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녹색통신 18] 독일의 생태마을 2 – 니더카우풍엔

2015.06.02 | 행사/교육/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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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더카우풍엔

대안적 사고와 대안적 삶의 간극이 바다만큼 넓다면, 우린 그 안에 놓인 섬이다.

1987년 4월 25일자 헤센-니더작센 신문에 “환경친화적인 삶과 노동을 지향하는 그룹”이 니더카우풍엔에 넓은 땅을 구매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삶, 위계질서 없이 연대하는 가운데 함께 일하고 배우길 갈망한 사람들. 이들의 대안적 생활과 노동 공동체는 어떻게 출발했고, 구체적인 지향은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아니면 누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곳이 아니면 어디에서?

1983년 공동체를 발의했던 일군의 그룹은 다섯 가지 기본원리를 표명했다. 좌파로서의 정치적 입장, 공동 경제, 합의에 의한 결정, 소가족제도의 지양, 가부장적 남성중심의 권력구조의 해체. 관심을 가진 수백 명이 독일 전역에서 모여들었다. 공동체를 형성할 토지와 건물을 검토하고, 출자금을 모으고, 건축, 제작, 농업, 조리, 건강과 의료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모색했다. 공동체를 홍보할 수 있는 지원그룹을 형성하고 사무실을 구했다. 장시간의 논의와 모색을 거친 후 독일 중부에 위치한 도시 카셀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니더카우풍엔이란 작은 마을에 제법 넓은 땅과 빈 건물을 구입했다. 발의한 지 근 4년만인 1986년 12월, 공동체 니더카우풍엔 공동체는 그 탄생을 알린다. 첫해부터 가동된 제작팀은 부지런히 건물과 가구와 기계들을 만들고 수선했다.  회의와 미팅을 위한 건물 – 37개의 침대와 4개의 회의실 – 에서 수천명의 방문객을 맞이하며 공동체의 이상을 밖으로 널리 알려 나갔다. 주방은 공동체 주민들과 어린이집, 방문객을 위한 유기농 식사를 제공했다. 1987년 여름의 끝, 록 밴드와 함께하는 첫 축제를 시작으로 일년에 4회 (독일은 계절마다 방학이 있다) 방학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열었고, 이는 지역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주요 행사로 자리한다.  많은 지지와 성원이 있었지만, 물론 주시와 비판의 시선도 함께 있었다. 1994년 니더카우풍엔 지역 자치단체에서는 이 공동체 축제를 지역 문화프로그램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지역 내 안착이 성공한 것이다.

공동체를 적극적으로 외부로 개방하고자 애쓴 것, 주민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세상과 소통하고자 함은 자급자족하는 섬으로서 은거하지 않겠다는 표현이었다. <섬>이란 질문은 공동체를 비롯, 모든 대안운동에서 짊어진 화두이다.  자신들만의 섬, 혹은 시간을 뒤돌리고 진입하는 문을 걸어 잠근 채 중세 시골마을의 목가적 상황으로 회귀, 폐쇄된 그룹으로 자족하려는 것이 아님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공동체가 받아야 했던 <섬 혹은 섬의 은둔자들>이란 공세.  니더카우풍엔 공동체는 “대안적 사고와 대안적 삶 사이에 바다만큼 넓은 간극이 있다면, 그 안의 섬이 니더카우풍엔.”이라며 긍정적이고 다소 문학적인 표현으로 <섬> 이란 문제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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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터카우풍엔 공동체 건물 배치도 앞의 창립멤버 울리 바르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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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알림 및 공지판 각종 우편물들

지역에서 벌이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의 일거리와 활동.

공동체 내 운영하고 있던 <들쥐>라는 이름의 어린이집에 1988년부터 지역 아이들도 함께 등원하기 시작했다. 공동체가 만들어진 지 두 해 만에 지역주민들이 이 공동체의 대안적 생활방식을 수용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어린이집에는 평균적 발달을 보이건, 지체현상이 있건, 신체적 혹은 정신적, 학습에 있어서 장애나 어려움이 있건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을 함께 한다.  서로 다른 가운데 함께 놀고 배워가는 것이 서로에게 유익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들쥐>는 이 지역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구성요소로 자리했다.

유기농 채소와 과일 재배는 그 영역을 넓혔다.  1997년부터는 <빨간 무>라는 유기농장 및 가게를 열었고, 생태, 건강, 교육 단체로도 등록했다. 잼 등 가공품도 공급하고, 유기농 파티 서비스도 시작했다.  유기축산으로 육류와 소시지, 우유, 치즈 등 유제품 생산시설도 갖추었는데, 2013년부터 유기농 인증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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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과일 쨈들이 벽면선반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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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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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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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모빌

콤바우 Komm-Bau 라는 건축사업체를 설립해서 단열강화와 내장 및 수리, 가구제작, 금속기기제작 일도 시작했다. 생태적 기준에 따라 건물을 짓고, 가구들을 제작한다. 컴퓨터지원설계, 쾌속 조형기, 3차원인쇄기, 소형 플라스틱 리사이클 기계, 자전거 보관대도 제작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전기 경차를 연구중이다.

치매노인센터가 2006년 완공, 운영하고 있다. 마을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은 아침에 등원하고 저녁에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체조와 몸의 동작을 강화시키는 레크레이션, 산책, 소풍 등으로 신체활동을 늘려나갈 수 있도록 하며, 치매 노인들이 적극적 사교를 갖으며 사회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공동체 운영에 필요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도 있고, 생활공동체나 자주관리경영, 주거공동체,  비정부기구를 지원하고 상담해주는 역할에 종사하는 사람도 있다.

공동체 니더카우풍엔은 그 외에도 당시엔 잘 알려지거나 시도되지 않았던 일들을 착수했다. 독일 내 가장 큰 빗물탱크가 설치되어 활용되었고, 열병합발전시설을 가동했다. 유전자조작 반대, 고속도로 건설과 원자력 로비에 반대하는 활동 등을 앞서서 펼쳤는데, 이제 그런 활동들은 지역내에서 일상이거나 당연한 것이 되고 있다. 2004년부터 니더카우풍엔은 (독일에서 유전자조작재배가 금지되기 전이다.) 90%의 주민들이 유전자조작재배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공동체 외부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 역시 진행하고 있다.  <비폭력대화> 프로그램의 정기적 개최, <다르게 생활하고 일하며, 결정하는 현존하는 에코토피아>를 주제로 한 교육연수, 태양열 조리기구 제작과정, 어린이와 학생을 위한 농장프로그램, 기공을 연마하기도 하고, 과수나무 관리교육을 진행한다.

이들의 생산과 활동은 생태적 경제적 관점에서 지역경제와 긴밀한 연관을 가진 것들로, 기본 생활필수품을 스스로 생산하고 책임지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있다. 완전한 자급자족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말하는 대안적 생산방식이란 공동체에서 생산하고 필요로하는 생산물과의 관계, 소외되지 않는 노동, 기본 생필품의 자체 공급, 고유한 노동으로 평가받는 재생산노동, 성적으로 분화되지 않는 노동구조를 일컫는다. 공동체 성원들은 일하는 속도와 시간이 다르고, 책임감도 다르다.  노동을 정의하는 것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상이함 속에서 중심을 관통하는 법칙은 “공동체 모두는 공동체 안팎에서 스스로의 능력만큼 일하고, 스스로 필요한 만큼 취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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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터카우풍엔 공동체의 지향에 따른 일감들이 어떻게 그룹으로 분화되어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공동체의 원리

원리 하나. 이들은 정치적으로 좌파임을 표명한다.

중립을 지켜야 하니 세월호 리본을 떼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의 고통앞에 중립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의 위기와 위험에서 중도는 파멸을 부를 뿐이라고 단언하는 니더카우풍엔 공동체의 기본 입장은 정치적 좌파다. 비교조적 그룹으로서, 공동체의 전통이나 영성이란 딱히 없다. (독일에서 좌파라는 말은 합리적 사고와 판단을 멈춘 채 몰이 사냥하듯 언급하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부러워하거나 인정하는 독일의 사회복지제도는 좌파의 요구과 우파의 수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러나 좌파라는 것이 개념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들은 사회생태주의에서부터 자본주의의 병폐나 남성중심, 위계권력구조, 제도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지향하는 것을 <좌>라는 것 안에 포괄한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위한 구체적 시도로서 공동체는 그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 행위라고 여긴다. 이들은 생태주의, 여성주의, 이민자 정책, 자유라디오, 불필요한 고속도로 반대, 핵폐기물 수송반대, 연대농업에 참여하고 지지하며, 공동체 전체 살림의 3%를 제 3세계 운동을 위한 후원금으로 지출한다.

원리 둘. 공동경제 공동재정

1988년 헤센-니더작센 신문은 또다시 니더카우풍엔 관련 기사를 실었다.  “모든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재정으로 생활하며 대가족이 함께 사는 낮설은 형태로 함께 산다.”  확실히 익숙치 않고, 말 그대로 공동체적이다.

이들은 출자금과 대출금으로 토지와 건물을 사들이고 친환경기준에 맞게 개조하고 증축했다. 공동체 성원들을 공동체 내.외의 일을 통해 얻은 수입이나, 국가에서 지불하는 보육수당, 실업수당 등을 공동체 계좌로 입금한다. 각각 하나씩이 아니라 여러 개를 더 많은 사람이 나눠 쓰기 때문에 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절약되고 있다. (주거비를 포함한 생활비는 성인 기준 평균 890유로) 그렇다고 이들이 금욕적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물건의 구매에서 옳고 그름을 정하는 그룹의 원칙을 갖고 있지 않다. 지출 규정이란 것도 없다. 그저 각자 자신의 필요에 따라 리스트에 기재하고 공동재정에서 꺼내 쓰면 된다. 물론 상이한 소비태도에 대한 논쟁은 공동경제내의 주요 주제이며, 논쟁을 기꺼이 즐긴다.  이들은 카셀 지역에 새로 생긴 4개의 공동체 형성을 지원해 왔는데, 이들 공동체와의 협력은 노동 시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취하고 있다. 2014년에는 4개 공동체가 함께 경작지를 구매하고 공동경작 한 후 수확물을 나누기로 했다.  공동체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역 경제네트워크의 진전이라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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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에너지건물로 개조했고, 2000년 에너지 효율을 높인 건축상을 수상했다.
초기 설치했던 150㎡ 태양광전지는 현재는 450㎡로 확대되었다.

원리 셋. 모두가 합의해서 결정한다.

합의해서 결정한다는 의미는 모두가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표결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구성원 모두는 발언할 권리와 거부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모든 결정이 모든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고, 모두가 이행할 수 있기를 원”함에 따라 모두의 합의로서 결정하고 함께 추진한다.  한다.  매주 1회 전체 모임을 하고, 어린이들도 전체 모임에 참여할 수 있고, 자신의 소망을 직접 혹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말할 수 있다. 합의에 의한 결정이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불만족스럽거나 온전히 수용하기 힘든 문제들이 남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갖가지 방식을 모색하고 시도한다. 방식은 아주 복잡하고 길므로 소개하지 않기로 한다.

원리 넷. 소가족제도를 지양한다

공동경제의 집행과 노동의 동일한 평가를 통해서 부양과 가사노동, 생산과 재생산이라는 사회적으로 다르게 평가되어 온 지배적인 역할분담이 이곳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16개의 주거그룹이 있고, 그 중 여성동성그룹, 여성주거공동체, 남성주거공동체, 연인, 가족형태 등 다양하다. (참고로, 독일에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외무부장관을 역임했던 베스터벨레는 이전부터 성소수자임을 공언했었고,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그가 정치를 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는 현 총리 메르켈이 이혼한 여자라는 사실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과 동일하다.) 이들은 주거형태로 엮어진 관계뿐만 아니라, 일터에서, 역할그룹에서 다각도의 관계망속에 놓여 갈등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겪고, 비폭력대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해결해가기도 한다. 현재 어른 61명, 어린이 및 청소년 21명, 3세에서 68세까지 총 82명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내년이면 30주년 행사를 치러야 할 나이가 되었으니, 이곳에서 자란 어린이들 역시 성인이 된 지 오래이다.  독일에서도 호텔마마를 원하는 의존적인 아이들이 집을 떠나지 않으려는 새로운 경향이 생기긴 했지만, 대부분의 독일아이들이 그렇듯이, 공동체 아이들도 18세가 되면 자립을 선언, 다른 직업을 찾거나 대학 혹은 다른 경험을 위해 공동체를 떠난다. 이곳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지속할 지, 다른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아갈지, 혹은 다시 돌아오게 될 지 그건 오로지 그들의 선택이고 몫이다.

원리 다섯. 남성중심적 권력관계 해체

남성과 여성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양육에 동일한 책임을 진다. 육아는 원칙적으로 노동시간으로 인정된다.  공동 공간을 위한 관리에서도 역할분담을 한다. 여성과 남성 모든 공동체성원들은 직업을 갖는다.  모든 구성원은 공동체의 재산을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다.  동성그룹이나 여성비하발언을 삼가해야 하며 차별, 성적 모욕감과 신체적 폭력은 용납되지 않는다.  성적 사회화 과정과 기존 사회로부터 습득한 성적 역할분담으로부터 벗어나고 있지 못한 한계를 늘 직시, 지각하려 애쓴다.

일상생활의 원칙

식사준비와 설거지는 당번에 따라 시행한다.  공동구역의 청소 역시 리스트에 따라 이행하고, 정원 관리는 원하는 자에게 맡겨져 있다.  공동체는 3대의 천연가스 자동차를 포함하여 총 8대의 차량을 공동으로 이용한다.  두대의 오토바이와 5대의 전기자동차, 3대의 하이브리드 벨로모빌 (지붕이 있는 자전거), 스쿠터 한대, 8대의 전기자전거가 있고, 각각 관리 책임자를 두고 있다. 그 외 작업에 필요한 3대의 별도 차량이 존재한다.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이 빈번하다.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고, 80명이 3대의 세탁기를 사용한다. 2004년 카셀대학이 발표한 <공동체의 생활 및 경제방식 및 그들의 환경지수>를 발표했을 때, 니더카우풍엔의 생태발자국 지수는 독일인 평균의 1/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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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식사준비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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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책도 읽고 양말도 말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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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다

이제 내년이면 30년을 맞이하는 니더카우풍엔 공동체는 줄곳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황이었다.  공동체를 내외적으로 확대하는데 주력하기 보다, 지역 내 다른 공동체의 설립을 지원하고, 그를 통해 공동체의 에코토피아 이상을 확산하려 애쓴다.  니더카우풍엔에 대한 인지도는 꽤 높은 편인데, 공동체의 실현가능성과 사회적 영향력의 증명이라고 스스로 자부한다. 자신들의 공동체와 다른 공동체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른 삶의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제공하길 소원한다.

부언. 독일에는 등록된 생태마을만 140군데나 되고, 등록되지 않아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곳까지 더하면 그 수는 헤아릴 길이 없다.  방문한 생태공동체 두 곳을 선택한 것은 지역이 갖는 과거의 역사까지 고려한 것은 아니었다.  소개한 듯이 두 공동체가 조금 다른 특색을 지녔기 때문인데, 오히려 그 지향이 과거의 역사를 교차해서 담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구 동독지역에 위치한 지벤린엔은 서독의 이미지에 가까웠고, 구 서독지역에 위치한 니더카우풍엔이 오히려 동독의 이미지를 지녔다는 잔상이다.

녹색연합 전문위원 임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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