에 관심도 많고 아는 것도 많은 분들이셨다. 나 같은 까막눈한테는 그 나무가 그 나무 같고, 그 풀이 그 풀처럼 보이는데 가는 곳마다 나무 이름이며 풀 이름을 일일이 가르쳐주시며 생태적 특성도 아는 대로 설명해주셨다. 아직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맹꽁이 서식지도 찾아보고, 다리 아래 늪지의 동물 발자국을 찾아보며 공원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이름도 맞춰보았다. 철새관찰지로 건너가 망원경으로 철새들의 모습도 관찰했다.

 

철새_resized철새관찰_resized

 

숲 속 동물들이 그려진 커다란 천에 도토리를 던져놓고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도토리가 동물들을 비껴갈 수 있도록 길을 내주는 협동놀이도 했다. 뭔가 되게 유치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내가 이런 유치한 놀이를 하면서 왜 이렇게 손에 땀까지 쥐어가며 긴장하고 좋아라하지?’ 혹여나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챌까 슬쩍 곁눈질을 해보는데 어이쿠,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더 넋이 나가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아, 갈대 숲 사이에 소복이 싸놓은 삵 똥도 기가 막히게 찾아내 기념사진을 찍었다. 똥 사진 찍는 일이 이렇게나 신나고 기분 좋은 일이 될 줄이야! 나만 좋아한 거 아니니까 이것도 괜찮다.

 

도토리270resized

20150328_회원나들이3

 

출출해질 무렵, 벤치에 둘러앉아 각자가 싸온 맛난 간식도 나눠먹고 배까지 든든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봄날이었다. 저녁에 먹은 방화역 근처 동화마을 국수집은 정말 최고였다. 나중에 혼자서라도 또 가고 싶어지는 맛집이었다.

모든 게 만족스러웠던 하루. 2015년 나의 봄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글 김지은 회원님

정리 김수지 회원더하기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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